- 꽃바람 타고 떠난 사랑
바람따라 가버린 마음
- 꽃바람 타고 떠난 사랑
시. 갈대의 철학[蒹葭]
산에 산에 피는 꽃은
무슨 꽃이 피었길래
내 마음이
야생화 처럼 피어나지 못해
산에 오르게 하고
들에 들에 피는 꽃은
어떤 꽃이 피어나서
네 마음이
들꽃처럼 피어나지 못해
감출 수 없이 머물게 만들었나
바다에 떠다니며 가는 배야
무슨 사연 싣고 떠나왔나
이리저리 내 마음 흔들어 놓고
정초 없이 왔다가
아무 말없이 떠나야만 했었는지
아무 쓸모도 없는 내 등짝아
산에 배낭 한 개쯤
업고 다니는 것을 서러워 마라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플 때
네 누이를 업고 다닐 수가 있어
좋으니 말이다
내 이 길을 못 오른다 하면서도
오르고 또 오르는 이유가
어쩌다 마주치는 이가
너였으면 하는 바램이었구나
그때 마주치며 지나 칠 때
바람 불어 네 머릿결 휘날리면
네 모습 보일까
꽃비가 내려 햇살에
내비치는 모습이 네 인양 착각하면
네 기억이 아련할까
이러는
말 못 할 사연에
우연을 달고 오르리
산에 가야 꽃을 보고
들에 가야 초원을 볼 수 있나
바다에 가보아야
바다의 넓은 마음을 알 수 있고
강에 가보아야
강의 깊은 마음을 알 수가 있으랴
그대를 바라볼 수 있어야
내 마음도 따라갈 수 있느냐 말이다
어이하면 좋을까
그대 없으면 나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고작
한 점 바람 불어 훅 날아가버린 마음
꽃바람 불면 떠나 가버린 사랑 앞에
그대 사랑 따라 흘러가는 것이
내 마음인 것을 어찌하랴
[2018.4.15 봉화산~배부른 산 종주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