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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告解聖事)

-고백(告白)

by 갈대의 철학

고해성사(告解聖事)
-고백(告白)



시. 갈대의 철학[蒹葭]



나 그대에게 감히 고백하여 말하려니
한때는 그대를 미치도록 사모하고
사랑하면서 세상에 모든 것을 가졌지요

그러나 우리 둘 사이
언젠가 자전거의 체인이 녹슨 줄도 모르고
자전거 페달을 젓고
그마저도 더 이상 밟을 수 없을 지경까지 다다랐습니다

체인은 벗겨진 체로
페달은 허공으로 젓고
몸은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을 지경으로
되어버렸지요

그대에게 고백하노니
나 지금 와서 그대에게 용서 아닌 사랑을 갈구하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내 자존심이 구겨질 때까지 처량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것은 그대로 하여금 더 이상에 사랑의 아픔과 상처를 안기지 않으리라 다짐하였으니 말이오

나의 한때의 잠시 내 곁을 떠난 사랑에
사랑의 질풍노도 시기도 아니요
그렇다고 사랑이 배고파서 방황했던 시절은 더더욱이 아녔소

살아가다 보니 어쩌다 이 지경에 까지 다다랐는지는 모르나
이러한 삶이 진정 단연코 나와 그대와의 부지깽이 사랑은 아니라오

한때의 떠난 사랑 앞을 기약 없는 이별이 오기까지
무수히 밤낮이 바뀌면서 사랑도 그렇게 구름따라 변해가듯이 따라가더이다

사랑 찾아 떠나온 것도 아니지요마는
사랑이 날 배 부르게 한적도 한 번도 없었소이다
날 배부르게 해 준다는 것이
사랑도
미움도
그리움도
기다림도 아니니 말이오

단지 서먹서먹한 우리 사이
잠시 이별이라는 타이틀의 감투를 쓰듯이
이벤트가 시작된 거라 보면 쉽게 이해 하리다

사는 게 별것 있냐고
사는 게 원래 그러려니 하는 게 아니냐고
그대가 늘 내 곁에서 밥 먹듯이 외치는 잔소리가
귀에 선하니 말 이외다

잠시 그대 곁을 떠나보고 난 후의 일은
그대가 그리 원망도
사뭇힌 원한 있듯이 곡 조려도
그것은 우리들 사이를 마치 소귀에 경 읽기와 같았으니 말이오

그러한 갈등의 마음을 봉합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잠시 사공 없는 배를
더 저어가야 하듯이 해야만 하였소
한쪽은 산으로 가고
또 다른 한쪽은 강으로 노 저어 가니 말입니다

나비가 성충 단계를 거치지 않고 날 수가 없듯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의 단계도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소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너무나 먼길을 달려왔고
긴 여정에 비해 너무나 짧은 사랑을 금세 불태웠었지 않나 생각되오

나 이제 와서 그대에게 고해성사드리니
그대 나에게 말해주오

사랑은 한낱 먼지와 같았다고 말이오


침묵(沈默)과 경청(傾聽)


그대의 침묵은 고요한 바다에 침몰하는 배와 같고

그대의 경청은 낙뢰가 치는

저 하늘에 떠다니는 한 마리 작은 새와 같더이다


그리고 그대에게

고해성사(告解聖事)합니다

나는 아직도
그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2018.6.22 명동성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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