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리던 사랑도 돌아온다는데
메밀꽃 필 무렵이면은
- 기다리던 사랑도 돌아온다는데
시. 갈대의 철학[蒹葭]
메밀꽃 필 무렵이면
안개꽃처럼 다가왔다
안개비처럼 적셔오는 사람
햇살 비추면
금세 바람 타고 떠나왔다
떠나가버린 이 사랑이
그 사랑이 되어버린
그리움만 남겨두고
생각나며 울먹이게 했던 사람
진달래가 피고 새가 울면
봄비에 꽃이 낙화되는
슬픔을 안고 떠나간 사람
봄의 가련한 마음을 간직하고
여름의 소낙비 사랑을
그리워했던 사람
돌아오는 계절인 가을이 오면
하얗게 물안개처럼 다가오고
꽃처럼 피워 오르는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사랑을 더욱 성숙하게 하고
원숙하게 만들어 주었던 사람
메밀꽃 필 무렵이면
메밀꽃 지기전에
하얀 마음을 가지고
다시 돌아온다던
그대 마음 어딜 떠나갔나
다가오는 만추를 또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면
봄 여름 가을 지나
매섭게 눈보라 치고
강이 얼고
내 마음의 심장도 얼어가야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야만 하는가
그렇게 매몰차게 기다림을
배고픔 승냥이처럼
하얀 설원에 뿌려진
설흔의 흔적을 남기고
네 마음을 하얗게 눈속에 감추고
이듬해 봄이 오면 새싹 돋듯이
새살이 돋아나면
그해 겨울에 뿌렸던 설원의 마음을
다시 내던져 버려야 하였는가
지난 폭풍우보다 더 매몰찬
겨울을 기다려야 하는지
메밀꽃 필 무렵쯤이면 돌아온다던
그대 사랑의 맹세는 어딜 가고
쓸쓸히 바람처럼 나타났다 떠나갔나
고요히 불어오는
차가운 살가운 바람을 사랑하게 하고
메밀꽃처럼 안개꽃처럼 사라지는
그 사람이 보고 싶다
그렇게 떠난 사람은
말없이 떠나고
그렇게 남는 사람은
사연에 술잔을 기울이고
메밀 탁주 한 사발에
낙엽이 떨어지고
메밀꽃이 떨어질 때
돌아온다던 그 사랑에
오늘도 메밀전 탁주 한 사발에
슬픈 사랑에 겨워 노래를 부른다
2018.9.16 금대리 30리길 트래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