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사람(無我)

- 파도에 휩쓸려 버린 마음

by 갈대의 철학
양먕38휴게소/기사문해수욕장

바다로 간 사람(無我)

- 파도에 휩쓸려 버린 마음


시. 갈대의 철학[蒹葭]



한 사람이 바다로 갔다
그리고 바다와 파도에게 힘차게 외쳤다
아규인지 절규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그곳에 가면 바다와 파도가 모두
집어삼켜버리고 남는 것은 오로지
푸른 창공에 유유히 떠도는
한 마리 갈매기만이 떠나온 이유를 낚아채어갔다


젊음이여 바다와 맞서 싸워라

그리고 파도와 부딪혀 이겨라
네 마음은 바다가 훔쳐갔고
네 목소리는 파도가 앗아갔다
무얼 망설이고 무엇이 두려우냐
네 앞길이 그리 막막하고 서툴지라도
바다에 파도는
저 높은 하늘에 낮게 나는 갈매기 조차
집어삼키지 못한다


그동안 네 안에 머물렸던
잔 때들을 위해
잔 패들을 위해
갯바위에 내 던져진
네 마음에 암울한 잔상의 그늘로 남아있는
어눌의 그림자 씨앗들과
때 마침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밀려올 때
네 마음도 함께 부서질 수 있게

저 바다에 네 안의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를 하자


이제는 슬픔과 아픔은
더 이상 네 것이 아니다

오로지 이곳에는 더 이상의

가난한 자를 위한 기쁜 노래도

슬픔을 지워야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을 위한 아픔의 노래도

망각의 울부짖음에
노예가 되어가는 치유의 노래도

잊기 위함의 노래도

행복한 순간에

마음들을 저버려야 하였던

이들을 위한 노래도

사랑에 도취해 갈 곳 잃어버린

낙원도 아니요

낭만 찾아 떠나 온 것도 아니다


네게서 남은 마지막연의 모습들

태초에 에너 발생 이전의

무한한 공간의 숨 쉬는 그곳으로 떠나자


절대 절 분의 법칙에

순리도 따르지 않는

절대 불변의 사랑에

이별의 공존과 상존이 없는

진공 상태 이전의
어둠이 시작되는 그곳으로 말이다


네가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는
어머니 품속의 몫으로 남았다

되돌아가는 마음이 곧 청정의 마음이라

절대 경지에 이르려 가는
(無我)의 세계에

그곳으로 나는 그대와 함께 떠나 가리


되어가고

너는 내가 되어가며

바다와 파도가 늘 한 몸 이듯이 다투며

너와 나 역시 한 몸이 되어 떠나니

저 파도에 휩쓸려 버린 마음이

다시 바다가 부르는 그곳으로 우리는 떠나간다


주문진항

2018.9.30 동해 38 휴게소, 주문진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