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에 휩쓸려 버린 마음
바다로 간 사람(無我)
- 파도에 휩쓸려 버린 마음
시. 갈대의 철학[蒹葭]
한 사람이 바다로 갔다
그리고 바다와 파도에게 힘차게 외쳤다
아규인지 절규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그곳에 가면 바다와 파도가 모두
집어삼켜버리고 남는 것은 오로지
푸른 창공에 유유히 떠도는
한 마리 갈매기만이 떠나온 이유를 낚아채어갔다
젊음이여 바다와 맞서 싸워라
그리고 파도와 부딪혀 이겨라
네 마음은 바다가 훔쳐갔고
네 목소리는 파도가 앗아갔다
무얼 망설이고 무엇이 두려우냐
네 앞길이 그리 막막하고 서툴지라도
바다에 파도는
저 높은 하늘에 낮게 나는 갈매기 조차
집어삼키지 못한다
그동안 네 안에 머물렸던
잔 때들을 위해
잔 패들을 위해
갯바위에 내 던져진
네 마음에 암울한 잔상의 그늘로 남아있는
어눌의 그림자 씨앗들과
때 마침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 밀려올 때
네 마음도 함께 부서질 수 있게
저 바다에 네 안의 모든 것을
내던질 각오를 하자
이제는 슬픔과 아픔은
더 이상 네 것이 아니다
오로지 이곳에는 더 이상의
가난한 자를 위한 기쁜 노래도
슬픔을 지워야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을 위한 아픔의 노래도
망각의 울부짖음에
노예가 되어가는 치유의 노래도
잊기 위함의 노래도
행복한 순간에
마음들을 저버려야 하였던
이들을 위한 노래도
사랑에 도취해 갈 곳 잃어버린
낙원도 아니요
낭만 찾아 떠나 온 것도 아니다
네게서 남은 마지막 초연의 모습들
태초에 에너지 발생 이전의
무한한 공간의 숨 쉬는 그곳으로 떠나자
절대 절 분의 법칙에
순리도 따르지 않는
절대 불변의 사랑에
이별의 공존과 상존이 없는
진공 상태 이전의
어둠이 시작되는 그곳으로 말이다
네가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는
늘 어머니 품속의 몫으로 남았다
되돌아가는 마음이 곧 청정의 마음이라
절대 경지에 이르려 가는
무아(無我)의 세계에
그곳으로 나는 그대와 함께 떠나 가리
나는 네가 되어가고
너는 내가 되어가며
바다와 파도가 늘 한 몸 이듯이 다투며
너와 나 역시 한 몸이 되어 떠나니
저 파도에 휩쓸려 버린 마음이
다시 바다가 부르는 그곳으로 우리는 떠나간다
2018.9.30 동해 38 휴게소, 주문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