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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 그대의 시계는 멈춰있듯이 흐른다

by 갈대의 철학

나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 그대의 시계는 멈춰있듯이 흐른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의 마음을 멈추게 한

기나긴 겨울의 멍석과

세월에 의존해 시간 속에 머물다 사라진

옛 드리웠던 그림자들

떠남으로써 바람에 이리저리 씻기고

구름 떠나 흘러 보냄으로써

비로소 네 자리 진자리가 되어간다


아무 소식 없는 이 빈 공간 속에 술래잡이와

미로 속을 헤집을수록 더 깊어만가는 수수께끼들

어쩌다 울리는 뻐꾸기시계만이

그날을 상기해 목놓아 울부짖듯

그렇게 처절할 수밖에

돌이킬 수 없었던 네 마음들

다시 거슬러 올라가다 멈추는

시계추의 움직임이

네 마음의 작은 파동에도 흔들림이 안되었다


거꾸로 되돌아오지도 않았던 네 마음

떠나온 강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없었던 것처럼

순리의 역행을 막을 수도 다가설 수도 없는 것이

네 마음조차 움직일 수 없는

이 길이 있어서 일까

어느새 나는 울지도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 오랜 순간만큼은 너에게 있어 나는

째깍째깍 째깍째깍 째깍째깍

내 머리 위에 떨어지는 작은 소리에

미세한 파동을 감기 운 채

커다란 공간에 적용되는 수학 공식들

무한대의 움직임도 낚아채지 못하였다


어느 소리에 이끌린채

마음 지키지 못한

더 정답지가 않았던 그들이라

그렇다고 더 미덥지도 않았으리


정각에 누가 맞춰주지 않던 울음은

이제와 태엽 돌아가는 미세한 소리가 나에겐

어쩌면 네 뛰는 미약한 심장 소리 보담도

내 심약한 마음이 더 구슬프고 슬펐어라


걸어온 지난 추억에 발길 돌릴 때

잃어버린 시간만큼

점점 멀어져 가는 것들 앞에서도


초라한 기억을 되살리다 마는

존재들의 향연

어느 이름 모를 발자취를 따라가다 사라지는

또 다른 자아의 정체성은

너에게 있어 나는 사막의 불모지 보다 못하는

시온성에 갇혀버린 어느 이야기로 남았으니

시간을 거꾸로 흐르는 저 물살과 같더라


그대의 봄 인양 쌀쌀하게 맞이해 가는

어느 찬바람에 불어오는 봄기운마저 외면한

어쩌면 더욱더 매몰차게

너를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그대의 시계탑에 쌓아 올린

멈춰진 시간 속을 배회하다 무너지지 않는

나의 심장의 태엽이 돌아갈 때

그대로 멈춰있지 말았어야 한다


그래야 그렇게 해가 넘어갈때

아쉬움들을 뒤로남아 후회가 되지 않으리

오늘도 나는

시계의 추가 움직이는 날

그 종소리가 흘러나오는 곳으로 떠나가니 말이다

나의 시계는 거꾸로 가지만

그대의 시계는 멈춰있듯이 흘러가야만 한다


2019,1.30 한남대교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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