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 정든 품으로(봄바람 타고 그님 떠나가오)
배 떠나가오(단양 8경)
- 그대 정든 품으로(봄바람 타고 그님 떠나가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겨울날 못 떠나온 배 떠나가오
불어오는 바람에 배 떠나게 한
찬기운 서린 마음도 떠나가고
봄바람 불어 봄맞이에
고운님 마실도 떠나가 보내오
이 한 몸 떠나지 못해
여우 목에 매어 단 무명실 한 자락에
희고 긴 꼬리에 들켜버린 채
떠날 수밖에 없는 사연도 함께 실어 떠나보내오
일찍 속내 못 감춘 이에게
사공 없는 배 신세타령일랑 그만하오
제 시간이면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았던 시간도
그렇게 흘러 흘러가지 말라 하여도
제 갈길로 다시 흘러 흘러 떠나가오
제 갈길로 떠나왔다 사라지는 마음도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제자리로 돌아오니 말이오
그대 뱃고동 소리 울리거든
내 마음도 저 물길 따라 흘러 떠난 다지만
그대 들려오는 소리가 아득한데
하얀 물보라를 일으킬 때마다 돌아선
네 눈물 훔치던 그 마음 어디로 떠나려 하오
물살이 봄 제비 날아오르듯 날아올라
정박해 있는 마지막 배 마저 떠나보내면
마중 채비도 못한 내 마음을 어딜 두란 말이오
오오오
내 마음 기다리던 장회 나루터에서
그대 마음도 떠나면
내 사랑을 부둣가에 실타래 얽혀두었듯이 하였던 옛말
네 발목에 잡혀 십리도 못 간다는 현실을 두고
그대 진정 묶어둔다면서 떠나간다는 말을 남겨두고
떠난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못하리오
봄바람 불어오는
그대여
장회 나루터까지 찾아온 사연일랑 들어주오
떠나온 이유가 고작
옥순봉의 빼어난 절벽 아래 뉘인
그대 그림자밟기라도 스쳐지나기를 바랐단 마음이었나요
굳이 배를 타고 떠나지 않아도 되지 않았나요
구담봉 발끝 아래 서면
행여나 그대 발길 머문 자리에 300 여백 리 뱃길에
따라 나서다 보면 그대 소식도
암 바위
숫 바우에 걸쳐있는
거북이의 만나지 못하는 마음만이라도
저 푸른 청풍호에 떠나보내려오
연이 짧지만은 아니한
우리네 인생사 믿기지 않으리오
아리랑 싣고 그대 곁으로 배 떠나보내오
나는 차마 내 눈물 바람에 씻기지 못해
그대 곁으로 날려 보내지 못하는 것이
그대 먼발치서 배웅하려다
바람에 내 눈물 저 물길에 묻혀 떠나보냅니다
불어오는 바람 지나는 바람
잠시 가다 서다 하는 바람
지난 겨울바람이 말해요
그대 등이 시리고
그대 고운 두 손 시려도
그대 사랑을 녹인 그해 따뜻한 마음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답니다
가슴 깊이 새겨진 마음만은 어리지 말아 주세요
그럼 난 마지못해 하는
저 햇살에 눈이 부시어도 이마에 닿은
따사로움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것이랍니다
그대 등에 오지게 붙어 업혀 다니는
철부지 코흘리개 어린 목을 껴안듯
더욱 떠나갈 채비를 서둘라하는데
내 속 타는 마음도 모르고 남의 속만 안다고 탓하오
어쩌란 말이오
장회나루에 약속시간 지나 배 떠날 생각을 안하오
이를 어쩌면 좋으려
나의 마음이 장회 나루터요
그대 마음이 봄바람인 것을
내가 손짓 발짓 온몸으로 보답하여도
남아있을 그대가 아니니 말이오
그래 어서어서 많이 불어다오 봄바람아
봄바람이 아니라서 떠나지 못한다는 말
내가 멀리서 지커보고 있다고 해서
다가가지 못한다는 말
이제는 거짓말이라도 봄 지나 여름 왔다고
차마 이런 말이면 더욱 좋겠소
그대와의 지난날을 모두
저 정박해 있는
배에 노 저어 가리라는 것을
추억은 한순간이요
회상은 좋은 기억만을 남기리라는 것을
그럼 나는 후회 없이 그대를
무한정 떠남에 있어
기다림의 아픔은
영원하지 않으리라 약속 다짐하리다
2019.3.8 단양 장회나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