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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가 얼었다

- 그대 마음도 얼었다

by 갈대의 철학

산수유가 얼었다

- 그대 마음도 얼었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산수유가 피어난

내 고향 마을 어귀에는

저 멀리 적악산이 하얀 병풍을 드리우고


아직도 살갑게 식지 않고 남아있는

그리 녹록지 않은 잔설은 전설이 되어가듯

애수의 마음은 곧 소야곡이 되어간다


금세 눈물이 글썽일 것 같은

하얀 치마를 두른 한 여자가

봄 마실 나갈 채비를 서두르고

이내 냉기 서린 봄볕 서산에 걸쳐 있는 밭에서

봄나물을 캐고 또다시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도 전에

나의 봄은

그녀의 하얀 봄 치마에서부터 알리는

봄의 전령사에 봄의 서막이 시작된다


그녀의 치마가 나풀나풀거리고

봄바람에 이리저리 하늘 져 거릴 때면

마치 지렁이 꿈틀꿈틀 기어 나오듯이 흔들릴 때

그녀 역시 흥얼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살랑 살랑이는 마음을 안고 춤을 춘다


훈풍에 이는 치마저고리를

어느새 바라보노라면

봄을 알리는 노란 마음을 닮은

산수유가 피어났을 적에 떠났던

수줍음을 간직한 그녀가 생각나고


노란 꽃무늬를 수놓고 싶은 욕망이 일었을 때

나의 봄도 그 해에 어김없이 찾아온

산수유 꽃이 처량하게 피어 나오려고 했다


그곳에 가면 한 추위에 견뎌낸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며 맺힌

메말라가던 마음도 어느새

비닐하우스에 봄을 맞이하며 기다리는

또 다른 봄의 잉태에 삶을 이어가기 연습 중이다


그래서 나는 그 따뜻함과 온기가 베어 나오는

그곳을 다시 찾아 나섰다

사랑도 추워야 따뜻함이 우러나오고

기다림도 오랜 겨울을 이겨낸 꽃이

아름답고 향기로울 수밖에 없는 향기를 뿜을 수 있다


미움도 오래 감내해야 진실의 꽃이 피어나듯이

우리들 마음이 하나 되는 날엔

그리 길지 않았던 만남에 슬픔도 많았었지만

다시 만나는 봄날을 맞이하기까지

그 해의 차가운 겨울도

어김없이 기나긴 인고의 봄을 기다려 왔다


산수유가 피어날 때쯤이면

그대에게서 묻어나는

그러한 어색함이 묻어나는 향수가 더 좋아라


그대여 불어오는 봄바람에

그대의 시선은 어디까지 머물러주나요

봄바람은 이미 그대에게 다가가

그대의 찰랑이는 머릿결을

더 이상 팔베개하지를 못해 흩트려 놓을 것이랍니다


그러 하니 그대여

그대에게서 흐르는 고인 마음에 녹아드는

계곡 사이사이 흐르는 물줄기에

작은 물줄기의 울림도 마다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그대에게 들려오는 봄의 교향은

그대의 마음에 곧 작은 미묘한 파동으로 나를 깨울 것이랍니다


2019.3.10~11 둔치&IBK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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