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위안이 되어주는 것

by 늘푸른

유난히 공기가 맑은 날 밤하늘에 달이 떠 있으면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길을 가다가도 멈춰서 한 참을 올려다보고 소원을 빌었다.

예전에 서울에서 2년 정도 일을 했을 때다. 마감근무라 저녁을 먹고 친하게 지내던 동생과 회사 옥상을 자주 올라가서 바람을 쐬었었다. 옥상에 올라가면 답답했던 마음이 싹 씻기기도 하고 둥근달이 떴을까 기대하며 자주 올라갔었다. 한 번은 둥근달이 떠서 신나 하며 달려 나가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비는 모습이 웃기다면서 동생은 사진에 담아 주기도 했다. 달이 소원을 들어줄 것이란 사실이 만무하지만 힘든 상황에서 무언가를 붙들고 애원하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희망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에 밤하늘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린아이였을 때 깜깜한 밤에 아버지가 집에 가는 길에 업어주셨다. 넓고 따뜻했던 아버지의 등은 위안이자 안전한 울타리였다. 그때 밤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둥근달이 너무 예뻤다. 지금까지도 우연히 바라본 하늘에 둥근달이 있으면 한 참을 멍하니 바라본다. 지금은 곁에 계시지 않은 아버지의 그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날이 저무는 하늘을 보거나 깜깜한 밤하늘을 누군가를 찾듯이 바라볼 때가 많았다. 그때만큼은 마음이 많이 차분해진다.

유년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다. 실컷 뛰어놀다가 집에 돌아가는 저녁 무렵에 집집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굴뚝에 연기가 나고 저녁밥 짓는 냄새가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장작 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하루 일과였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와 냄새, 활활 타오르는 불빛을 바라보면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요즘에도 불 멍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무언가 멍하니 바라보는 일, 그 순간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들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줘서 좋고 마음이 많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하루 일상에 잠시나마 멈춰 서게 하고 위안이 되어 주는 것이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이것저것 쑤셔 넣기만 해서 과부하되어 있는 머리와 마음을 조금 비워내고 지쳐있던 몸을 조금 쉬게 한다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시골집이 있거나 캠핑을 가서 자연을 벗 삼아 장작을 태워 불 멍을 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에탄올을 이용한 난로도 있고 영상매체도 있다. 본인의 상황 여건에 따라 성향에 따라 시도를 해보길 추천한다.

맑은 밤하늘에 달을 보는 것도 좋고, 비 오는 날에 창밖을 보며 빗소리를 듣거나, 비 내리는 것을 보는 것도 좋다.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보여지거나 듣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상황에 따라 나는 계절의 냄새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비 오는 날의 흙냄새, 겨울바람의 냄새, 들판의 풀냄새와 꽃냄새 같은 소소하지만 일상의 냄새가 평온하게 한다.


몸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다. 아프고 난 뒤에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예전엔 앞으로 더 나아가려고만 애쓰고, 왜 이것밖에 하지 못할까 스스로를 많이 채찍질했다. 잠도 몰아서 자고, 밥도 몰아서 먹고, 술도 많이 마시고, 몸을 쓰기만 하면서 아끼지 못했다. 그리고 얻은 것은 점점 망가져 가는 몸이었다.

한 번 망가진 몸은 좀처럼 회복되기가 힘들다. 남은 몸 상태를 아껴 써야 할 뿐이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잠시 쉬어 가면서 나아가길 바란다. 좀 더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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