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 회피의 궤도

Orbit of Avoidance

by 늘람

⚠️ 이 글의 성격에 대한 안내 이 시리즈는 정답을 선언하는 글이 아닌, 변화하는 세계와 함께 조금씩 다듬어가는 사유의 기록입니다. 데이터와 연구가 축적되거나, 이후 편에서 더 깊은 맥락이 드러나면 일부 내용은 수정되거나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이는 오류가 아닌, 더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 글을 '완성본'이 아닌 '진행 중인 사유'로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궤도의 물리학

태양계에는 8개의 행성이 공존한다.

수성은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궤도에서

88일마다 한 바퀴씩 태양 주위를 돈다.

가장 빠른 속도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365일마다 한 바퀴를 돈다.

우리의 1년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리듬이다.


해왕성은 태양에서 가장 먼 궤도에서

165년마다 한 바퀴씩 태양 주위를 돈다.

지구의 공전 속도보다 165배 느리다.


세 행성 모두 같은 태양 주위를 돌지만,

각자의 궤도가 다르다.


가깝거나 멀거나.

빠르거나 느리거나.

그리고 그 차이는 잘못이 아니다.


케플러가 말했듯이 궤도는

거리와 속도의 균형이다.


가까우면 빠르고, 멀면 느리다.

그리고,

각 행성은 자신의 궤도에서 안정적이다.


수성이 해왕성의 궤도로 가면

태양계 밖으로 튕겨 나갈 것이고,

해왕성이 수성의 궤도로 오면

태양에 인력에 끌려 들어갈 것이다.


이렇듯

각자의 궤도가 각자의 생존 조건이다.


2024년

AI 앞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패턴도 이와 비슷하다.


McKinsey 조사에서 26%는

AI를 빠르게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했다.

52%는 파일럿 단계에 머물며 관망하고,

22%는 아예 도입하지 않거나 최소화한다.


세 집단 모두 같은 AI 시대를 살지만,

각자가 만드는 궤도가 다르다.


가깝거나 멀거나.

빠르거나 느리거나.

그런데 같으면서도 다르다.


태양계에서 각 행성의 궤도는 명확히 구분된다.

수성은 수성의 궤도에만 있고,

지구는 지구의 궤도에만 있다.


하지만 AI 시대의 사람들은,

같은 조직 안에,

같은 교실 안에,

같은 사회 안에 함께 있다.

26%와 52%와 22%가 매일 부딪힌다.


AI시대,

사람과 AI가 만드는 궤도는

한 개의 태양계가 아니다.


수많은 태양계가 한 공간에 뒤섞여 있는

은하와 같은 구조가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궤도들은 서로를 흔든다.


조직 내부의 단층선

2024년

IBM의 조사는 예상 밖의 결과를 보여준다.


AI 도입을 추진하는 조직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이었을까?

기술적 한계?, 비용?, 데이터 품질?

아니었다.

43%가 답한 '내부 저항'이었다.

결국은 사람이었다.


같은 조직, 같은 목표를 향해 일하는 사람들이

AI 앞에서 의견이 갈라진다.


디지털 전환 실패 사례를 분석한

Harvard Business Review에서

62%의 조직이 실패의 주요 원인을

'문화와의 불일치'로 지목했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었다.

기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수용방식의 차이였다.


컨설팅 기업인 Deloitte의 2024년 조사보고서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조직 구성원의 입장은 세 갈래로 나뉜다.


24%는 매우 긍정적이고,

51%는 신중하게 낙관하며,

25%는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이다.

거의 1:2:1의 비율이다.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들은

자동화 가능한 업무를 AI에게 맡기고,

AI가 생성한 초안을 검토하며,

업무 속도를 높인다.

그들에게 AI는

일상적 도구를 넘어 협업 대상에 가깝다.


AI의 사용을 유보하는 이들은

AI 도구는 사용할 줄 알지만

제한적으로만 활용한다.

필요할 때 시도하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예전 방식으로 돌아간다.

시간 절약은 경험하지만,

절약한 시간의 활용에 대한 계획은 정립되어 있지 않다.


AI 사용에 대한 입장이 신중하거나 회의적인 이들은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우려하고,

데이터 유출을 걱정하며,

인간 판단의 가치를 강조한다.

예전 방식이 느리지만 확실하다고 믿는다.


세 그룹의 사람들은 모두

같은 회사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세 그룹의 사람들에게

'AI 도입'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완전히 다르다.


적극 도입하는 이들에게 AI는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고,

유보하는 이들에게는 '실험 중인 옵션'이며,

신중한 이들에게는 '검증이 필요한 변화'다.


문제는 이 세 집단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전환한 이들은

유보하는 이들을 우유부단하고, 답답하다 생각할 수 있으며,

신중한 이들을 변화를 거부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유보하는 이들은

빠른 전환하는 이들을 성급하다 느끼고 걱정할 수 있으며,

신중한 이들을 변화를 두려워하고, 고집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신중한 이들은

빠른 전환하는 이들을 맹목적이고 경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유보하는 이들을 주관이 부족하고, 일관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같은 건물, 같은 로고, 같은 급여 시스템에 속해 있지만,

같은 조직 안에서도 AI에 대한 관계는 완전히 다른 세 그룹이 공존한다.


세대 간의 단층선

Walton Family Foundation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추적한 데이터는 또 다른 단층선을 보여준다.


ChatGPT 공개 두 달 후인,

2023년 2월.


교사의 절반 이상이 이미 AI를 사용 중이었고,

학생은 5분의 1 정도가 사용 중이었다.

교사의 사용률이 학생들의 사용률보다 앞서 있었다.


1년 반이 지난,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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