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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야옹 Nov 11. 2019

은행잎 줍는 할머니

버스정류장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다.

염색도 안한 새하얀 백발의 할머니였다.

얼굴은 그보다 젊어보였다.

소녀처럼 환하게 웃고있어서일까.

왜인고하니 할머니 두 손엔 땅에서 주운 은행잎 하나가 소중히 쥐어져 있었다.

슬쩍 보니 은행잎이 너무 작았다.

내 엄지손톱 정도 크기.

할머니가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더 큰거 주우시지~!" 

할머니가 말했다.

"에이~ 큰 건 이렇게 많은데."

할머니 말처럼, 정류장 주변에는 노란 은행잎들이 아스팔트를 빼곡히 덮고 있었다.

그 많은 보통 크기의, 큰 은행잎중에서 할머니만이 보물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할머니의 은행잎은 하트 모양이었다.

나보다 시력도 나쁜 할머니가 세상을 그토록 따스하고 꼼꼼한 눈으로 관찰하고 계셨던 거다.

할머니보다 시력도 좋은 나는 '클수록 더 좋다'는 편견 때문에  보물을 발견하지 못했고.

괜히 뭉클했다.

할머니와 꼬맹이하트은행잎의 사진이라도 남겨둘걸.

마침 버스가 도착해 할머니는 905번 버스를 타고 유유히 떠났다.

딱 이맘때의 세상처럼 참으로 사랑스러운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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