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일요일의 일이다.
늘어지게 자고 오후에야 눈을 떴다.
아이스크림이 무척 먹고싶었다.
잠옷 위에 패딩을 걸쳐입고 배스킨라빈스로 향했다.
초코나무숲? 사랑에빠진딸기?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우리끼리?
고민하다가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싱글레귤러 컵을 샀다.
그때. 집으로 돌아오는 그때였다.
돌연 배가 아팠다.
잠깐이려니 했는데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하늘이 빙글빙글 돌았다. 헛구역질까지 올라왔다.
십분도 안걸리는 집에 가는동안 성지순례, 마라톤, 트래킹이라도 하듯 몇번이나 멈춰섰다.
창피함이고 뭐고 아이스크림 컵을 바닥에 놓고 주저앉아있기도 했다.
집에 도착해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설사를 조금 했는데 나아지지 않았다.
느낌에 장트러블이 아니었다.
다른 종류의 아픔인데 통증이 훨씬 심했다.
전날 저녁 이후로 먹은 것도 없었다.
집에는 나 혼자였다. 30분쯤 앓다 결국 119에 전화했다. 난생 처음이었다.
그런데 뭐지...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그후 병원까지 실려가는동안 통증이 차츰 가라앉았다. 나 진짜 육성으로 기도가 터져나올만큼 아팠는데...! 꾀병 아닌데...! 당혹스러웠다. 의사선생님이 내 배를 이곳저곳 눌러보셨다. 내가 반응이 없자 물었다.
"혹시 마지막 생리일이 언제에요?"
"음... 한... 한 달 전..."
생리통이었다. 바로 다음날부터 생리가 시작됐다. 이런 생리통을 겪어본 적이 없어 몰랐던 거다. '없던 생리통이 갑자기 왜... 앞으로 계속 이러면 좀 곤란 아니 끔찍한데... 나도 이제 두통치통생리통 게보린 같은 거 구비해둬야겠다...' 생각하며 내 발로 걸어 택시를 잡아 타고 돌아왔다.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아플 때 병원치료를 받는다. 인간 다음으로 의료의 혜택을 누리는 건 반려동물들이다. 아픈걸 주인이 알아채지 못하면 말짱 꽝이지만. 야생동물보다는 형편이 나은 건 확실하다.
통증을 줄이고 수명을 연장하는 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그럴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고, 능력을 마땅히 사용할 뿐이다. 다만, 스스로 처지를 호소할 길이 없는 다른 동물들을 돌볼 책임도 함께 부여받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세상의 많은 약자들도 저마다 목소리를 내는데 동물은 그러지못한다. 그래서 늘 최후순위다.
"그럼 인간이 먼저지 동물이 먼저인가요?"
누군가 물을 수도 있겠다.
우선순위를 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늘 꼴찌로 미루다간 끝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어떤 이들은 말할 수 없는 자들을 대신해 끊임없이 대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을 하는 그들을 나는 존경한다.
'배스킨라빈스는 이제 트라우마 생겨서 못먹겠다' 싶었으나 다음날도 먹었다. 이성이고 뭐고 참으로 단순한 인간. 인간이란 동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