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야옹 Apr 04. 2020

조국 전 장관님은 이 책을 읽어보셨을까?

리처드 리브스 <20vs80의 사회> 요약

"친애하는 중상류층 독자께. 당신이 더 공정하고 계층간 이동성이 더 큰 사회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거기에 반드시 따라와야 할 불편한 사실 하나를 회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이 아래로 내려가야 하리라는 사실 말입니다. 이것은 도덕적인 주장이 아니라 단순한 산수입니다. 상위 20퍼센트에는 인구 중 20퍼센트만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더 많은 사람이 사다리를 올라 상위 20퍼센트 칸에 들어오게 하려면 그 칸에서 그만큼 많은 사람이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1992년에 빌 클린턴은 "정부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땅한 말이다. 각 가정의 자유가 평등한 기회라는 이상과 충돌할 때도(이 충돌은 불가피하다.) 가족 제도를 폐지해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보다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수준을 '위쪽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즉 불리한 조건에 있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게 돕고, 양질의 양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추가적인 공적 투자를 해야 한다.

이것은 단지 공정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중상류층, 즉 사회를 관리하고 분석하고 논평하고 방송하고 지배하는 사람들이 전 계층 출신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사람들로 구성되게 하는 것은 단지 도덕적인 이상이 아니라 사회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협소한 사례를 하나 들면, 올레그 추프리닌과 드니스 소시유라의 연구결과, (다른 변수들을 통제했을 때) 가난한 배경 출신의 펀드매니저들이 부유한 가정 출신의 펀드매니저들보다 펀드 운용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득력 있는 설명 하나는 금융 분야에서 좋은 직업을 가질 정도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배경 출신의 펀드 매니저들이 애초에 더 똑똑해야 했으리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하향 이동성이 낮으면 재분배 정책에 대해 사람들의 지지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유한 부모들이 자기 자녀의 지위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면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줄어들 것이다. 자기 아이들에게는 필요없는 정책일 테니 말이다.

다음과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하고 있다.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은 중상류층에서 떨어질 경우 더 깊게 추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중상류층 부모는 자녀가 떨어지지 않도록 유리바닥을 깔아주고자 할 동기가 커지며,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원도 있다. 그래서 기회 사재기를 포함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서 자녀의 하향 이동 위험을 줄여주려고 한다. 그들의 노력이 성공적일 경우, 위쪽이 더 경직적인 계층 구조가 생겨나게 된다. 그러면 중상류층은 자녀가 계층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어 재분배 정책에 돈을 지불할 의향이 줄어든다. 그러면 불평등이 더 심화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똥개는 왜 나를 슬프게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