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바닥

가라앉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by 는개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지요.
모든 인간은 행복을 지향하고,
그 행복에 이르기 위해 성품을 수양해야 한다고.

저도 한때는 그 말을 믿었어요.


삶은 바다고 행복이 수면이라면,
열심히 더 발을 차고 굴러서 닿을 수 있을 거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갔고, 약을 삼켰고,
나아지려는 사람인 척을 했습니다.
살아야 하는 사람처럼 행동했지요.


하지만 그 윤리는 제게 닿지 않았어요.


수면이 행복이라면,

이렇게 계속 더, 더, 더를 요구할 순 없을 테니까요.


행복을 향해 헤엄치라는 말은
이미 너무 깊이 가라앉은 사람에게는 들릴 수 없는,
물 위에서만 들리는 소리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목표를 낮췄습니다.


행복하기를이 아니라, 불행하지 않기만을.

행복하기를이 아니라, 그저 우울하지 않기만을.


그 사이 저는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빛은 부서져 사라졌고, 소리는 물에 먹혔고, 숨은 점점 무거워졌지요.


그리고 저는 결국 바닥에 닿았습니다.


차갑고 단단한 해저,
움직이면 더 가라앉는 자리였어요.









저는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떠오르고 싶지도 않았고요.

구조도, 희망도, 그곳까지는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살고 싶어서 살아 있었던 적이 없었어요.
의사가 사는 건 당연한 거라고 했고,
친구는 살아야 한다고 했고,
배우자는 제가 다치지도 못하게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으니까요 —
그래서 그냥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거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무엇이 맞는지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요.


지금 그 시간을 돌아봐도 아무 감정이 없습니다.
차갑고, 고요하고, 비어 있을 뿐이지요.

저는 바닥에 앉아 있었습니다.
젖은 채로, 가라앉은 채로요.

그게 전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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