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살랑바람을 반가워한다.
새벽에 조깅하다가도
“어, 바람이 부네.”
자동차에 반짝반짝 광을 내다가도
“어이쿠, 바람이 다 부네.”
환기시킨다고 거실 창을 열다가도
“얼래, 바람이 다 분다?”
바람 같은 거 정말 불지 몰랐다는 듯 감격스러워한다.
어렸을 적 금방 해가 가신 골목을 아빠 손 잡고 짧게 걸을 때도 그랬다.
“어라? 바람이 다 분다야. 여름 다 갔네.”
바람의 기억. 손의 기억. 이제 아빠 손은 잡지 않는 나이가 됐지만, 그때의 기억은 또렸하다.
봄이 오긴 하는 건지 한껏 오른 온도에 조깅을 하다 갑자기 불어 온 살랑바람에 감격했다. 바람이 강물처럼 몸속을 통과해서 땀에 눅눅한 등을 타고 시원하게 흘렀다. 바람 같은 거 정말 불지 몰랐다는 듯 내뱉는 아빠의 문장이 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와아, 바람이 다 부네. 너무 시원해.’
코가 따끔따끔하더니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아 더 빨리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