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궁금한데 좋은 사람 #10 윤병준
-모디스트 임팩트 대표 윤병준
-상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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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자영업자로 사는 삶은 일반 직장인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다를까? 회사에 다니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윤병준: 회사에 다니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많지.
에이미: 그런데 정말 회사랑 안 어울리는 거 알고 있지?
윤병준: 그런데 몇 번의 기회가 있었어. 첫 번째 카페를 준비하고 있는 중에 내가 다닌 광고홍보 학부의 선배한테 연락이 온 적이 있어. 너 내 밑에서 잠깐 일할 생각 없냐, 하더라고. 그 선배한테 연락 오면 무조건 괜찮은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거였지. 그 당시에는 준비하는 게 있다 괜찮다, 하면서 거절했는데 지나고 나서는 엄청 후회했지. 그때 했어야 했는데.
두 번째 기회는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있을 때야. 그때 첫 번째 카페를 정리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좀 더 안정적인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다른 선배 중 또 한 명이 자리가 있는데 일할 생각 없냐고 연락을 줬어. 그것도 거절하고 결국 모디스트 임팩트를 오픈하게 된 거야.
직장인의 장점은 퇴사를 하지 않는 이상 계속 직급이 올라가고 연봉도 일반적으로 계속 늘어난다는 점인 것 같아. 자영업은 언제든 망할 수 있고,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데, 당장 오늘 뭔가 하지 않으면 그만큼 수익이 떨어지는 거거든. 나도 늘 고민이 많지. 카페 이미지는 계속 노후화되어 가고 있는데 이것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고.
아직까지는 삼십 대고 이 업계에서 노력하면 조금은 따라갈 수 있는데, 내가 40대 50대 됐을 때 새로 생겨나거나 더 실력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득해지기도 해. 노후를 준비해야 하니까.
에이미: 내가 내 일을 하고 싶다 생각했던 것은, 회사에서 가만 보니까 나는 꽤 성실한 사람인 거야, 잘하는지 못 하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 그러다 갑자기 엄청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는데 그럼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일을 너무 잘하는 거지. 가만, 나 이렇게 남의 일 잘하는데, 내 일을 한다면 더 잘하는 거 아냐? 나 엄청 성공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윤병준: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이런 것도 생각해 봤어? 회사가 오랜 시간 여러 우여곡절을 통해 나름대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놨으니까 그 안에 들어가 있을 때 너는 편할 수 있었던 거야. 나오면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해야 하는데, 네가 회사에서 하던 너의 롤, 이거 내가 나가서 직접 하면 더 잘하는데 생각했던 그것은 엄청 일부분이고 사실 그 외적인 것들 신경 써야 할 무수한 것들이 생기지. 이런 걸 누가 대신해줬다는 게 참 편한 일이었구나 깨닫게 되는 거야. 커피를 좋아하니까 커피를 해야지 하고 카페를 시작했지만 커피 외에 생각지도 못했던 해야 할 일들이 엄청 많아지니까 오히려 커피에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없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어.
에이미: 음,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이네. 그럼, 자기 가게를 갖고 싶은 사람, 혹은 카페를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윤병준: 나의 기본 대답은 ‘하지 마’야. 함부로 시작하지 마라. 이걸 좋아하고 잘할 것 같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겠지만 현실은 이걸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엄청 많아. 그걸 잘 유념하고 또 각오하고 그래도 괜찮을 때 덤벼야 해. 나는 삼일 연속 쉬어 본 적이 없어. 여행은 꿈도 못 꿨어. 나도 여행 다니는 거 좋아하고 누구보다 잘 놀 수 있는 사람이거든. 그런데 여기 이렇게 붙어서 하고 있어. 정말 하고 싶은 거 백 프로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해. 장사 잘 되면 휴가도 가고 한 달 문 닫고 여행도 가고 그런 걸 꿈꾸잖아? 잘 되는 곳을 보면 다 쉬는 날 없이 하는 곳이야. 꾸준함이 답인 것 같아.
에이미: 이런, 기운 안 나는 말 뿐이네.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엄청 높다고 떠드는 것도 도전하기 힘든 팩트인 것 같아.
윤병준: 오래가기가 쉽지 않지. 카페를 하고 싶어 이런 콘셉트가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내면 옆에 또 똑같은 게 생길 수 있어. 그 사람은 자본이 엄청 많을 수도 있고, 더 좋은 기술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 이런 것들이 바로 옆에 생긴다고 했을 때 내가 이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생각해서 확신이 들면 그때 해야 해. 스페셜 원이 되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어.
에이미: 혹 카페를 하지 않았다면 뭘 했을까?
윤병준: 광고 공부했으니까 광고 회사 다니지 않았을까. 학교 다닐 땐 또 광고에 진심이었거든. 군대 제대하고 고향인 왜관에 있었는데 어느 날 기차 타고 지하철 타고 서울 와서 다짜고짜 TBWA(광고회사)를 찾아갔어. 혼자 기획서 쓴 걸 가지고 당돌하게 쳐들어 간 거지. 당연히 문 앞에서 막혔지. 주고 가라 해서 그때 나는 어, 이거 엄청난 아이디어인데 이렇게 주면 안 되는 데 하고 안 주고 오고.
에이미: (웃음) 안 주고 왔다고오?
윤병준: 응 안 줬어. 나 군대 생활도 잘했거든. 가장 억압된 곳이잖아, 군대가. 그러니까 직장 생활도 잘하지 않았을까.
나는 삼일 연속 쉬어 본 적이 없어. 여행은 꿈도 못 꿨어.
에이미: 이제와 돌아보는 병준의 30대는 어땠어? 20대 10대와 비교했을 때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
윤병준: 30대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전전긍긍! 늘 밝고 에너지가 넘치던 10대 20대가 있었다면 30대는 실질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시기이기도 했고, 무조건 뭘 해도 잘하고 잘 될 거야 생각하던 나에서 정말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으로 변했어. 모디스트 임팩트를 하면서 이거 안 되면 어떡하지, 다음 스텝이라는 건 있을까, 실패하면 안 되는 데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계속 전전긍긍했던 것 같아.
나는 살면서 그 안에서 재미를 찾고, 행위에 대한 정당성과 이유를 찾아야지만 하는 사람이거든. 작은 거에서라도 에너지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지.
에이미: 개인적으로 10대 20대 30대 중 언제가 제일 좋았어?
윤병준: 20대야. 대학 때 원 없이 놀았지, 학사 경고받아가면서까지 재밌게. 첫 번째 카페 하면서는 장사도 잘 됐고, 나도 대학생 속해 있는 느낌이었고, 애들이 좋아하는 걸 같이 즐기니 재밌었어. 20대가 가장 빛나고 찬란했다고 생각해.
에이미: 벌써 나이가 이만큼이나 먹었는데도 아직 처음인 것이 있어서 기쁘다고 이하늬 씨가 이야기하더라고. 그걸 보고 뒤통수 한 대 맞은 느낌이었는데, 내 경우는 나이가 이만큼이나 먹었는데 이제 와서 뭘 시작해,라고 말하는 사람이거든. 병준도 도전하고 싶은 거, 시작하고 싶은 거, 이루고 싶은 게 아.직. 있을까?
윤병준: 몸 쓰는 걸 좋아해. 요새 스우파가 인기잖아? 혹시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춤에 도전해 보고 싶어. 10대 때 춤을 췄었는데 그땐 남들 추는 거 딱 보면 바로 따라 할 수 있었거든. 지금은 몸뚱이가 너무 늙고 전혀 말을 안 듣는데, 몸을 좀 움직여 보고 싶어. 자연스럽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내 마음대로 춰보고 싶네.
에이미: 쉬는 날엔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
윤병준: 일단 쉬는 전날부터 시작이야. 보상을 시작하지. 술 마시면서 먹고 싶은 거 먹고, 다음 날 느지막이 일어나는 거지. 쉬는 날 웬만하면 약속을 안 만드는 편이야. 무조건 쉬자 주의. 약속을 만들면 막상 만나면 재밌는데, 약속 시간이 다가올수록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 들더라고.
쉬는 날에는 무조건 저녁 7~8시 전에는 집에 들어가. 카페는 밤 10시 마감이거든. 쉬는 날에도 밤에 늦게 들어가면 일하는 느낌이랑 똑같은 기분이야. 그래서 무조건 일찍 들어가서 엄청 편안한 차림으로 다음날을 맞아. 넷플릭스 같은 거 보면서.
에이미: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일지 궁금해.
윤병준: 살면서 행복해 행복해 느꼈던 경험이 사실은 잘 없는데 행복이라는 걸 굳이 찾을 필요가 있을까?
어떤 행복을 설정을 해버리면 지금 상황이 평균보다 내려가 버리는 느낌이 들더라고. 그저 평소 생활하는 데 있어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매일매일 잘 살아갈 수 있으면 된 것 같아. 어떠한 지점에서의 행복이 아니라 내 삶 자체로 괜찮은 삶이냐 아니냐로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언제 행복했었나 떠오르는 건 없어.
에이미: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뭐야?
윤병준: 탈모?(웃음) 약을 이제 먹어야겠다 - 일찍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빨리 먹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알아보고 있어.
그리고 일적인 고민은, 모디스트 임팩트가 어쨌든 지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긴 한데 주변 사람들 인식에 한 물간 올드한 카페로 여겨지진 않을까 그 걱정이 있어. 새로운 것들이 계속 생기니까.
새로운데 다 다녀봐도 역시 모디스트 임팩트가 제일이네 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에이미: 앞으로 커다란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모디스트 임팩트를 계속해서 운영해 나간다고 봐도 되나?
윤병준: 아니,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적당한 가격을 쳐준다면 팔 의향도 있어. 그동안 이곳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것은 맞지만 앞으로도 또 똑같은 에너지를 쏟아 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모디스트 임팩트를 계속 잘 운영해 나가야지 보다는 나 자신이 얼마나 능동적으로 뭔가를 해나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거든. 윤병준의 하드를 믿어, 나는.
에이미: 유난히 너에겐 소년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래서 왠지 커피소년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싶기도 한데, 커피소년이란 가수가 있구나 참. 난 왜 이렇게 느끼는 걸까?
윤병준: 너의 욕망이 나에게 투영된 건 아닐까. 늙고 싶어 하지 않는 너의 마음.
에이미: 내가 미혼인 친구에게 제발 절대 너는 결혼하지 마 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지.
윤병준: 자유로움인가 봐. 보통 또래의 사람들보다 생각이 고여있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 내 일을 하는 장점인 것 같기도 해. 묶여 있지 않아도 되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로움. 아, 내가 친구로 지내는 사람들은 나보다 한참 어리거든. 나이를 모르고 계속 살고 있어. 내 나이대의 친구들 만나면 아저씨 같을 때가 있지.
어떤 행복을 설정을 해버리면 지금 상황이 평균보다 내려가 버리는 느낌이 들더라고
에이미: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 어떻게 늙고 싶어?
윤병준: 개인적으로 김어준을 좋아하는데, 이유는 나이와 상관없이 같은 사고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야. 내가 십 년 전에 봤던 모습이나 지금이 똑같거든. 40대의 누구, 50대의 누구, 가 아니라 그냥 인간 김어준.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 인간 윤병준.
네가 20년 뒤에도 나를 인터뷰하고 싶게끔 만드는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이 들고 싶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