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주차_3월에도 한 발 한 발 힘차고 즐겁게 걸어가기로
베란다 문 열어도 춥지 않은 오늘, 2월의 마지막 날에 서 있음을 실감하고. 3월이 오면 봄이 오는 자연스러움이 반갑고도 설레는 마음이 된다. 그래서인지 알람 끄고 5분만 더 자기로 했다가 정말 5분 후에 벌떡 일어난 오늘 아침, 2월의 끝자락에서 나는 다시 기운을 차렸다.
지난밤 안친 밥을 고봉으로 푸고, 두 개 남은 전복을 그릇에 담고, 비엔나소시지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멸치볶음과 동치미를 꺼내고, 설향 딸기 두 알을 반으로 쪼개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따랐다.
지난 주말에는 아침밥 거르고, 알람 없이 늦게 일어났어도 출근하는 날이면 벌떡 일어나 아침 챙겨 먹는 내가 여전히 생경하다. 그렇게 아침 먹고 든든한 기분으로 걷는 출근길의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내 마음도 조금 들뜨고 만다. 아직 체중은 그대로, 셔츠의 단추는 여전히 힘겨워 현실의 나는 그리 가볍지 않지만, 봄에는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게 될 거란 기대감이 새싹처럼 피는 월요일 아침.(22.02.28)
어제 오랜만에 땀 뻘뻘 흘리며 운동해서 그런지 온몸이 뻐근하지만 낯선 이 느낌이 좋은 아침. 휴일이라 조금 늦게 일어난 창밖은 잔뜩 흐리고 지난밤 내린 비로 베란다 난간에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이 보이고. 봄이 오려나 싶은 3월 첫날에도 역시 아침 챙겨 먹으러 부엌에 들어가서.
흰쌀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끓는 물에 데운 인스턴트 카레를 밥 위에 얹고, 계란후라이도 그 위에 올리고, 동치미와 고추장아찌와 배추김치를 꺼내고, 네 알 남은 딸기를 씻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담았다.
비 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오늘은 흐린 날이라 좋은 휴일에 여유로이 따뜻한 차 한 잔 옆에 두고, 미뤄둔 일을 꺼내놓고는. 세탁기는 열심히 돌고, 물기 머금은 노래가 집안에 흐르고, 지하철 안이 아닌 잠옷 입은 채로 소파에 기대어 오늘의 기록을 남기는 지금, 시간아 조금만 천천히 가주었으면.(22.03.01)
휴일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또다시 시작된 출근의 일상. 지난밤 꽤 마셨는데도 말짱하게 일어났고, 출근을 준비하는 아침은 매번 찾아와도 언제나 낯설다. 그 낯선 기분에도 잊지 않고 밥 챙겨 먹겠다는 마음이 주는 어떤 안정감이 있다.
설익은 밥을 그릇에 담고, 끓는 물 부어 북엇국을 만들고, 한입 김치전과 한입 떡갈비를 기름에 부치고, 멸치볶음과 배추김치와 고추장아찌를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담았다.
지난밤 따뜻했던 핫팩이 아침에도 온기를 잃지 않고. 3월이 왔어도 아직은 영하의 공기를 가르고 자전거를 타는 아침에 한 손에 핫팩을 꼭 붙들고. 그 온기가 오래오래 남아 있기를 바라며 시작하는 3월의 첫 출근.(22.03.02)
배드민턴 고작 하루 한 것 가지고 며칠째 온몸이 쑤시고, 5분만 더 자고 싶어 연이어 울리는 알람을 자동반사적으로 끄기 일쑤. 봄이 오려나. 종내 늦게 일어나서는 없는 여유 부리며 늑장 피우는 나는. 그럼에도 아침밥은 챙겨 먹겠다며 부엌으로 들어가는데.
하나 남은 냉동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데운 비프카레를 밥 위에 얹고, 계란후라이를 하나 부치고, 고추장아찌와 멸치볶음과 김치를 꺼내고, 몇 알 안 남은 샤인머스캣 네 알을 씻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따랐다.
베란다 문을 여니 아직 쌀쌀한 것 같아 목도리를 두르고 나서는 아침,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 역에 다다르니 생각보다 늦지 않아 한숨 돌리고. 어디서 왔는지 모를 간질거리는 봄마음으로 살짝 날아보는 목요일의 출근길.(22.03.03)
지난밤 해야 할 일을 기어코 내일로 미뤄두었고, 그 내일이 오늘이 되었다. 모레까지라 생각했던 일이 내일까지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더욱 다급해진 나머지 오늘은 반드시 끝내리라 다짐하며 노트북을 챙겼다. 아침밥 챙겨 먹듯 이 일도 반드시 끝내리라 굳게 다짐하면서.
지난밤 안친 따뜻한 밥을 푸고, 그 위에 명란마요로 반쯤 덮고, 간장과 참기름도 솔솔 뿌리고, 계란후라이 두 개를 얹으니 명란마요 간장계란밥 완성. 한입떡갈비를 굽고, 멸치볶음과 김치를 꺼내고, 통통한 바나나 하나를 먹기 좋게 썰어내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담았다.
1월에 이어 2월의 기록모임도 오늘부로 끝난다. 혼자라면 할 수 없었을 기록들이 서랍에 차곡차곡 쌓였다. 잠깐의 뿌듯한 이벤트로 끝내기 아쉬워 아침밥은 지금처럼 부계정에 계속 이어가고, 더불어 새로운 주제로 기록하기로 마음먹은 건 혼자가 아니어서. 으쌰으쌰 서로 응원하며 3월에도 한 발 한 발 힘차고 즐겁게 걸어가기로.(22.03.04)
어디서 왔는지
모를
간질거리는 봄마음으로
살짝
날아보는
목요일의 출근길.
글, 사진 / 나무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