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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Mar 13. 2022

전주비빔밥과 한라봉

2월 4주차_잘 자고 잘 먹는 일이 더없이 중요한 일이 되어간다

#1 차돌된장찌개와 멸치볶음


  주말 간 한결 나아진 몸으로 시작하는 아침이지만, 역시 일어나는 건 버거운 월요일. 새카만 창밖의 색깔과 영하의 온도를 확인하고는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나 싶고. 이 겨울나려면 든든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지난밤 안친 밥을 푸고, 꽤 오래전에 만든 냉동 된장찌개를 데우고, 엄마가 보내준 멸치볶음을 조금 덜고, 늘 먹던 고추장아찌와 열무김치를 꺼내고, 사과 반의 반쪽을 둘로 나누고, 아몬드 우유를 한 컵 가득 따르니 월요일의 아침밥 완성.


  이틀 쉬었다고 사진 찍는 걸 깜빡하고 두 술 정도 뜨다가 깜짝 놀라 핸드폰을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밥 차리고 사진 찍고 밥 먹고 정리하는 시간은 대략 20분. 20분이 차곡차곡 쌓여서 1월이 지나고, 2월도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3월에도 한결같기를.(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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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흰쌀밥과 닭가슴살마라볶음


  어제는 수요일 출장 때문에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음성이 나와 또 한 번 안심했지만. 아직 멈추지 않는 잔기침을 없애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양약 한약 가리지 않고 먹고, 목에 좋은 것 있으면 입에 넣고 본다. 그리고 약을 먹기 위해선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하니.


  냉동밥 하나를 데우고, 끓는 물로 황태미역국을 만들고, 지난밤 만들어둔 닭가슴살마라볶음을 꺼내고, 멸치볶음과 열무김치도 내놓고, 사과 한쪽도 깎아내니 아침상이 준비되었다.


  의욕적이던 마음과 달리 몸은 아직 격리기간에 머무른 듯 점심시간엔 엎드려 자기 일쑤이고 집에만 오면 눕기 바쁘다. 오늘만큼은 좀 더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려 하는데 과연. 기대는 많이 하지 않지만, 어제보단 좀 더 움직여 보기로. 그러면 잔기침도 금방 도망가겠지.(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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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라스떡국과 한입떡갈비


  요즘 살뜰히 나를 챙기며 뒤늦게 예방주사를 이것저것 맞고 있는데 어제는 B형 간염 2차 예방주사를 접종했다. 예전과 달리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너무 잘 알게 되어서일까. 잘 자고 잘 먹는 일이 더없이 중요한 일이 되어간다.


  냉동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이틀 전 불린 떡국떡이 있어 그 위에 물 붓고 따로 모아둔 라면스프와 건더기 털어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니 간편 빨간 떡국이 완성되고, 냉동떡갈비도 데우고, 멸치볶음과 열무김치를 꺼내고, 사과 한쪽을 둘로 나눠 그릇에 담았다.


  오늘은 처음 가보는 곳으로 출장 가는 날. 요즘 들어 우리나라도 안 가본 곳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당일치기이지만, 그곳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잠시라도 들르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잠시나마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괜스레 설레는 아침.(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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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흰쌀밥과 삼치구이


  잔뜩 성난 추위에 엉엉 울며 출퇴근하는 요즘. 김서림 방지 안경닦이 효과도 잠시, 금세 뿌옇게 되는 바람에 할아버지처럼 안경을 살짝 내리게 된다. 집에 오자마자 난방부터 자연스레 틀다 보니 관리비는 껑충 뛴 지 오래. 주말엔 따뜻해진다는데 과연 봄은 오는 건가 물음표 뜨는 이 아침에도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는 나는.


  하나 남은 냉동밥을 돌리고, 어제 해동해둔 냉동 삼치를 기름에 구워 소금 후추 솔솔 뿌린 후 시간이 부족해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링 다음 레몬즙을 조금 뿌려 삼치구이를 그릇에 담고, 멸치볶음과 고추장아찌와 열무김치를 꺼내고, 마지막 사과 한쪽을 둘로 나누고, 사과즙을 컵에 담았다.


  기침은 많이 줄었지만, 날이 추워 그런지 목 상태는 아직 깨끗하지 않고. 꾸준히 약 먹으면서 좀 더 지켜보기로 마음먹고는. 이제 곧 봄이 온다는데 깨끗이 회복된 몸으로 책도 열심히 읽고 운동도 힘차게 해 보기로 마음먹는 새 마음의 새 아침.(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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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주비빔밥과 한라봉


  벌써 금요일, 벌써 2월의 끝자락에서 돌아보는 지난 두 달이 일 년처럼 느껴진다. 그건 꾸준한 아침밥 기록 덕분이겠고, 다사다난한 순간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으로 기억했기 때문일지도. 그렇게 오늘 아침도 밥을 차려 먹기 위해 조금 일찍 눈이 뜨인다.


  냉동밥이 다 떨어져 전주비빔밥 주먹밥 두 개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비벼놓고, 바닥을 드러낸 동치미를 싹싹 긁어 담고, 하나 남은 닭가슴살마라볶음을 데우고, 열무김치와 멸치볶음을 꺼내고, 한라봉 반쪽을 한 알씩 떼어놓고, 새 아몬드우유를 개봉했다.


  주말이면 봄이 온다는데 아직은 겨울인 오늘 아침 출근길. 여전히 안경에는 잔뜩 김이 서리고, 매번 같은 옷차림으로 나서는 쳇바퀴 같은 하루의 시작이어도 이렇게 매번 다른 아침밥상과 새 마음으로 적어보는 기록이 나를 구원한다.(22.02.25)


전주비빔밥, 동치미, 멸치볶음, 열무김치, 닭가슴살마라볶음, 한라봉, 아몬드브리즈




이렇게 매번 다른
아침밥상과
새 마음으로 적어보는
기록이
나를
구원한다.






글, 사진 / 나무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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