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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Jul 09. 2022

볶음두부면과 생낫또

3월 2주차_아침 먹는 일은 손 놓지 않기로 마음먹고.

#1 멸치볶음과 고등어무조림


  세찬 바람에 이는 파도처럼 심하게 요동치던 주말이 지나고, 고요하게 맞는 아침. 두 달 간의 기록모임도 끝나고, 이제는 혼자서도 아침밥의 기록을 씩씩하게 잇기로 마음먹는 첫날에.


  어젯밤 안친 밥을 고봉으로 푸고, 남은 김치와 멸치볶음을 꺼내고, 엄마가 만들어주신 고등어조림을 데우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그릭요거트 하나를 꺼내니 단출한 아침상이 차려졌다.


  부쩍 날이 풀린 아침 출근길에 자전거 페달을 부지런히 밟았다. 신호는 딱딱 맞고, 역에 도착하니 곧바로 도착하는 지하철을 보니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아침부터 신나게 운동했다고 생각하니 상쾌한 월요일.(22.03.07)


흰쌀밥, 김치, 멸치볶음, 고등어무조림, 블루베리그릭요거트


#2 치킨카레밥과 양배추샐러드


  매번 오랜만에 헬스장에 가는 일이 익숙해진 것 같지만, 자가격리 이후 처음 제대로 몸을 푸는 것 같아 자못 상쾌한 기분으로. 2주 묵은 재활용쓰레기를 갖다 버리고, 냉장고 유리판을 깨끗이 닦고, 냉장실 일부를 말끔하게 정리했다. 정리정돈이 주는 평화가 깃든 밤이 지나고, 일어난 잠자리를 반듯하게 정리하고 맞이하는 아침에.


  냉동밥을 돌리고, 인스턴트 치킨카레를 끓는물에 데우고, 양배추를 썰어 케첩과 마요네즈를 뿌리고, 남은 샤인머스캣 세 알과 그릭요거트 하나를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따라냈다.


  오늘도 헬스장 문 앞에 서는 것을 목표로 가방을 챙기고, 집에 돌아와 화장대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으면서. 그렇게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지켜가는 마음으로 한 발을 내딛는 출근길의 아침 공기가 신선하다.(22.03.08)


치킨카레밥, 양배추샐러드, 배추김치, 그릭요거트, 샤인머스캣, 아몬드브리즈


#3 볶음두부면과 생낫또


  휴일인데 웬일로 일찍 눈이 뜨인 아침에. 투표도 해야 하고, 악기연습실 예약시간도 늦지 않으려고 분주해져도 아침은 챙겨 먹어야 하니.


  처음 사 본 두부면에 갖은 야채와 버섯 그리고 연두를 넣어 기름에 볶고, 생낫또 하나를 간장에 비비고, 김치를 꺼내고, 천혜향 한 개와 그릭요거트와 아몬드우유를 상에 올려놓았다


  정신없이 오전 시간이 지나고 한적한 식당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한 그릇 깨끗이 비워내고. 집에 돌아와 아침에 돌린 빨래를 널다 보니 창으로 따스하게 들어오는 햇살이 좋아 집안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잠시 침대에 누워 낮잠 자도 괜찮은 한낮의 수요일.(22.03.09)


볶음두부면, 생낫또, 배추김치, 천혜향, 블루베리그릭요거트, 아몬드브리즈


#4 호두크림치즈빵과 딸기우유


  암담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아침. 어제 마신 술로 머리가 지끈거리고, 서둘러 나오며 아침을 챙겨 먹지 못한 채 지하철에 올라타서 꾸벅꾸벅 졸다가.


  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단팥빵과 호두크림치즈빵과 딸기우유를 사서 출근하고. 비닐을 벗겨내고 빵을 반으로 쪼개어 우걱우걱 먹는 오늘의 아침.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먹는 일은 손 놓지 않기로 마음먹고. 나는 나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주어진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정직한 마음으로 대하고, 눈앞에 순간을 따뜻하게 사랑하기로.(22.03.10)


단팥빵, 호두크림치즈빵, 딸기우유


#5 한입떡갈비와 천혜향


  어제는 퇴근하자마자 배드민턴 치러 갔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왜 이리 힘이 없는지 곰곰 생각하다 저녁을 거른 사실을 깨달았다. 내일 아침을 잘 챙겨 먹으면 되니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유혹을 이겨내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따뜻하게 데운 흰쌀밥을 그릇에 담고, 한입 떡갈비 7개를 굽고, 배추김치와 멸치볶음을 꺼내고, 고소한 김도 꺼내고, 천혜향 반개도 쪼개어 놓고, 아몬드우유까지 컵에 따른다.


  역시 아침을 챙겨 먹는 날은 언제나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이 산뜻하다. 더군다나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를 목격했고, 애플뮤직에서 랜덤 재생으로 정승환의 <다시, 봄>이 흘러나오는데 "다시, 봄"이라는 카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재밌는 우연의 순간들이 오늘 하루 나를 여행자의 마음으로 부풀게 한다. 두둥실.(22.03.11)


흰쌀밥, 한입떡갈비, 배추김치, 멸치볶음, 구운김, 천혜향, 아몬드브리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먹는 일은
손 놓지 않기로
마음먹고.





글, 사진 / 나무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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