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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Sep 04. 2024

김초밥과 묵은지

22년 7월 4주차_매번 똑같은 일과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1 김초밥과 묵은지


  주말에 열심히도 놀았고, 그 와중에 백만 년 만에 시작한 축구를 하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몸을 제대로 풀지 않은 상태로 뛴 게 화근이었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허벅지 뒤쪽에서 찌릿한 느낌이 들었고, 쥐 날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같은 부상을 당해 본 다른 친구들은 한 달 정도 푹 쉬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어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먹으려고 주문했던 김초밥과 유부초밥. 양이 많아 남겨둔 것을 꺼내고, 장국과 반찬도 꺼냈다.


  월요일 아침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통증. 어쩔 수 없이 계단이 아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지하철 대합실로 내려갔다. 조금 절뚝이면서도 회사는 가야 한다. 이따 병원도 다녀오고 맨소래담도 잘 바르기로.(22.07.25)


김초밥, 유부초밥, 장국, 단무지, 묵은지, 락교



#2 애플버터잼과 바나나


  어제는 집에 와서 오랜만에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2주나 미룬 재활용쓰레기를 내다 버렸고, 한쪽에 널브러진 마른빨래를 갰고, 이틀 치 쌓인 설거지를 해치웠다. 그럼에도 아직 해야 할 집안일은 많지만, 그래도 시작이 절반인 셈이니.


  식빵 두 조각을 토스트기에 굽고, 딸기잼과 애플버터잼과 치즈와 바나나 한 개를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유리컵에 따랐다.


  어제 종일 김밥을 먹어서인지 밥 말고 다른 게 먹고 싶어서 오랜만에 빵을 먹었다. 빵 두 조각이라 그런지 그래도 꽤나 든든하게 배 채우고 나선 출근길. 어제 물리치료를 받아서인지 생각보다 걷는 게 불편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오늘 잔뜩 쌓인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생각하는 화요일의 출근길.(22.07.26)


토스트식빵, 슬라이스치즈, 딸기잼, 애플버터잼, 바나나, 아몬드브리즈



#3 차돌된장찌개와 아몬드브리즈


  어제는 집에 와서 바로 눕지 않고, 의자에 앉아서 밀린 일을 조금 했다. 아침밥 기록을 정리해서 몇 편 올렸다.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우니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침은 여전히 피곤하고, 할 일은 많다. 그래도 먼저 주방으로 가서.


  차돌된장찌개를 끓이고, 냉동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계란 두 알을 깨서 후라이를 만들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따랐다.


  서둘러 씻고, 어제 돌려놓은 빨래를 널고, 옷을 챙겨 입고, 머리 모양을 가다듬고, 지갑과 에어팟과 핸드폰과 마스크를 챙겨 나왔다. 매번 똑같은 일과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그것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는 하루의 첫걸음에 작은 힘을 실어준다. 오늘도 화이팅!(22.07.27)


흰쌀밥, 차돌된장찌개, 계란후라이, 아몬드브리즈



#4 딸기잼과 그래놀라


  어제는 집 앞에서 친구와 즐겁게 한 잔 마시고 들어왔다. 역시 집 가까운 게 최고구나 싶고. 금세 집에 도착해서 씻고 잠깐 누웠는데 깜박 잠들고 말았다. 그렇게 맞이한 아침에.


  그릭요거트 하나를 요거트볼에 담고, 그 위에 작게 깍둑 썰은 사과와 딸기잼을 올렸고, 남은 사과를 먹기 좋게 잘라 내고, 그래놀라 몇 조각을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유리잔에 담았다.


  오늘도 무더운 아침.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손수건으로 연신 훔치는 지하철 안. 에어컨이 열일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 좀 더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며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는 오늘의 아침밥 기록.(22.07.28)


그릭요거트, 사과, 딸기잼, 그래놀라, 아몬드브리즈



#5 돈가스와 칠리소스


  요즘은 만사가 귀찮다. 그래도 최소한의 집정리는 하고, 여전히 매일 아침을 차려 먹지만, 예전보다 확실히 대충대충 하고 있다. 어제 배달시켜 먹고 남은 음식이 오늘 아침밥이 되는 날이 늘어난다.


  남은 흰쌀밥과 장국과 돈가스와 생선가스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단무지와 깍두기와 칠리소스를 꺼내고, 그릭요거트 위에 잘게 썬 바나나와 블루베리잼을 올렸다.


  운동하기로 마음만 먹고,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나. 몇 달 전 기록에서 열심히 운동하던 내가 정말 나였나 갸우뚱하게 되는 오늘의 나는 긴팔 셔츠를 입고 느릿느릿 걸어 지하철에 오른다. 역시나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손수건으로 훔치며 열심히 기록을 남긴다.(22.07.29)


흰쌀밥, 장국, 돈가스, 생선가스, 칠리소스, 단무지, 깍두기, 그릭요거트, 블루베리잼, 바나나




매번
똑같은 일과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그것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는
하루의 첫걸음에
작은 힘을 실어준다.




글, 사진 / 나무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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