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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티피컬레이디 Oct 28. 2022

아스피 배우자와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 2편

뉴로다이버스 커플 공존을 위한 가이드

 지난 글에 이어 아스피 배우자와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현실적인 전략의 나머지 부분 이어나가도록 할게요.


8. 서로의 성적인 만족감을 이해하고 노력한다 

 성인 아스피들은 감각 과부화 문제로 성적 행위를 즐기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또는 반대로 너무 많이 원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꼭 뉴로다이버스 커플이 아니더라도 개개인마다 얼마나 많이, 그리고 자주 섹스를 원하는지, 얼마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지에 대한 욕구는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름을 이해하고 두 사람이 침대 안팎에서 매일 정신적인 교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Eva는 조언합니다. 


9. 평행 놀이(특수교육에서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간섭 없이 놀이를 하는 것)를 연결하도록 한다 - 여기서는 홀로 교류하지 않고 놀기보다는 서로 교류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의미

 공통의 관심사나 취미가 뉴로다이버스 커플이 연인 관계로 발전한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일상의 의무들을 쫓기에 바빠 하이킹, 소풍, 댄스, 여행 같은 여가 활동들을 함께 즐길 여유가 없게 되고 말죠. 결국 함께 즐기는 활동들을 하는 시간을 줄어들거나 없어지고, 각자 자신의 취미 활동에 몰두하는 "따로 따로 놀기"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이 경우, 아스피 배우자는 사실 큰 불만이 없다고 해요. 실제로 정형인 부인과 며칠, 몇 주, 몇 달이고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고도 아무렇지 않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Eva는 이 때 정형인 배우자가 매우 외롭고, 버려지고, 고립된 기분이 든다고 말합니다. 

 저도 이런 조언을 듣고 남편과 함께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나 남편이나 헬스장을 가는 것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저희 둘 모두 꼭 필요하면서 두 사람 모두 거부감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 것이죠.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대화나 감정교류를 꼭 하지 않더라도 타바타 수업이나 빈야사 요가, 필라테스 수업 등 도전적인 수업을 함께 듣고 땀 흘리고 나면 서로 함께 좋은 시간을 알차게 보낸 기분이 들었습니다. 운동을 하니 점점 더 활기가 생긴 것도 물론이구요. Eva 역시 함께 노는 커플들이 장기간 같이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10. 감각 과부화와 멜트다운에 대처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종종 감각 문제가 있습니다. 즉 오감 중 하나 이상이 극도로 예민하거나 극도로 둔할 수 있는 것이죠. Eva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피부에 닿는 빛이 불에 데이는 화상처럼 느끼는 경우도 있고, 야광이 바로 두통을 야기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기차역에서 소음이나 파티에서 한 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은 금속을 서로 부딪히는 큰 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장을 볼 때 나는 냄새는 메스껍거나 너무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반면, 바늘로 찌르는 게 아무 느낌도 나지 않거나 냄새나 맛의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처럼 특정 감각은 극도로 둔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알고 있고 의지가 있는 성인 아스피의 경우 스트레스나 감각 과부화에 대한 전조 증상을 알고 멜트다운을 잘 피할 수 있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멜트다운은 정형인 배우자에게도 매우 극심한 스트레스 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징후에 대응하는 전략을 만들어 둔다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감능력이 발달한 정형인 배우자는 아스피 배우자가 이런 상황들과 초기 징후들을 스스로 지각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형인 파트너는 아스피 파트너의 스트레스 레벨이 올라가는 것을 파악해서, 스트레스와 과자극을 완화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제안할 수 있겠죠. 


11. 마음 이론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생각, 감정 혹은 의도를 "읽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감정에 대해 가정하거나 느끼는 것을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정형인에 비해 마음이론이 매우 약한 상태이죠. 따라서 아스피들이 의도치 않게 한 말과 행동들은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Eva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형인 배우자의 상처 받은 감정들, 고통 그리고 어려움은 결혼관계를 눈물에 얼룩지게 하고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Eva는 나아가 정형인과 아스피 배우자 모두가 서로의 생각 처리 방식, 내부 세계 그리고 경험에 대해 궁금해 하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상대방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대해서 가정하거나 판단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기준이나 외부의 기준으로 평가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둘 만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 커플이 서로 더 잘 이해하고 끈끈해 질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12. 의사소통 능력을 기른다 

 사람들 간의 소통의 90% 이상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기반을 둔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얼굴 표정, 목소리 톤, 바디 랭귀지를 알아채고 해석하는 데 어려워하고,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의 상당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소통이 수월하지 않고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에 아스피 배우자는 정형인 배우자에게 말을 걸지 않고 정형인 배우자는 고립되고 버려진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Eva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매일매일 아스피 배우자가 알고 했으면 하는 내용들에 대해서 모두 명확한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형인 기준에서는 이렇게 자세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명확하게 말로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죠. 

 아스피 배우자들의 경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를 한다면 배우자가 필요한 것을 충족해 주려고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것 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구체적이고 단계적으로 방법을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정형인들 간의 대화라면 "우리가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나는 불행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아스피 배우자는 정형인 배우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밤에 아이들 재우고 나서 한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고 싶어. 내가 찻 주전자를 올려 놓을게, 그리고 이번 주에 직장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하고 싶어. 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게 아니야. 그냥 들어주고, '그런 일이 있어서 유감이야. 직장에서 당신은 정말 총명하고 당신 회사는 당신같은 사람이 있어서 정말 행운이야'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내 말에 수긍해 주고 인정해 주면 돼."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13. 공동 육아 전략 세우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2편의 연재를 하기도 했고, 전에 제가 운영해 오던 블로그에는 훨씬 더 많은 주제들을 다뤘던, 정말 논의할 내용이 많은 부분인데요. 아스피 배우자의 감각 문제, 마음이론 결핍, 자기중심성, 동시다발적 입력 정보 처리 능력의 결핍,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성향 등... 자폐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들은 사실 매우 육아에 부적합한 부분이 많습니다. 

 따라서 출산을 준비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아는) 뉴로다이버스 커플이라면, 다가올 변화에 대해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필수일 것입니다. 공동 육아에서는 아스피 배우자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많이 나누어 맡고, 두 사람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도우미나 주변 가족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되겠지요.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육아에서 요구되는 것이 계속 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의 역할 분담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스피 배우자는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육아에 있어서 필요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통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픈 마인드로 육아 전문 지식을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14. 현실적인 기대만 하고 판단,평가는 하지 않는다

 정형인 배우자가 가지고 있었던 결혼이나 배우자에 대한 이상이나 바램은 뉴로다이버스 관계에서는 비현실적인 것에 해당됩니다. 기대치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아스피 배우자는 로맨틱하기도 어렵고 내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 주는 소울메이트도 아니며, 알아서 상황을 척척 해결해 나가는 듬직한 남편이 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우 정직하고, 헌신적이며, 한눈 팔지 않고, 순수하며, 진실한 면도 있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하는 경우에는 이기적이라거나 자기중심적이라고 바로 판단해 버리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차분하게 마음이론 결핍으로 인한 그런 언행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아스피 배우자도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형인 배우자 뿐 아니라 아스피 배우자 역시 서로의 뇌신경학적 차이가 있음을 알고, 기대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 합니다. 나와 다른 욕구와 생각을 가진 사람의 필요도 존중 받아야 하며, 자신의 노력이 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생각해 자기중심적인 생활 패턴이나 결정, 소통 방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이 모든 14가지 전략들은 쉽지 않지만 공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시도해 보아야 하는 내용들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결혼 생활에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특히 뉴로다이버시티가 문제가 되는 경우, 어려움은 기본 베이스고 노력은 필수이나, 이를 위한 팁 없이는 어디에서부터 노력을 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뉴로다이버스 커플들에게 이번 연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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