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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Jun 13. 2022

불멍을 좋아하세요?

바야흐로 캠핑의 계절


제목은 거창하나 나는 캠핑족은 아니다. 준비성이 철저하지 못하고 많은 짐을 챙겨 다니기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는 건 또 좋아라 하는데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곳이 있다. 바로 글램핑장. 텐트를 칠 필요 없이 이미 모든 것이 세팅되어 있다. 의자부터 테이블, 안에 침대까지 구비되어 있는, 게으른 캠핑족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사람들이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로 인해 마음이 피폐해진 사람들이 하나둘 자연을 찾아 게으름을 이겨내고 모두 집을 나왔다. 어디라도 떠나자. 숙박업은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이 치솟고 캠핑용품을 장착하거나 차박 할 수 있는 차 또는 캠핑카를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캠핑과 차박에 열광할까? 대강 검색해 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숙박비로 치면 싼 편이다.

2.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

3. 캠핑 먹거리를 위해서.

4. 캠핑 감성을 누리려고.

5. 불멍을 하기 위해서.





1. 숙박비로 칠 것 같으면 제대로 된 캠핑을 위해 준비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결코 싸다고만은 볼 수 없다. 심지어 바지런하게 움직여야 하고 준비해야 하는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비싸다고 생각될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조차 즐길 수 있고 자주 다닌다면 충분히 가격 면에서도 장점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캠핑족, 텐트 치고 준비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즐거운 사람들은, 머리가 복잡할 때 집안 대청소를 하거나, 냉장고 청소를 하는 주부들의 심리과 비슷한 걸 느끼는 것이 아닐까? 복잡해진 머릿속을 깨끗이 정리하기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청소하고 닦고 일하는 게 최고지.


2.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 분명하다. 각종 영상에 노출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란 쉽지 않다. 캠핑장은 보통 계곡 근처이거나 산 속이거나 보통 자연과 함께이기 마련이므로 아스팔트와 인위적인 환경 속에 살아온 우리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좋은 기회가 되어준다. 흙을 밟고 돌길을 걷고 계곡을 바라보고 토끼에게 당근을 주고 닭을 관찰하고 곤충과 함께 자연 속에서 뛰놀 수 있다.



캠핑 하면 고기지! 소시지도!



3. 캠핑 먹거리는 각종 유튜브에 많이 등장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닐까 한다. 일단 야외에서 숯불  구워 먹는 고기는 꿀맛이며  나오면 먹게 되는 맛있는 먹거리들은 충분히 유혹의 대상이   있다. 평소  먹지 않던 라면이나 맥주, 각종 안주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시멜로 구워 먹기, 군고구마나 구워 먹기  캠핑에서만 먹을  있는 감성 먹거리가 충분히 많다.



이미지 출처 : pinterest


4. 캠핑 감성. 인스타그램에 보면 캠핑 사진을 보면 정말 유혹적이다. 아, 나도 차박하고 싶다. 아, 나도 캠핑하고 싶다. 절로 생각하게 된다. 엄청난 귀찮음을 무릅쓰고, 그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애썼던 지난한 시간들은 무시한 채, 그저 부러움만 남는다. 나는 사실 그런 사진을 찍어본 적도 없고, 현실적으로 찍을 수도 없지만 잘 꾸며놓은 텐트나 차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은 든다. 캠핑 소품의 세계도 실로 어마어마하며, 기능과 디자인에 눈을 뜨면 뜰수록 점점 더 대단한 금액대의 소품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일일이 그 유혹에 응하려면 제법 큰 경제적인 타격과, 제법 긴 시간적인 타격을 겪어야, 그 감성을 누릴 수 있는 것 같다. 금손이라면 간단한 소품으로도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나 같은 평범 손들에겐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5. 불멍 하기 위해서. 이건 내가 새로 넣어 본 이유이다. 다른 소품이나 용품은 내가 범접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불멍은 카라반이나 글램핑장에서도 빌리면 충분히 가능하며, 법적으로 용인된 불장난이다. 어른들은 현실의 힘듦과 스트레스를 잊고 불을 아련히 바라보며 멍 때릴 수 있고 아이들은 마시멜로 굽기 막대 폭죽 등을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으니 좋다. 타닥타닥, 불타는 소리를 들으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함께 태워버리자. (캠핑으로 인한 피로가 좀 더 쌓일 수 있는 건 함정이다.)



불멍을 해보자. 기능을 알았으니 써먹어야지.



나열을 해보니, 내 경우에는 2,3,5의 이유로 캠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자연 친화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먹부림을 하고, 불멍을 하기 위해서. 불편한 잠자리와 주변 소음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씻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글램핑이나 카라반을 찾게 되는 이유이다. 텐트를 직접 치고 장비를 직접 구비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으니 미리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이 세상에 찾아보면 없는 게 없다. 이번에 글램핑을 해보니, 최근 코로나로 인한 집합 금지가 없어지면서 가족 단위였던 캠핑장이, 다소 사교의 장으로 변한 느낌은 들었다.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보다는 삼삼오오 엠티에 온 것 같은 분위기가 제법 보이고 장성한 자녀들을 남겨두고 나온 5,60대 아주머니들 모임도 보였다. 다양한 형태의 글램핑족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게 진정한 캠핑을 했던 기억은, 3주 간 트렉아메리카로 미국 횡단을 했던 것이었다. 13명이 한 팀이었는데, 각국에서 온 20대 친구들과 함께 한 명의 인솔자(운전자이기도 하다)와 함께 미 대륙을 횡단한다. 뉴욕에서 시작해 LA까지. 왜 나는 그때의 기록을 따로 해두지 않았을까. 20년 전 나의 젊은 시절, 캠핑의 ㅋ도 모르던 시절, 그렇게 그냥 단순히 침낭 하나 사들고 떠났던 기억이 난다. 텐트를 칠 줄도 모른 채 떠났으나, 가서 배워 나중에는 2인 1조로 후닥닥 텐트를 칠 수 있게 되었다. 곤충들과 전쟁 치르며 언어 장벽 느껴 가며 요리도 하나 못하면서, 한국을 대표해야 했던 그 시절이었다. 그냥 가면 된다는 유경험자 친오빠의 말만 믿고 갔는데 뭐 결론적으로는 그냥 가도 가서 다 배워오긴 했지만, 준비를 조금 하고 갔더라면 같이 여행 다닌 친구들에게 좀 더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젊은 시절이었기에 망정이지, 지금은 캠핑이 영 안 맞는 느낌이다. 비교적 덜 계획적인 성향과, 게으른 성격 탓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회에 아이들은 각종 동물 먹이 주기 체험을 원 없이 하였고, 구비되어 있던 방방이를 무한정 탈 수 있었으며, 해산물과 고기를 실컷 먹으며 불멍 할 수 있었다. 완벽한 캠핑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글램핑이나 카라반으로도 캠핑 감성은 충분히 누릴 수 있으며, 내게 그 캠핑 감성은 일박이면 족하다. 불편감이 잊힐 때쯤 또 어딘가 검색해서 불멍 하러 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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