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송해지려면?
최근 신혼살림에 필수인 건조기. 우리 집에 건조기가 들어온 것은 2018년 경이었다. 살고 있던 지역이 상업 지구라 집은 환기가 힘든 오피스텔 구조였는데, 이전 아파트에 있던 베란다가 없어지니, 건조기는 필수 품목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은 겪어보기 전에는 그 진가를 모르는 법. 나도 건조기를 사기 전에는 도대체 건조기는 왜 쓰는 거지? 했더랬다. 빨래를 널 때 팡팡, 터는 게 가끔은 재밌기까지 한데, 굳이 왜 비싼 건조기 사가며 옷 다 망가트리고 그러지.. 생각했던 것 같다. 사고 나니 신세계가 팡~! 열렸지만.
옷이 쭈그러들고 옷감이 상하긴 한다. 하지만 그 편리함을 한 번이라도 겪은 사람이라면 없이는 못 사는 상태가 된다. 편리함이란 이렇듯, 경험하고 나면 끊기가 영 어렵다. 빨래를 팡팡 터는 것이 아주 가끔 즐거웠지만, 건조기에 머물러 있는 그득한 먼지를 발견하고 나면 집안에 날아다닐 그 먼지들을 생각하며 흠칫 놀라게 된다. 수건이 뽀송뽀송해지는 그 첫 느낌은 특히 너무나 좋았다. 포슬포슬, 따듯한 수건이 나와줄 때, 아 이래서 사람들이 건조기는 필수템이라고들 하는구나 느꼈다.
건조기를 3년 넘게 쓰니 빨래에서 다시 꿉꿉함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빨래를 말릴 수 있는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이사 왔는데도 이제 건조기가 없으면 안 되겠다. 그런데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으니 속이 상하고 말았다. 눅눅해진 채 빨래가 나오는 날은 기분이 과히 좋지 않다. 꿉꿉함, 눅눅함, 이런 느낌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느낌 중 하나다. 식감도 바삭한 것이 좋지, 눅눅하고 미끌거리는 느낌은 싫은데.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게스트 하우스 <몽도>가 생각난다. (참고 글 : https://brunch.co.kr/@neurogrim/90) 그곳은 수건에서 뽀송뽀송하고 좋은 향내가 났다. 이불에서도 그런 포슬포슬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관리가 잘된 호텔의 것도 그러하다. 그 느낌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호텔 이불, 호텔 수건을 검색하는 것일 테다.
집 안의 꿉꿉함을 없애기 위해서 생각나는 것들을 써 보자. 대표적으로 제습기가 있을 것이다. 제습기는 집에 있었는데 왜인지 쓸모가 없어져서 당근 시장에 내놓았던 기억이 난다. 제습기가 생각보다 물을 많이 만들어내고 동시에 열을 많이 내서, 결국은 에어컨을 같이 켜야 하는 일이 생기는데, 에어컨 자체도 제습의 효과가 탁월하니, 딱히 제습기는 필요가 없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었달까.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그랬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지, 집에 있던 제습기가 어느 날 사라졌을 줄은. 제습하고 물 비우고 열 식히고 없애고 푼돈 벌고 이 모든 것이 나의 몫.
생활의 지혜를 얻어볼까 하여 검색해보니 제습에 효과적인 소소한 물품들이 나온다.
1. 신문지. 신문지는 공기 중 습기를 흡수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옷장이나 서랍장, 이불장 등 습기가 많이 차는 곳에 넣어두면 뽀송뽀송해진다. 신발 내 습기를 없애주고 발 냄새도 사라진다. 오래 두면 곰팡이 생길 수 있으니 가끔 교체해야 한다.
2. 숯. 천연 제습기로 유명한 숯은 습기와 냄새를 흡수해 습도를 조절해주고 공기를 정화시킨다. 세척 후 전자레인지에 건조하면 더욱 오래 사용할 수 있다. (10년 간 세척이라고는 안 해본 것 같네. 한 번 씻어 줘야겠다.)
3. 향초. 공기 중 냄새 입자를 태우면서 악취와 습기 제거는 물론, 뛰어난 탈취 효과를 보인다.
4. 베이킹 소다. 침실이나 주방, 개수대, 빨래통 등에 사용하면 탈취와 습기 제거는 물론, 냄새 제거에 효과적이다. (물론, 김치 냄새는 베이킹 소다로도 버겁더라는.)
5. 제습제. 물 먹는 하마가 집안 장롱 곳곳에 있다. 겨울철 결빙이 생기는 유리창에 두어도 효과가 좋다.
적절히 물품을 이용하고, 충분한 환기를 하거나 에어컨을 이용할 것. 이것이 제습의 비결이다. 습하고 꿉꿉하니 기분도 처지는 느낌이다. 아이들도 짜증이 늘고 피곤해하고 모두가 콧물 기침으로 고생 중인 요즘, 맑고 화창한 날씨가 우리 집 건강에도 찾아왔으면 좋겠다. 오늘은 향기 좋은 향초를 피워 볼까. 다가올 장마철은 생활의 지혜로 잘 이겨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