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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Jun 28. 2022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길 좋아해

잘 차려진 밥상 = 브런치 북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기
: 상을 차리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으면서
밥상이 다 차려지자 숟가락을 얹어 식사를 하는 것을
무임승차하는 것에 비유한 말.



브런치를 처음 접했을 때, 브런치 북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10개 이상의 글감을 모아, 매력 있는 제목을 정하고 표지를 골라 내놓은 책들이, 아주 길지도 않고 아주 짧지도 않게, 적당한 호흡으로 짬날 때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어 좋았다. 내가 관심 가지고 있던 분야가 아닌 내용도 쉬이 접해볼 수 있었고, 정리된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내게는 무척이나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래서 브런치 초반에 접했던 무인 편의점 점주 이야기와 호주 바리스타 이야기, 그리고 해외에서 집을 구하는 이야기에 대한 브런치 북을 읽으면서 평소에는 관심 없던 내용인데도 굉장히 재밌게 접하면서 한 번에 술술, 완독 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 당시에 와와 재밌다 하면서 읽은 모든 글들에 라이킷을 눌러댔다.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나름대로 표시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정말로 재밌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읽음이라고 자체 표시되긴 하지만 항상 목록부터 글 읽기를 시작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의 알림 창에 '도배'를 했지 싶은데, 이게 참 나중에 겪고 보니 다소 곤란한 면이 있었다. 그들의 글은 아마도, 최근 글이 아닌 것도 있었고, 활동 중이 아닌 작가였을 수도 있었다. 브런치 입문 한참 뒤에서야, 막 눌러대기 식 내 라이킷이 아무 의미가 없었거나, 거북스러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문하고 보니, 피드에 올라오는 '최근' 글에만 주로 라이킷이 붙고, 댓글이 달리는 것을 경험하면서, 아 예전 글들은 읽어도 별로 표시 내지는 않는 게 트렌드인가 보다 했다.


그 당시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브런치 북의 작가들은 구독을 하고 있지 않던 상태라, 찾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난 당시 구독의 개념이 없었고, 와 이 책 재밌는데? 좋아! 이걸로 끝이었고, 댓글로 뭔가를 표시하기에는 부담스러웠으며, 그렇다고 유령처럼 읽고만 가기는 좀 미안한,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옛날 책 뒤져보며 작가님을 파악하는 게 난 좋은데, 너무 세월 지난 책은 읽었다는 표시를 내는 것이 왜인지 이제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제는 약간 습관적으로 다 읽은 글에 누르는 라이킷을 '일부러' 자제하는 경우도 생겼다.



 

브런치의 가장 큰 매력은 브런치 북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직접 선정한 글들과, 표지, 목록의 구성과 부제목, 책에 대한 설명과 작가의 프로필까지 모두 한 번에 볼 수가 있다.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말투, 문체, 그리고 분위기까지 한 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그 작가에 대해 좀 더 적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잘 차려진 밥상과도 같은, 그 작가의 브런치 북을 읽어보는 것이 좋았다. 관심 있는 글이 생겼을 때, 이 사람의 작품을 먼저 클릭해 보고, 브런치 북이 있다면 살펴보곤 했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기를 좋아하는 셈이다. 재미있는 완결 만화를 몰아서 정주행 하는 것처럼, 인기 있는 드라마가 완결된 뒤 몰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성격이 급하고, 다음이 궁금할 때 다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가 싫은 탓이겠지.


5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은 이제 똑똑, 노크하고 표현을 하려 한다. 좀 더 성의를 댓글로 표현하기도 하고, 구독을 하고 나서 좀 더 파악을 한 다음 좀 친해지고 나서 라이킷 도배를 남긴다든지, 내 순수한 좋아요가 정말로 좋아요일 수 있게 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잘 차려진 밥상 = 브런치 북'에 '숟가락= 라이킷'만 얹는 게 좋은, 얌체 같은 마음이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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