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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Sep 29. 2022

어쩌면 공감받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는지도



처음에는 징징 거림이었다. 나 힘들어, 나 좀 살펴 봐줘, 나 이렇게 살고 있어, 어때, 힘들겠지? 비슷한 직군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누가 누가 더 힘든가 썰을 풀고, 우리 모두 다 그렇게 살고 있으니 그냥 그렇게 계속 버티는 거야, 로 귀결되고 말았다. 전혀 다른 직군의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그래도 당신은 의사라 대접받고 돈 많이 벌잖아'로 이어지면서 대화는 단절된다. 징징 거리지도 못하고 공감받지도 못한 채, 내적 고통과 힘듦을 버티며 그냥 남들도 그렇게 사니까,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와 경로로, 의사 역시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다고 비의료인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듯하다. 의사도 의사 나름이며, 수입도 전체 평균치가 타 직군에 비해 높을 뿐,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대중도 일부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 자녀를 의사로 만들고 싶어 고군분투하면서도 그것이 능사는 아님을 은연중에 체감하게 된다.


뉴스에서는 뭘 해도 욕먹기 십상인 내가 속한 이 직군이, 브런치에서는 의외로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놀라웠다. 의사로서 지식을 설파하거나 사람들을 계도하지 않아도, 의젓한 척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곳은, 너그러운 사람들이 많은 곳인가. 공감 능력이 뛰어난 집단이라 그런 걸까. 직업은 직업일 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저 한 사람의 작가로 대해줘서 그런가. 어떤 이유이든 너무나 고마웠다. 나의 치부를 드러내도, 삿대질하지 않고 따뜻하게 공감하고 위로해준다. 어쩌면, 나는 공감받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다가온 위로가, 남에게도 위로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표님의 '글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자' 제안에, 함께 길을 가보려 하였지만, 생각보다 위로는 어렵고 힘든 것이었다. 글이 쉬이 써지지 않았고, 시간을 편하게 내기 힘들었다. 의뢰인의 요구 사항을 읽고,  사람이 되어 공감을 하고, 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세상에 하나뿐인 그들만을 위한 글을 써내기가, 아직은 버거웠다. 아주  해낼  같은, 떠오르는 작가님이  있었지만, 적어도 그게 나는 아니었다. 제안에 감사하지만, 능력의 한계로 인하여 제안에 응하지 못해 죄송하다 하였더니, 글을 이어가기 힘들었을  내가 얼마나 아쉬웠을지를 오히려 걱정해주었다. 오고 가는 마음이, 고마웠다. 진심으로  되기를 희망한다.


주절주절 이런 말 저런 말을 늘어놓았지만, 결론은 역시 하나다. 이 글을 읽어 주는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공감과 위로의 한 마디도, 그리고 어떤 형식(라이킷, 댓글, 유사 주제로 쓰는 글 등)으로든 남기는 흔적도, 모두 감사한 일이다.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글쓰기를 이어가고, 위안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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