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예능을 보는데, 코치가 자꾸 힘을 빼란다. 잘해야지! 절대 지지 않을 거야!라는 의지를 다질수록 더 힘이 들어간다. 과한 의욕은 치는 순간 과도한 힘이 들어가서 공이 코트 밖으로 나가버리거나, 서브 미스가 생기기도 한다. 잘하던 사람도, 힘이 너무 들어가는 순간, 제 실력 발휘를 못하게 된다.
잔뜩 힘을 주고 사는 현대인에게 어깨 질환과 목 질환은 고질병이 되어 가고 매사 온통 힘이 들어간다. 어디 테니스뿐이랴. 범사 다 그렇다. 학부 때 비올라를 배운 적이 있다. 제일 많이 들은 말이 "팔에 힘 빼고!"가 아니었나 싶다. 어째서 활을 긋는데, 활을 그으려면 힘을 주긴 해야 하는데, 어째서 힘을 빼라고 하는 건지, 난 당최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물론 완전히 뺄 수야 없겠지. 긴장을 풀고 스무드하게 그어라는 소리겠지. 그런데 그게 어디 쉽냐고!!
처음 운전을 할 때가 생각난다. 신경 쓸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어깨 힘 빡 들어가고 사이드 미러 보랴 후방 미러 보랴 핸들 돌리랴 자세 잡으랴 주행 바꾸랴 주차 바꾸랴 음악은 신경 쓸 새도 없다. 하나하나 의식을 해야 하는 시기에 힘을 빼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나 둘 익숙해지고, 하나 둘 조금씩 의식을 하지 않아도 자세가 잡히면, 편안한 자세로 운전이 가능해진다. 음악도 틀고, 옆 사람과의 대화도 가능하고, 여유가 생긴다. 그제야 힘을 뺄 수 있게 된다.
테니스도 마찬가지다. 일단 반복되는 훈련이 포핸드, 백핸드, 서브 자세가 일관되게 잡히고, 하나하나 의식을 해야 할 것들이 거품이 빠지고 나면, 온몸에 들어갔던 힘도 조금씩 뺄 수 있을 것이다. 힘을 빼고, 자신감 있게 탕! 나중에 경기를 시작하게 되면 더 많은 마인드셋이 필요하겠지만, 나는 아직 초보니까. 훈련만이 답이겠지. 힘을 빼려면, 훈련을 지속할 것. 반복에 반복을, 조금 더 바람직한 자세로 자리 잡을 때까지 무한 반복.
더 이상 힘을 내는 건 무리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힘은 소멸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도하게 힘을 내며 살아간다. 힘쓰고, 힘주고, 없는 힘까지 만들어내며 살고 있다. 힘내는 게 습관이 된 나머지 힘 빼는 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다. 어떻게 하면 힘을 뺄 수 있는 것일까.
그 방법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이가 있다. 세르게이 피스쿠노프 Sergey Piskunov의 그림 속 여자다. 그는 양팔을 든 채 수면에 둥둥 떠 있다. 그에게는 물에 대한 공포도, 가라앉으리라는 의심도, 빨리 가고자 하는 욕심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물에 몸을 맡기고 있다. 그가 수영계의 최상급 실력자라거나 강심장의 소유자라서가 아니다. 그는 힘을 빼면 떠오른다는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다. 힘을 빼야 힘을 얻을 수 있다.
<완전한 휴식 속으로 풍덩!>, 우지현 그림 에세이 中
<완전한 휴식 속으로 풍덩!> 그림 에세이에서 우지현 작가는 말한다. 힘을 빼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힘을 빼야 떠오른다. 힘을 빼야 나아갈 수 있고, 힘을 빼야 물에 뜬다. 수영뿐이랴. 육아에 있어서도 잘하려고 너무 용을 쓰면 힘만 들고 별반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더라. 조금 내려놓고, 힘을 빼고, 아이를 믿고 느긋하게 기다려 주면, 어느 날 쑥 자라 있는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이것저것 욕심 내고, 완벽해지려 하는 순간 모두가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새해가 된 지도 보름 이상 지난 시점에, 새해 계획은 힘 빼기로 정해볼까. 힘을 빼는 순간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모순적인 말이면서도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된다. 삶을 살아가는 자세 또한, 순리에 맞게 조금은 내려놓아도 좋지 않을까, 조금은 느긋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