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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Jan 23. 2024

열정 한 조각을 몸에 새기며



열정이 있는 사람들은 눈빛부터 다르다. 사람들이 어떤 분야에 열정을 가지게 되었을 때,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써도 지치지 않고 그것을 쉬이 해낼 수 있게 된다. 우선순위가 바뀌고 그 우선순위의 상단에는 자신이 열정을 가진 분야가 자리를 차지하게 되며 시간을 투자하고 마음을 쓰고 그렇게 조금씩 더 잘하게 되는 수순을 밟는다.


내게 있어 열정을 쏟는 대상은 무엇일까. 22년부터 나름 글쓰기에 열정을 쏟아부었고 나아지고 있는지 발전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즐겁게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일상생활 속에 녹여낸 듯하다. 올해는 테니스에 열정을 쏟아보고 싶어 시작했는데 열정이 녹아나는 순간이란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아이와 항상 함께 해온 출퇴근길에는 내 시간이 없었는데, 요즘 아이가 차량을 이용하게 되어 출퇴근 시간에 자유가 생겼다. 하여, 퇴근은 운동도 할 겸 걸어서 하는데, 그 산책 시간은 길지는 않지만 즐겁다. 사색을 하고 몽상을 하기도 하며 이것저것 생각의 나래를 펼치기 좋은 시간. 테니스 레슨이 있었던 날이면 가끔 사람이 없을 때 사이드 스텝으로 걷기도 하는 나를 보며 스스로 웃음이 터질 때가 있다. 갑자기 팔을 휘두르기도 하는 걸 누군가가 본다면 퍽 웃기지 않을까.




내가 말하는 열정은 단순히 관심 있는 일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동일한 최상위 목표에 변함없이 성실하고 꾸준하게 관심을 둔다는 의미다. 변덕스럽지도 않다. 열정은 날마다 잠들 때까지 생각했던 질문을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옆 걸음질 치거나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같은 방향을 향해서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가기를 열망한다. 극단적일 경우 그런 집중력이 집착으로 불리기도 한다. 열정이 있다면 모든 행동의 의의를 궁극적 관심, 즉 인생철학에 부합하는 데서 찾게 된다. 열정은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만든다.

—<그릿>, 앤절라 더크워스



열정을 쏟을 대상이 있다는 것은 조금 더 삶을 윤택하게 한다. 다른 어두운 생각에 빠져들지 않게 하고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집중하고 열정을 쏟다 보면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그 욕심은 좀 더 나은 실력으로 나아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노력을 더 하게 된다. 그 일련의 과정들은 긍정 선순환이 되어 더 나은 실력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역사가 바로 열정의 대상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을 지경이다. 어린 시절 공부가 재밌었고 나름 열정을 쏟는 대상이었다. 광범위한 영역이 아니라 사소하게는 수첩 만들기 같은 것에 열정을 쏟기도 했다. 직접 그린 캐릭터와 무늬들로 꾸며진 작은 메모장 같은 것들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기쁨을 느꼈다. 개인 홈페이지 만들기에 나름의 열정을 쏟은 때도 있었다. 그러한 사소한 열정들이,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어떤 작은 조각이 되어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내가 나일 수 있는 사소한 역사의 순간에 좋아했던 대상, 열정을 쏟던 그 사람, 그것도 결국 나의 일부가 되어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일지도. 과했던 열정은 어느 순간 사그라들고 일상에 녹아난다. 내 것이 되고, 체화되는 순간 남게 되는 에너지는 다시 또 다른 대상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에너지로 쓰인다. 그런 식으로 여러 열정을 쏟아 내며 조금씩 나를 쌓아가고 만들어 간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열정을 내비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내재된 힘일 것이다. 열정이 과다한 언니들을 보면서 가끔은 부담일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에너지가 부러워지는 것을 보면 사람이 빛이 날 때에는 어떤 그 사람의 열정의 아우라가 비쳐 그런 것은 아닐지. 오늘도 열정을 쏟을 대상을 찾는 여정을 시작해 본다. 열정으로 이룬 나의 한 조각. 반짝거리는 나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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