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딘가 조금씩 비뚤어진 것 같다. 나 역시도 여유가 없을 때면 비뚤어진 마음이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다. 험한 세상 오로지 바르고 정직한 마음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더 이상할 지도. 그러고 보면 손도 완벽하게 대칭이지 않고 어딘가 조금 다르다. 눈도 모양도 크기도 차이가 나고,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도 다르기 마련이다. 완벽한 대칭이란 없다. 완벽한 마음도 있을 리 만무하다.
“알고 보면 사람들은 참 이상하고도 신기한 존재였다. 꽃은 타고난 대로 피어나고 질뿐인데 그걸 몹시 사랑하고 예뻐하고… 꽃말까지 지어 붙인다. 의미를 담아 주고받으며,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기도 한다. 꽃들은 무심하고, 의미는 그들이 알 바가 아니었다. 그저 계절 따라 피었다 지고 사람들만 울고 웃는다. 어느새 봄기운이 완연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최근 읽은 따뜻한 로맨스 소설. 드라마로 나와서 누군가에게는 최애 드라마가 되었다고도 하는데. 소식이 더딘 나는 소설을 검색해 보다가 알게 되었다. 주인공인 임은섭은 굿나이트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이고, 목해원은 그림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고 호두하우스 펜션을 운영하는 이모 곁에서 겨울을 지낸다. 두 사람은 초등 동창. 은섭의 첫사랑이던 해원, 그리고 이제야 은섭의 마음을 알아보게 된 해원. 이들에게 따뜻한 로맨스가 싹튼다. 이도우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의 사랑을 그려낸다. 때로는 은섭의 1인칭 시점 블로그 글로, 때로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나중에 알게 된 이모와 죽은 아버지, 그리고 7년의 감옥살이를 하게 된 엄마, 이 셋의 뒷 이야기는 놀라웠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삶을 버티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겨울에 보기 좋은 소설.
멀쩡해 보이는 그들의 삶에도 어딘가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 삶은 버티는 것이라고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에서 그랬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이 있고, 겉으로 밝아 보이지만 아픈 부모에게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다. 배우자의 외도나 어떤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그 견디는 삶에도 일말의 행복이 있고, 위로와 공감과 사랑이 있었음을.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지금도, 나이 든 후에도 일하도록 해요.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 거예요. 그리고 저 세상에서 얘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 원작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테니스 연재물인데 테니스가 빠질 뻔했다. 테니스는 주로 오른손으로 타격을 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근육은 우측 상완 신전근들이고, 과하게 사용하면 다치기 쉽고 통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조금은 비뚤어진 우리네 삶과 닮아 있지 않은가. 너무 한쪽만 써도 안 된다. 포핸드만 할 수는 없지. 백핸드도 두루두루 잘 쳐내야 한다. 발리만 잘할 수는 없다. 백발리도 유효한 거리 내로 정확히 쳐낼 수 있어야 한다. 두루 연습해야 한다. 어쩌면 조금 비뚤어진 마음도 연습을 하다 보면, 골고루 발달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