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불안 증후군
요즘 잠을 잘 못 자요. 자꾸 다리가 스멀거려서요. 주물려 줘야 하고 움직이면 조금 나은데 가만히 있으면 너무 불편해서 도저히 잠이 잘 안 와요. 전형적인 증상의 하지 불안 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 RLS)을 진단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상한 증상으로 내원하여 이 과 저 과 전전하다가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도 많기에 잘 물어봐야 한다.
우선 URGE를 기억하자. Urge to move, Rest induced, Gets better with activity, Evening and night worse.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 쉬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 주로, 움직이면 나아지고, 저녁이나 밤에 심해진다면, 하지 불안 증후군을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다리가 화끈거리고 주로 한쪽이 심해 신경 검사를 하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환자가 있다. 하지 정맥을 보는 혈관 외과도 들렀다가 약간의 하지 정맥이 발견되어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쉬이 좋아지지 않는 증상. 척추를 보는 정형외과를 들러 엑스레이를 찍고 약간의 협착이 의심되어 시술도 받았다. 그래도 증상은 개선이 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다시 신경과에 들러 지금까지의 경과를 읊었다. 혹시 주로 잘 때 그렇냐, 오, 그러고 보니 그런 경향이 있네요. 주무르면 조금 개선이 되느냐, 혹시 활동 중에는 잘 모르지 않느냐, 음, 그러고 보니 움직이고 있을 때는 심하게 느끼지는 않고 주로 가만히 있을 때 심해집니다. 피검사를 하고 저장철이 낮은 게 발견이 되었다. 하지불안증후군 약을 주고 일주일 후 나는 명의가 되었다(?).
생각보다 쉬우면서도,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하지 불안 증후군이다. 알고 보면 참 쉬운데 환자의 말만 듣고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으로 본인의 증상을 잘 설명해주는 사람은 20%나 될까. 대부분은 이것저것 물어보고 꼬치꼬치 캐물어야 답이 나온다. 왜냐하면 본인조차 그 증상에 대해 의식적으로 어떤지 별로 생각해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의사도 의식하지 않은 상태로 물어보면 놓치기도 쉬운 게 바로 이 병이다.
하지 불안 증후군은 임상적인 진단이다. 즉, 반드시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 PSG)가 필수 인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보통 수면 다원 검사를 하는 이유는 주기적 하지 움직임(Periodic Leg Movements in Sleep, PLMS)이 흔히 (80~90%) 동반하기 때문이다. PLMS만으로 본인이 불편을 겪는 경우는 흔치 않고, 옆에서 자는 사람들이 다리를 움찔거린다며 데리고 오는 경우는 있다. 그리고 PLMS가 관찰되는 경우 수면 무호흡이나 다른 수면 질환이 동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감별을 위해 필요하다.
성인에서 하지 불안 증후군의 유병률은 5~10% 정도이며, 그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30~50%이다. 일차성 하지불안증후군은 특발성, 또는 가족성이다. 이차성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 질환에는 대표적으로는 철 결핍성 빈혈이 있고, 그 외에도 임신, 신경병증, 다발성 경화증, 신부전, 파킨슨병, 약물 등이 있다. 따라서 RLS가 의심되는 사람이 신경과에 가면, 신경전도 검사와 철 결핍성 빈혈 검사를 위한 피검사를 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검사는 저장철(Ferritin) 검사이며 45~50 mcg 이하인 경우 철분 보충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특발성 하지 불안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이따금씩 발현되는데, 영화관에서 3시간짜리 영화를 보다가 다리가 저리고 힘들어서 가만히 못 있고 움직이고 주무르고 힘든 적이 있었고, 너무 많이 걷고 나서 힘든 날 자기 전에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첫애 임신 중에 가끔 밤에 힘들었고 생리 중에 발현되기도 한다. 심하지는 않지만, 가끔 엄청 불편하다. 증상이 잦지 않고 경한 하지 불안 증후군의 경우에는 투약 없이도 스트레칭을 하거나 카페인을 피하고 격한 운동을 피하는 것으로도 보존적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혹시나 심해질 때를 대비하여 자체 처방도 해 두었지만 아직 투약까지 해본 일은 없다. 겪어본 증상이고 내가 환자이니, 같은 환자의 고충은 잘 이해한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도와주고 싶고, 해결해 주고 싶다.
이렇듯 경험한 증상은 공감이 쉽다. 모든 증상을 경험해보면서 고충을 이해해줄 수는 없겠지만, 간접적으로나마 환자나 보호자의 고충을 이해하려 애써본다. 조금이나마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다 보면 조금 더 나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답 없는 질환들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미약하더라도 조금이나마 불편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