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성 저혈압
일어나면 어지러우세요?
쓰러지진 않았나요?
평소에 무슨 약 드세요?
뇌혈류가 수초 간 공급이 중단되거나 혈압이 60mmHg 이하로 떨어지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뇌혈류가 감소할 정도의 혈압 강하가 있으면 사람이 실신을 하게 된다. 실신에는 1. 반사 실신, 2.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실신, 3. 심장성 실신(Cardiac syncope) 및 4. 기타 실신이 있다.
1. 반사 실신(Reflex-mediated syncope)의 경우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실신의 종류인 혈관 미주성 실신(Vasovagal syncope)이 있다. 주로 기립 자세에서 혈관 수축의 장애로 인한 저혈압이 원인이며 주로 젊은이에게 흔하다. 주로 감정적인 자극에 노출되거나, 탈수 및 공복과 동반한 열실신, 통증이 심한 병을 앓거나, 신체 손상 후 공포와 통증 등이 실신을 유발할 수 있다. 소변보다가 실신하거나 (배뇨 실신) 기침하다가 실신하는 (기침 실신) 경우도 반사 실신에 해당한다.
나 역시 실신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고교 시절 덥고 갑갑한 강당에 가만히 오래 서 있어야 하는 조회 시간에, 식은땀 나고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하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 들고 더 이상은 서있기 어려울 것 같다가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주저앉은 적이 두어 번 있었다. 이 경우 의식 소실까지 이어졌다면 혈관 미주 실신에 해당하며, 내 경우는 전실신(Presyncope)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전실신 단계에서 실제로 의식 소실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처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고 쪼그리고 앉거나 눕거나 머리를 가슴보다 아래로 내려두거나 온몸에 힘을 꽉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2. 두 번째가 바로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에 의한 실신이다. 교과서대로 우선 기술해 보겠다. 압력 수용기로부터 들어오는 신경자극이 줄어들면 흥분 신호를 많이 내보내 혈압과 심박출량을 올려 뇌혈류를 유지한다. 일어설 때 하지와 내장의 혈관으로 혈류가 저류 되는데 이로 인해 교감신경이 작동하고 말초 혈관의 저항이 커지면서 정맥 환류가 증가하고, 심박출량이 증가하면서 혈압의 감소를 최소화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보상 기전의 장애로 인해 기립 또는 앉을 때 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해가 쏙쏙 되시는지? ('-'?) 평소 환자에게 설명하는 대로 바꿔 기술해보겠다. ‘사람이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면 피가 아래로 쏠리겠죠? 그 쏠리는 피가 대략 500~1000ml 정도 되거든요, 머리까지 피를 보내야 하니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고 심박수가 뛰겠죠? 그래도 보상이 안 되면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많이 떨어지면 의식 잃고 쓰러질 수 있겠죠. 피를 짜 올려 주는 역할을 보조적으로 하는 애들이 있어요. 장딴지 근육 같은 하체 근력이죠. 얘네가 힘이 세도 쓰러지진 않습니다. 따라서 환자 분은 기립경 검사를 해서 어느 혈압 저하가 있는지 먼저 볼 거고요, 평소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하체 근력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이 기립성 저혈압에 대해서 오늘 좀 더 이야기를 하려 한다.
3. 심장성 실신(Cardiac syncope)은 심장의 구조적 이상으로 인하거나 부정맥 등으로 인하여 심박출량이 감소되며 생기는 실신의 종류이다.
4. 기타 실신에는 뇌혈관질환과 동반한 실신 및 히스테리 실신 등이 있다. 빈맥과 과호흡이 있으면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동반하기도 한다.
사람이 쓰러졌다면 (실신의 평생 유병률은 20~40%, 두 봉우리 분포로 15세와 60세에 최고점을 보임) 보통은 응급실로 가게 되고, 연락을 받는 사람은 신경과 의사다. 실신을 한 것이 명확한 상황이라면 기립경 검사 등으로만 검사가 마무리되겠지만, 정황이 애매한 경우에는 경련도 감별이 필요하므로 뇌파나 뇌 MRI 등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3번의 이유로 순환기 내과 협진을 하여 심장 평가(심초음파나 24시간 심전도 등)를 받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다. 실신은 병력 청취가 중요한 증상이며, 실제 의식 소실까지 이어진 것은 아닌데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면, 공황 장애 등도 감별이 필요하므로 정신과를 보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기립성 저혈압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원인은 다양하다. 자율신경계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을 가진 경우 보상 기전에 장애가 생겨서 기립성 저혈압이 생길 수 있지만, 가장 흔히 접하는 것은 바로, 약물이다. 전에도 <약을 조심하세요>라는 글(https://brunch.co.kr/@neurogrim/80)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약물 부작용에 대한 내용이 포함이니 연장선상으로 보셔도 될 듯하다.
파킨슨 양 증후군을 보일 수 있는 것들 중에 소화제 일부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에세이를 썼는데, 이는 타과 의사도 잘 모른 채 쓰는 경우가 많지만, 기립성 저혈압은 일반인도 많이 알고 계신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알파 블로커(Tansulosin, 제품명 하루날디, 탐스로신 등)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전립선 비대증의 증상에는 아주 효과적인 약물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장복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가끔 쓰러져서 내원하는 분들 중에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경우가 75세 이상에서는 30% 정도로 있는데 그중에 전립선 비대증이 있어 투약을 시작했거나 복용 중인 분들이 종종 있어 주의를 요한다. 물론 이 약만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아래의 표를 일일이 다 알 필요는 전혀 없고 '많다'는 것만 참고하자. 이뇨제도 꼭 써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약의 특성상 체액을 빼내는 것이니 기립성 저혈압을 당연히 일으킬 수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약들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흔하지 않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기술할 때면 항시 조심스럽다. 사람에 따라서는 앗 내가 이 약 먹고 있는데? 하면서 아예 피해버리는 경우도 생기고, 왜 나쁜 약을 먹이는 거야 곡해하거나 오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약을 조심하세요>에서도 누누이 말하지만, 나쁜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없다. 다만 사람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일 수도 있으니 주의를 요할 뿐이며, 알고는 있어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를 할 수 있다. 먹는 약 중에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약제가 있다면, 평소에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고 (전반적인 체액량을 늘리는 효과) 기립성 못 견딤 (Orthostatic intolerance) 증상 (어지럼, 몽롱함, 피곤, 허약, 심계항진, 발한 등)이 있을 때 뇌혈류를 최대로 할 수 있도록 앉은 채 머리를 내리거나, 누운 채 다리를 올리면 된다.
인지가 떨어지는 환자들에게 '매일 운동하세요'라고 떠들어대듯이,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하체 근력 운동하세요'라고 매일 떠들어댄다. (하루에 몇 번이나 말할까? 문득 궁금하다.) 늘어나는 약은 필요해서 드시는 것이겠고, 줄여볼 수 없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할 텐데 일시적으로 혈압을 짜 올려 주는 약도 있지만 고령에서는 오히려 기저 고혈압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 잘 쓰지 않으므로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사실상 그것뿐이다. 물론 '그래, 스쿼트 런지 등 하체 근력 운동 열심히 할게' 말해주는 어르신들은 없다. 그게 뭔지도 모르실걸. '무릎이 아파 못해~ 의사 양반도 이 나이 되어봐' '아이고 내 그거 할 수 있음 진즉 했지, 걷기도 힘든 마당에.' 할 말이 없게 만드는 환자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알고는 계시라고 오늘도 떠들어댄다. 젊은 애들한테는 어느 정도 통한다. 젊음이 이래서 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