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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에는 책임이 2

중학생의 세계

by 요롱

그게 무슨 말이니?


수진이는 자신의 영혼을 갈아 놓듯이 자기소개서를 완성한 거라, 내가 지도하는 대로 자기소개서를 고치다 보면 다시 뼈대를 잡고 전체를 바꿔야 해서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좋은 마음에 시간을 들이고 고쳐 쓰는 방향을 지도했는데 수진이가 그렇게 받아들여 아쉽기는 했지만, 아이가 너무 확고하여 알았다고 하였다.

며칠 후 면접 일정을 안내해야 해서 어머님과 통화하면서, 자기소개서와 관련하여 수진이가 내용을 좀 바꿨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의지가 너무 강해서 처음 그대로 제출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 죄송해요. 저도 알고는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서.


어머님은 수진이와 학원 선생님이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아이가 학원 선생님을 절대 신봉한다는 것이었다. 무슨 종교에 빠지듯 학원 선생님에 말에 너무도 수긍해서 순간 움찔했다고. 수진이가 제출했던 자기소개서도 학원 선생님과 의논하여 완성했다는 말씀 하셨다. 내가 자기소개서 지원 동기 내용 중 고쳐주었던 "다문화 아이가 제 말을 알아듣고 소통이 되자 짜릿함을 느꼈습니다."에서 '짜릿'하다는 용어가 너무 저급하다고 학원 선생님이 지적했다고.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수진이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다행히 수진이는 학과 모집인원 25명 25명만이 지원해서 무사히 외국어고에 합격할 수 있었다. 뭔가 우리 사이에 어색함이 스며든 채 수진이는 중학교 졸업을 하게 되었고, 진심으로 수진이가 고등학교 입학 후 적응을 잘하고 즐겁게 공부해 나가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수진이네 학년 아이들이 고등학교 입학한 지 1년쯤 되던 즈음, 마침 외고에 근무하는 동기 친구를 만나게 되어 우리 학교 졸업생들 잘 지내느냐 물었다.


수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수업 시간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적응 못하고 이번에 자퇴한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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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든 아이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선택에 시행착오를 줄여가고 책임을 통감하면서 서서히 성장하는 것이겠지. 너무 아픈 성장통이 아니기를, 앞으로 보다 나은 선택을 해나가며 나아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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