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의 세계
그게 무슨 말이니?
수진이는 자신의 영혼을 갈아 놓듯이 자기소개서를 완성한 거라, 내가 지도하는 대로 자기소개서를 고치다 보면 다시 뼈대를 잡고 전체를 바꿔야 해서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좋은 마음에 시간을 들이고 고쳐 쓰는 방향을 지도했는데 수진이가 그렇게 받아들여 아쉽기는 했지만, 아이가 너무 확고하여 알았다고 하였다.
며칠 후 면접 일정을 안내해야 해서 어머님과 통화하면서, 자기소개서와 관련하여 수진이가 내용을 좀 바꿨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의지가 너무 강해서 처음 그대로 제출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렸다.
선생님, 죄송해요. 저도 알고는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서.
어머님은 수진이와 학원 선생님이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아이가 학원 선생님을 절대 신봉한다는 것이었다. 무슨 종교에 빠지듯 학원 선생님에 말에 너무도 수긍해서 순간 움찔했다고. 수진이가 제출했던 자기소개서도 학원 선생님과 의논하여 완성했다는 말씀 하셨다. 내가 자기소개서 지원 동기 내용 중 고쳐주었던 "다문화 아이가 제 말을 알아듣고 소통이 되자 짜릿함을 느꼈습니다."에서 '짜릿'하다는 용어가 너무 저급하다고 학원 선생님이 지적했다고.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수진이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다행히 수진이는 학과 모집인원 25명 25명만이 지원해서 무사히 외국어고에 합격할 수 있었다. 뭔가 우리 사이에 어색함이 스며든 채 수진이는 중학교 졸업을 하게 되었고, 진심으로 수진이가 고등학교 입학 후 적응을 잘하고 즐겁게 공부해 나가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수진이네 학년 아이들이 고등학교 입학한 지 1년쯤 되던 즈음, 마침 외고에 근무하는 동기 친구를 만나게 되어 우리 학교 졸업생들 잘 지내느냐 물었다.
수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수업 시간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적응 못하고 이번에 자퇴한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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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든 아이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선택에 시행착오를 줄여가고 책임을 통감하면서 서서히 성장하는 것이겠지. 너무 아픈 성장통이 아니기를, 앞으로 보다 나은 선택을 해나가며 나아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