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의 세계
1학년 기획을 맡아 가뜩이나 무거운 마음에 잘해 낼 수 있을지의 두려움까지 얹어진 2월의 어느 날, 우리는 제비 뽑기로 그해 함께할 운명의 반을 결정지었다. 아무리 교무실 청소를 하며 산뜻한 마음을 가져보려고 해도 꿉꿉한 마음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그때, 학교 상담사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혹시 학급에 김민건이란 학생이 있는 반 어디일까요?
명단을 훑어보니 우리 반. 역시 ‘주의를 요망’하는 아이가 우리 반이 아닐 리 없다.
민건이 초등학교 때 선생님으로부터 인계받은 내용인데요. 민건이가 한부모가정인데 아빠 하고는 연락이 되지 않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랑 사는데 나이가 많이 드셔서 민건이가 학교에 잘 다닐 수 있도록 학교에서도 많이 도와줘야 한다고 하네요.
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의 주의 요망이었다. 학교 사고뭉치도 부적응도 교우 관계 문제도 아닌 돌봄이 필요한 경우. 입학식을 앞두고 아이 핸드폰으로 전화해 보니 통화가 되지 않았고 할아버지 폰으로 전화를 해 보았다.
할아버지 여기 **중학교입니다. 이번에 민건이 담임입니다.
에?
민건이 중학교 담임이라고요! 민건이 집에 있나요?
에?
아, 민건이 3월 2일 입학식인 거 알고 있을까요?
예?
교복은 미리 맞췄을까요?
할아버지는 노령이시라 잘 듣지를 못하셨고 아이가 학교에 잘 올까 노심초사하며 입학식을 맞이했다.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무사히 등교했고, 조종례 시간에 알려준 것을 카톡으로 다시 물어오는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탈 없이 중학교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장학금을 주려고 가족관계증명서를 살펴보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90살이 넘으신 걸 알았고, 말하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느리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 비뚤어지지 않고 잘 자라고 있는 민건이가 대견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