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용 탐구생활
어릴 적엔 강아지를 키웠던 내가, 지금은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둘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고양이는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을 지닌 존재다. 마치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것처럼, 어떤 고양이는 도도하고 자존심이 강한 반면, 어떤 녀석은 강아지처럼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피우기도 한다.
강아지보다 훨씬 독립적인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외로움을 덜 타는 건 아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할 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고양이는 무기력해지기 십상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애용이는 외출을 즐기는 고양이라 하루에 두어 시간씩, 두번은 바깥세상을 탐험한다. 다른 고양이들과 소통도 하고, 산책도 하며, 세상을 구경하고 돌아오면 지쳐서 달콤한 낮잠에 빠지곤 한다. 물론, 애용이가 외출을 할 때면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 고양이 어르신께서는 외출을 못 하면 온몸이 근질거리시는지라, 밖으로 나가는 걸 막을 수가 없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그저 고양이님의 모험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릴 뿐이다.
작년부터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낚시놀이에도 크게 흥미가 없고 외출 후엔 줄 곧 잠과 마시지만 선호하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하기도 한다. 기력이 딸려서 피곤한 모양이다. 동물들의 시간은 사람들의 시간보다 굉장히 빨리 흘러간다. 애용이가 추정으로 10~12살 정도이니 사람 나이로 치자면 대략 60대쯤 됐으려나. 강물처럼 잔잔하게 흐르던 애용이의 시간은 이제 거센 물살에 휘말린 듯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내 눈앞에선 늘 똑같은 고양이지만, 그의 시간은 마치 강가의 돌멩이처럼 조금씩 닳아가는 중이다.
동물들은 나이가 들면 눈이 잘 보이지 않고 털도 푸석해진다고 들었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것 또한 자연의 섭리.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꽃중년의 외모를 간직한 애용이
사실 고양이들 세계에서 어떤 냥이가 인기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정원에서만큼은 애용이가 아이돌 그 자체다. 정원에 사는 네 마리 고양이들이 애용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면 마치 열광하는 팬들 사이로 시크한 표정의 스타같다고나 할까. 그 인기가 실감이 난다. 완전 쫄보이지만 그래도 다른 길 고양이가 정원으로 들어오면 당당하게 맞설 줄도 아는 배짱도 있는 녀석.
이 매력 만점 꽃중년의 외모를 한번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반곱슬 냥냥
애용이 털은 반곱슬이다. 그렇다.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반곱슬이 존재한다. 장모가 아님에도 귀 뒷부분과 앞다리 안쪽이 반곱슬에 털 빛도 좀 더 밝다. 마치 파마를 한 듯한 애용이의 귀 뒷모습은 사랑스럽다.
동글동글 얼굴
애용이는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웃상을 가진 고양이다. 살이 쪄서 넙데데한 몸에 비해 얼굴이 좀 작아 보이기도 한다. 고양이들은 살이 쪄도 귀엽지만 사람들은 그렇지도 않은 슬픈 현실...
앙콤한 앞발
고양이들은 자신들만의 특이 양말을 신고 있다. 찹쌀떡처럼 하얀 녀석들도 있고 특이 패턴의 양말을 신고 있는 녀석들도 있다. 애용이는 특이한 점은 없지만 오동통 앙콤한 앞발들은 매력이 철철 넘친다. 이 귀여운 앞발 속에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다.
유일한 패턴의 꼬리털
애용이는 온몸이 회색이지만 긴 꼬리에 은은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태국고양이 코렛의 특징이다. 아마도 애용이는 다른 회색냥들이 섞인 녀석 같은데 꼬리는 코렛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너구리 같기도 한 뒷모습에 웃음이 자주 나는 포인트다.
진한 아이라인
눈, 입 주위털은 조금 밝고 눈은 아이라인이 그어진 것처럼 진하다. 꼭 눈화장을 한 듯한 매력냥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애용이도, 나도, 그리고 모든 사람과 식물, 동물들이 그러하다. 그 시간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뿐이다. 애용이의 부드러운 발바닥과 특별한 꼬리 패턴을 보며, 그가 내 곁에 있어 주는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한다. 동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무한한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그 순간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함께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수는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2024년 올해 기준 반려가구는 500만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중 고양이 입양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동물을 입양하는 수가 늘어나는 만큼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제도도 성장하여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을 수 있길 늘 바라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