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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예 Aug 25. 2024

너는 누구냥

러시안블루, 샤트룩스 그리고 코렛

치즈냥들이 유난히 많은 우리 동네에서 유일한 회색 털을 가진 애용이는 단연 눈에 띄었다. 품종묘를 따로 선호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나에게 먼저 다가와 친근함을 표시해 준 이 고양이는 도대체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에 리서치를 해 보았다. 회색털을 가졌지만 고양이 세계에서는 블루계열이라 명명되는 것 같았고 블루 계열에서는 크게 러시안블루, 샤트룩스, 브리티시숏헤어, 코렛으로 분류가 되는 듯하다. 


그리고 아래 몇 가지 사항들과 성격들로 보았을 때 애용이는 코렛 또는 다른종과 섞인 녀석이라고 볼 수가 있었다. 




1. 털


미세한 털색깔의 차이와 길이, 안쪽 털의 복실복실 유무 정도에 따라 차이를 두는 듯해 보인다. 

러시안블루는 좀 더 밝은 색의 회색빛이다. 근데 코렛 사진 굳이 저걸 올려야 했나...





2. 얼굴모양 (코, 눈 색깔)


가장 많이 구분 지을 수 있는 특징은 얼굴이다. 

샤트룩스는 대체로 얼굴형이 동그랗고 코렛은 하트모양에 가깝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가... 가끔 애용이 얼굴은 원숭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러시안블루는 삼각형의 날렵한 얼굴과 귀가 좀 더 큰 느낌이다. 샤트룩스는 골드빛 오렌지눈, 코렛은 밝은 녹색, 러시아블루 역시 녹색 눈이다. 


샤트룩스는 얼굴이 대체로 둥글고 코가 짧은 편이고 이마에서 코끝까지 부드러운 굴곡이 있다. 코렛은 이마에서 코까지 떨어지는 굴곡이 좀 더 있는 편이다. 하지만 러시안블루는 이마부터 코까지의 선이 일자로 떨어지는 강남언니들 스타일이다. 






3. 귀


샤트룩스는 대체로 짧고 끝이 둥글며 코렛은 길고 끝이 둥글다. 반면, 러시안블루는 길고 귀 끝이 뾰족하다. 

샤트룩스와 코렛은 귀 안에 털이 자라는 반면 러시안블루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4. 꼬리와 엉덩이

샤트룩스는 엉덩이의 골격과 다리가 다른 고양이들보다 짧고 약간 통통한 듯해 보인다.  코렛은 엉덩이가 펴져 보이며 꼬리는 길고 줄무늬가 있다. 여기서 애용이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러시안블루는 골격이 대체로 날렵하고 다리는 길며 꼬리는 무늬가 없는 걸 볼 수 있다. 




회색털을 가진 아이들의 외형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5. 성격


녀석들은 성격에서도 차이점이 있었는데 샤트룩스는 차분하고 독립적이며 주인에게 충성스러운 면모와 깊은 애정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충성과 깊은 애정이라... 너무나 부러운 장점이지만 이건 냥바냥이겠지?

반면, 코렛은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성격과 똑똑함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과 소통을 좋아하고 스킨십도 좋아한다고 한다. 애용이는 평소 때 스킨십을 싫어하는 것 보면 이것도 냥바냥인 듯하다. 러시안블루는 대체적으로 온순하고 수줍음이 많으며 애교가 많다고 한다. 


내가 관찰해 본 애용이는 독립적이며 인간에 의지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자신이 무언가 필요할 때 불러서 요구할 줄 아는 똑똑한 녀석이다. 사람이나 고양이에 크게 관심이 없지만 인기가 많은 잘생긴 고양씨. 어린 동생들이 다가오면 품어주다가도 선을 넘으면 딱끔하게 혼낼 줄도 아는 단호박 아저씨다. 쫄보에 겁도 많지만 맞서야 할 때는 덩치값도 좀 할 줄 아는 돼냥씨 애용. 


애용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펫샵에서 좋은 품종묘나 품종견을 구입한다. 


그런데 좋은 품종은 무엇인가? 


나에게 좋은 품종이란 사람들의 순수혈통에 대한 집착을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일컫는 순화된 표현인 것 같다. 물론, 품종유지가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중요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자본주의와 결합했을 때이보다 끔찍한 현상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좋은 품종이란 곧 비싼 가격을 나타내는 것이고 그런 품종을 생산하기 위해 철장에 갇혀 평생을 원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야 하는 지옥을 경험하는 동물들에게 끔찍한 고문과도 같은 단어이다. 결국 품종유지는 인간적 측면에서 해석되는 슬픈 단어인 것이다.  


동물뿐만이 아니라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역사의 자료들이 근친이 이루어졌을 때의 유전적 질환을 지적하고 있다. 샤트룩스의 경우는 관절과 슬개골 탈구, 치은염에 약하고 코렛은 축저증과 갈글리오사이드증, 러시안블루는 다낭성 신장질환, 진행성 망막위축 등의 유전적 질병들을 안고 있다.


대부분의 코숏들이 건강하고 유전적 질병이 적은 것은 다양한 개체와의 믹스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냥바냥이고 위에 글들은 순전히 나의 의견이므로 의학적 자료를 뒷받침할 자료는 없다. 다만, 애견이나 애묘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살아가면서 잔병 없이 잘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보호자에게는 이 보다 더 큰 효도는 없다는 것임을.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어떤 가정에서 자라겠다고 하는 선택 따위는 없었다. 그렇기에 반려동물을 선택할 때 그 기준이 좀 더 까다롭고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고르고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좀 더 특별하고 예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런 분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이쁘고 귀여움에 끌리는 건 본능이다. 다만, 우리에겐 생명을 물건처럼 사고파는 펫샵 말고도 다른 대안적인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지금도 많은 유기된 동물들이 보호소에서 한 치 앞도 모르는 하루를 철장 속에서 살아가다 이슬이 되어간다. 누군가에게 버려졌거나 사건 사고로 발견된 슬픈 사연이 있는 아이들이다.  애용이도 분명 품종묘라고 해서 어느 가정에 받아들여졌다가 버려졌다.  이 녀석도 어쩌면 철장 속 누군가의 도움을 애타게 기다리는 고양이 중 하나일 수도 있었다. 


 나이 든 고양이라고 눈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키우면서 드는 정은 무섭다. 어떤 품종이고 나이가 얼마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인연인 아이는 결국 어떤 길로든 서로 연결이 된다는 걸 애용이와 함께 지내며 깨달았다.  아이들이 주는 기쁨과 위안은 품종을 망라하고 모두 평등하기에 어떤 품종이든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 집에는 다섯 아니 네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 애용이가 실내로 들어와 사는 유일한 고양이고 나머지는 동네 고양이가 온실에 낳고 떠난 새끼들이다. 한 마리는 형제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지는 집 주변을 배회하지만 들어와 잠을 자진 않는다. 이 녀셕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곁을 내주지 않아서 그저 깨끗한 물과 사료들을 챙겨주는 선에서 관리하고 있다. 힘들게 모두 중성화도 마쳤다.  사람 손을 타 본 적이 없고 계속 밖에 살아서 그런지 경계가 심하고 곁을 내주지 않아 안타깝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관계란 무릇 쌍방통행인 것을... 존중과 배려에서 관계는 시작된다. 동물과도 마찮가지다. 느리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함이 관계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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