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킹홀리데이 - Step 16
한 분기는 도대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일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 본다. 누구나 다 그렇다.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 당신만 못난 게 아니라는 걸 먼저 깨달아야 한다.
오늘은 세 달 정도가 지나면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한 번 추려 본다. 안타깝게도, 오늘의 글은 그렇게 유쾌하진 않을 것이다. 세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주변보다도 나 자신과의 싸움이 훨씬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외로움과의 혈투
타지 생활은 기본적으로 외로움과의 싸움이다. 당장 한국에서도, 부산에서 서울만 가도 외로움을 크게 타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게다가 그게 한국에서 한 6000km쯤 떨어져 있는 캐나다라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의외로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많은 기회를 얻어도 내 내면이 병들면 말짱 헛것이기 때문이다. 이 '내면,' 소위 멘탈의 관리를 위해 드릴 수 있는 팁들을 아래와 같이 공유해본다.
1) 외로움과 친숙해지기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캐나다는 이민자의 나라다. 이민자가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허수로 이민을 지원하거나 단순히 경험을 위해 오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고, 그렇단 얘기는 '곧 본국의 자기 집으로 돌아갈 예정인, 또는 돌아가야만 하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며, 모두가 그걸 알기 때문에 장기간 깊은 관계를 맺는 친구를 사귀는 게 매우 어렵다는 얘기기도 하다.
이 현실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 받아들여야 한다. 대신 현실을 인정하고 전략을 바꿔야 한다.
2) 가볍지만 넓은 인맥 만들기
위의 설명에서 이어지는 것인데, 여기선 모두가 외롭다. 그렇기 때문에 '가볍지만 넓은 인맥'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심심할 때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그런 인맥들 말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전에 한 번 소개한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한 비즈니스 만남일 수도 있다. 한편 밋업(MeetUp)같은 모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관심사의 사람들과 취미를 공유하거나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한편 지역 도서관이나 종교단체처럼 좀 열린 공간을 중심으로 강좌나 체험 프로그램 같은 게 열리기도 한다. 심지어 무료인 것도 생각보다 많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인맥을 넓혀 보자. 자신을 소개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며, 소셜 미디어 계정 같은 걸 공유하는 건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주저하지 말고 다가갔을 때 여러분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마음을 열고 다가올 것이다.
3) 가까운 사람과 사이 유지하기
의외로 중요한 점 중 하나다. 집주인, 일자리의 동료, 자주 가는 가게의 점원 같은 사람들과 친분까진 아니더라도 반갑게 인사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친근함은 쌓아두자. 정말 외롭고 힘들고 지칠 때 이런 사람들이 건네는 반가운 미소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엄청난 힘이 되는 경우가 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이 사람들이 유용한 정보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고.
● 언어의 장벽
또 하나 한국에서 사전 정보나 경험 없이 출발하는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건 캐나다에 있으면 영어가 저절로 늘어날 거라는 착각이다. 아예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닌데 번지수가 많이 빗나간 얘기기도 하다. 강조하지만 언어는 절대로 저절로 실력이 늘지 않는다. 이게 문제가 되는 건, 언어 장벽이 크게는 구직부터 작게는 집 근처의 슈퍼마켓에서 물건 사는 것까지 일상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나에게 제약을 가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어(또는 퀘벡주 거주자라면 프랑스어까지)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경우 중요한 건 딱 세 가지다. 1)나에게 맞고 2)꾸준히 할 수 있으며 3)계속 말하고 쓰게 만드는 거다. 이게 한국에서 공부하듯이 책을 읽거나 앱을 깔아서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영어회화 모임에 참석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위의 MeetUp 어플리케이션 같은 곳을 보면 이런 모임이 많다. 물론 대도시 한정이긴 하지만...), 영어로 된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거나 콘텐츠를 따라 읽고 암기하는 소위 쉐도잉(Shadowing)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런 것들 중 그나마 나와 맞는 걸 꾸준히 반복하면서 영어와의 접촉면을 계속 늘려나가야 한다. 그리고 계속 의식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도전하지 않으면 사람은 안주하게 되어 있다.
● 건강관리
타지에서 아프면 서러운데, 그게 말까지 잘 안 통하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캐나다는 무상 진료를 제공하지만, 아직 구직 중이거나 취업한 지 얼마 안 된 외국인인 당신에게는 딱히 해당사항이 없다. 대부분의 주에서 6개월 이상 풀타임으로 근무할 것을 건강보험 가입 조건으로 제시하며, 이 보험이 있어야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운 좋게 당신이 건강보험 가입자가 됐다고 친다면 진료를 꾸준히 예약해서 받으면 된다. 문제는 그게 아닌 경우인데, 일단 평소에 건강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과욕 부리지 말고 쉬고, 증상은 처음 나타났을 때 빨리 약을 먹고(그나마 캐나다는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범위가 넓어서 이게 쉬운 편이다), 안 되면 빨리 한인 병의원이라도 찾아가서 비싼 돈 내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게 제대로 되지 않아서 한번 큰 병을 앓게되는 순간 모든 계획이 작살나는 수가 있다. 명심하자. 건강은 평소에 챙겨야 하고, 영양제 섭취와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하며, 병은 작은 것일 때 치료하기가 훨씬 더 쉽다.
● '컨트롤'의 중요성
결국 요점은 '내가 내 삶을 통제하는 것'이다. 워킹홀리데이를 오면 그게 정말 어렵지만, 이걸 달성하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 구직을 빨리 성공해야 하는 이유도 그거다. 제대로 된 정기적인 수입이 있어야 그 수입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예측하고 예측에 따라 리스크를 줄여가며 관리를 할 수가 있다.
그 다음이 한국에서 '정상적이고 당연했던' 삶을 복원해나가는 것이다. 힘들 때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는 삶, 부르면 나올 수 있는 친구가 있는 삶 같은 것 말이다. 이 과정을 긍정적인 감정만 가지고 이겨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걸 이겨내야 미래가 있다.
● 마치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워킹홀리데이 3달차, 늦어도 반년차 정도부터는 생존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새롭고 강력한 적이 당신의 삶에 등장한다. 생활의 측면에서 빠르게 삶을 안정시키고 나서, 내 자신과의 혈투를 시작해보자. 건투를 빈다. 준비된 당신은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