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의 즐거움
하락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같다. 1년 전의 나였다면 이런 하락장에 대해 미리 대응하고 돈을 빼고 난리를 쳤겠지만, 요즘 같은 하락장에도 사 모을 수 있는 용기를 준 썰에 대해 풀어보려고 한다.
의대에 입학한 지 5년째 되는 해, 정신과 실습을 처음 했다. 이전에 정신과 의사가 된 이유에 대해 밝힌 글에서도 썼듯이, 나는 정신과에서 하는 환자 증례 발표(case conference)를 듣고 정신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 매력이란 무엇인가? 정신과 환자가 있다고 치자. 그 환자는 의사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의사는 괴롭다. '저 환자는 왜 저런 말로 나와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할까?' 의사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정신과 환자 증례 발표는 그것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이다. 저 환자는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이런 것들을 보며 환자 병리 기전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다 보면 환자가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음번에 환자를 볼 때 진심으로 힘들었겠구나 건넬 수 있다.
(물론 현재는 환자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환자의 과거로부터 온 것이라기보다는 나의 요인이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는 과정이지만, 당시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기에 논외로 하기로 한다.)
그런데 최근 또 한 번 나를 매력에 빠지게 하는 분야를 만났다. 바로 주식이다. 정확히는 한 선생님을 만나면서부터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정신과에서는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환자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지만, 주식에서는 그렇지 않다.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주가에 가려진 그 회사의 가치에 대해 탐구하려고 노력한다.
환자의 본질에 대해 알고 있는 의사가 환자가 증상으로 의사를 힘들게 해도 따뜻하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듯, 기업의 본질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요즘 같은 하락장에 떨어지는 주가로 기업이 날 힘들게 해도 조용히 매수함으로써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만약 내가 그러한 전문가를 만나지 못했다면, 포스트 코로나 조정장이 시작된 지금 주식을 손절 치고 평생 그만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하지만 본질에 대해 파악하는 것은 정신과적 영역이나 주식에서나 큰 수익을 가져다줄 것을 나는 확신하기에, 계속 배우고 장에 머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