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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Mar 04. 2022

췌장암인데 치료를 안 받아?

드라마)서른아홉

@스포일러 포함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가장 마지막에 본 드라마가 2019년 방영된 스카이 캐슬이니 약 3년 만에 본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인데, 영화는 길어야 세 시간이면 끝나는데 드라마는 한 작품을 보려면 최소 열 시간 이상 써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러닝 타임이 긴 만큼 작품의 전개도 느려서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런데 작품 서른아홉에서 보여주는 39살의 연애는 그게 아니었다. 첫 화부터 처음 만난, 아니 두 번째 본 주인공들이 잔다. 이게 요즘 삼십 대들의 연애인가? 싶으면서도 확확 빼는 진도에 몰입되었다.


 어쨌건 오늘 말하고 싶은 주제는 이게 아니고 역시 나의 이슈인 아름다운 죽음에 관해서다. 이 드라마를 보면 찬영은 항암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절친들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한부 인생을 보내기로 한다. 남은 시간을 오롯이 즐기는 것이다. 나는 이런 찬영의 방식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삶은 시한부이기에 늘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야 하지만, 영원히 살 거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인간의 생각이 어디 가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전몬의의 시한부 선고는 그러한 오만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트리거가 된다. 하여 그렇게 해서라도, 잠깐 동안이라도 소중한 사람들과 오롯이 즐기고 가는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말기 암 선고를 받으면 혼란에 빠진다. 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당장 나부터도 그럴 것 같다.) 그리고 찬영은 곁에 지지해주는 부모와 챙겨주는 친구들이라도 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도 힘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삶을 온전히 즐길만한 정신을 제대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필요하다. 우리 곁에서 함께 숨 쉴 수 있는 호스피스가. 다행인 점은, 이렇게 유명한 드라마에서도 아름다운 죽음이 나오기 시작한다는 것은 사회가 바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이제는 드라마에서 뿐 아니라 우리 근처에서 실제로 우리가 시한부 삶을 살게 되었을 때 우리에게 조언을 주고 우리를 이끌어줄 기관과 제도가 필요한 때다.


 비혼이 증가하고, 딩크가 증가하며, 일인 가구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절친과 연인,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죽음을 보내는 장밋빛 현실(비록 시한부여도 이런 상황은 정말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이 펼쳐지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아름다운 죽음이 제도화되고 대중화되어, 모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안타까운 사람들의 한줄기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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