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과 사랑의 상관관계
명상을 하다가 처음으로 마음속에서 좋지 않은 감정이 아닌 사랑의 감정이 떠오른 때가 있었다. 사실 좋고 나쁠 것도 없이 다 그저 감정일 따름이지만 아직까지 무의식적으로 좋고 나쁨을 분별하고 있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떠오른 것에 대해 새롭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내 나의 무의식에서 떠오른 사랑이라는 감정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진짜 사랑이 맞을까?
혹시 내가 진짜 사랑하고 있지 않은 건 아닐까?
이러한 감정이 나오는 이유를 살펴보니 그것은 나에 대한 불확실함, 그리고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나를 사랑하지도 않는데 내가 다른 대상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 또한 손해이며 나의 감정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나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의심하며 부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명상에서도 느꼈듯 나의 마음에는 사랑이 있었다. 그것은 가족을 향한 것이기도 하고, 환자를 향한 것이기도 하며, 나아가서는 이 세상 모든 만물을 향한 사랑이다. 오늘 처음으로 그것을 온전히 인정하는 시간이 되어서 기뻤다. 사랑함이 있으며 그것을 인정할 때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에 명상에서 다른 감정이 나온다고 해도 개의치 않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사람을 위한 사랑이 짙어질 수 있을 것 같은 하루다. 더 정진하여 운명까지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이렇듯 사랑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사랑과 음악이 닮은 점이 많다. 나의 삶에 있어 음악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인생의 모든 순간에 음악이 존재할 수 있게 시간, 계절, 날씨 등에 따라 어울리는 음악을 분류해 놓고 분위기에 맞게 음악을 틀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음악을 틀다가 문득 어느 곡이 마음에 들어온다. 그럼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음악을 오롯이 감상한다.
이 경우를 사랑에 대입해 보자. 내 곁을 그때, 그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지나쳐간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사람이 나에게 온다. 내가 그 사람의 느낌, 향기, 분위기를 알아채고 다가가면 그 사람은 음악이 나의 마음에 들어오듯 차츰 나에게 다가온다.
사랑의 순간은 인생의 길이에 비하면 한 곡의 음악처럼 짧을 수 있지만 나의 마음에 들어온 노래처럼 그 사람은 내 마음에 한 획을 긋고 간다. 그럼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처럼 너무 많지는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에로스적 사랑이라기보다는 어떤 한 존재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고 오롯이 기쁘게 여기는 마음 정도로 해 두는 것이 낫겠다.
때로는 새 음악이 마음에 들듯이 새로운 사람이 사랑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너무 많이 들어서 질려버리기도 하듯 반복되는 인연에 권태를 느끼기도 한다. 한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서 여러 형태의 사랑을 하듯, 일생 동안 많은 장르의 음악을 감상하며 그들의 각기 다른 연주를 듣는다.
나는 오늘도 음악을 듣고 사랑을 한다. 두 가지 모두 현재를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지금까지 좋아하는 음악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 사랑하기 가장 좋은, 음악 감상하기 가장 좋은 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