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사랑 - 연애감정은 사랑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

by 닥터 온실

우리는 흔히 연애하면서 사랑을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고, 그 이성이 무슨 짓을 해도 예뻐 보이면 사랑에 빠졌다고 믿는다. 실로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연애할 때 상대방의 어떤 모습도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이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연애에는 목적이 있다. 바로 섹스다. 이 연애 감정이 진짜 사랑인지 알아보는 방법에는 극단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섹스를 제외시키는 것이다. 연애를 하는 상대방이 사고를 당해서 평생 섹스가 불가능한 몸이 되어 버렸다. 이때 상대방을 향한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을 때 그것은 사랑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식고 상대방과 관계를 정리한다면? 그건 그냥 연애감정이다.


그렇다고 이 연애 감정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연애감정이 사랑이란 아름다운 망토를 쓰게 된 것은 너무나도 힘든 종족번식 방법인 섹스가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야 했기 때문 아닐까? 단세포 생물의 이분법과는 달리 에너지도 많이 쓰이고 현대에는 시간과 돈도 쓰이는 게 섹스니까.


사랑과 연애감정이 혼동되는 젊은이들이여 생각해 보시라. 당신의 연애감정이 진짜 사랑에 가까울 때 결혼을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




스무 살이 될 때까지도 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매체를 통해 이성 간 느끼는 끌림 같은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렇게 스무 살 이후 관계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 여러 관계를 맺은 후, 사랑이란 나보다 남을 더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십 대를 보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사랑은 끌리는 것이라는 둥 명쾌한 답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서른이 되고 아이를 낳고서야 뒤늦게 깨달은 사실은, 사랑이란 대상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그 대상이 내가 보기에 조금 모자라 보여도, 심지어 나에게 해를 끼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대해 하나의 부족함도 느끼지 않고 온전히 품는 것이 사랑이다. 때문에 나는 살다가 나의 아이가 실패하더라도, 어딘가 다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더라도 그 아이를 온전히 받아들일 것이다. 나는 아이를 사랑하니까.

사랑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다. 그냥 놔두는데, 이게 관심이 없는 상태로 놔두면 그냥 무관심이다.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인 것은 사람들도 잘 안다. 근데 사랑이 그대로 놔두는 거라고? 그러면 무관심이랑 다를 것이 무엇이냐? 사랑은 대상을 바라보는 상태에서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바라보지만 대상을 평가하고 단정 짓고 정죄하는 마음을 모두 놓고 대상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평안하고 고요하게 하는 것이다. 연인과 진정한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연인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아도, 그 순간 우리는 평안하고 고요하다.


이러한 진정한 사랑은 근데,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끊임없이 수련해야 한다. 평가가 없는 바라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비단 연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적용 가능하다. 있는 그대로 나의 환경까지 받아들이기. 전쟁이라도 터져보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노력해야 한다. "내 주변을 계속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흘려보내는 진정한 사랑"을 말이다.


인생을 논하는 데 있어 사랑을 빼고 논하기는 어렵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나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조금 넓혀서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또 더 넓혀서 타인을 사랑하고, 나아가 이 우주 만물을 사랑하는 것이 삶의 이유다. 인간이 굳이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어 원래 하나였던 만물을 쪼개서 '관찰자'와'그의 무의식에 따른 타자'로 나누게 된 이유도 사랑이다. 시간이 지나며 우리는 사랑을 체험하고, 다시 시간이 지나 하나로 돌아간다.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되겠지만, 그 지나간 체험은 우리 집단 무의식에 각인된다.


그렇다면 남을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를 먼저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먼저 나 자신에 아무런 생각을 가지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나의 잘난 점이나 못난 점이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야만 타인의 장단점도, 나를 둘러싼 환경의 장단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사랑이라는 과업을 완수할 수 있다. 사실 말은 쉽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참 어렵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담하다 보면 자신과 맞지 않는 위치에 있으면서 그리하여 발생하는 힘든 상황들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래서 면담해 보면 그 사람은 적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맡겨서 직업이나 현재 위치에 도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자신과 맞지 않은 자리에 있는 것은 정신적 질병까지 일으킬 수 있다. 세상에는 많은 자리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직업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많은 영역에서 특정 시간 동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엄마라는 위치도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적어도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는 자신이 있는 위치이며, 하다못해 당신이 일일 알바를 한다고 해도 하루 동안은 그것이 당신의 자리이다. 물론 하루 이틀쯤 자신과 맞지 않는 자리를 경험해 보는 것은 삶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하루하루가 쌓여서 인생이 되기 때문에 자신을 파악하여 자신과 맞는 삶의 자리를 찾아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떤 곳에 있는지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내 자리 중에서 나에게 행복을 주는 자리, 만족을 주는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를 찾아본다. 그리고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니라면, 불행한 자리를 과감하게 벗어나도록 한다. 물론 경제적 위치나 혈연관계 같은 주요 위치는 단숨에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삶이 나를 힘들게 한다면 나에게 맞지 않는 위치에 있을 수 있다. 이걸 파악하고 움직이자. 나를 잘 파악한 사람은 나의 분수와 적성에 맞는 위치에 설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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