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자취를 하게 되면서 시간이 많아진 허씨는 마침 시작된 코로나 불장의 유튜브 알고리즘에 노출되었다.
아 회사 월급으로는 답이 없구나. 투자가 답이다.
허씨는 유튜브와 블로그로 투자를 열심히 배우기 시작한다.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2020년의 주식투자는 그야말로 빨간불, 빨간불. 허씨는 자신이 투자의 귀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손대는 주식마다 수익률이 30%는 기본으로 찍혔다.
이거구나.
허씨는 300만 원이던 투자금을 1000만 원까지 올렸다. 마침 9월 조정장이 시작되는 국면이었다. 200만 원을 손해 봤다. 처음 300만 원으로 100만 원을 벌었지만, 1000만 원을 넣으니 20%만 떨어져도 200만 원 손해여서 결국 100만 원 잃은 셈이었다.
주식 투자가 어렵구나. 다른 것은 없을까?
더 잘 오르는 녀석이 있다고 한다. 코인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을 사 봤다. 비트코인은 쫙쫙 올랐다. 그런데 코인은 뭔가 불안하다. 이해가 잘 안 된다. 이게 왜 오르는 거지? 아무것도 살 수 없는 것인데. 그래도 일단 오른다고 하니까 가지고 있어 본다. 하루에도 10%씩 오른다. 뭔가 불안해서 20만 원만 샀는데 50% 나 올라도 10만 원밖에 못 벌었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주식과 다르게 24시간 코인창만 보고 있느라 밤에 잠도 잘 못 자는데 너무 억울했다.
그래 조금씩 더 해보자.
어느새 허씨의 계좌에는 코인이 늘어간다. 비트코인 투자로 시작한 코인 투자는 점점 지경이 넓어져 알트코인의 영역으로 간다. 코인 공부도 하다 보니 재밌다. 뭔가 이해가 되는 것도 같다.
코인이 디지털 시장의 금이구나,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이구나.
요즘 같은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코인만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비트 코인이 1억 간다는 외침이 주변에 파다할 때 허씨의 계좌에도 코인 4천만 원이 있었다. 매달 100만 원씩 저축했었는데 코인으로는 벌써 1년 저축액을 벌었다. 이걸로 되었다. 이제 부동산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금리가 오르고 코인은 곤두박질쳤다. 4천만 원이던 코인이 3천만 원 밑으로 내려갔을 때는 본전 생각에 돈을 뺄 수 없었다. 그
그래 본전만 찾으면 그만하자. 어차피 3천만 원으로 시작했잖아.
그렇게 2달이 지나자 허씨가 가지고 있던 알트코인은 3백만 원으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실감이 안 났다. 코인은 3백만 원까지 하락을 멈추고 횡보하기 시작했는데 이걸 꺼내야 하나 싶었다. 지금껏 3년 일하면서 모은 돈이 한 번에 날아간 것인데, 어차피 모으던 돈이라 당장 쓸모가 없는데 이걸 꺼내야 하나 싶었다. 그냥 없는 돈이라 치고 묻어둘까? 그러기에 300만 원은 너무도 큰돈이었다. 내 한 달 월급. 내가 3달 동안 모아야 하는 저축액. 이거라도 살려야 한다. 허씨는 코인을 실현했다.
그동안 코인 계좌에 돈을 넣기만 했지 뽑아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나의 3천만 원은 한때 4천만 원이었다가 지금은 3백만 원이 되어서 돌아왔다. 세상이 나를 억까하는 것 같았다.
왜 나만?
그런데 주변에 동료들이 있었다. 코인을 외치던 나의 친구들. 다행히 세상은 나만 억까하는 게 아니었다. 대한민국 30대가 다 나와 같은 처지였다. 다행이었다. 모은 돈은 이제 없지만 괜찮았다. 아직 젊지 않은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