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사랑에의 비유
주식을 사랑처럼 하라니 이게 대관절 무슨 소리인가? 주식과 사랑이라도 하라는 소리인가? 물론 필자는 현재 주식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주식은 정말 쉽게 접할 수 있는 투자수단이며 현재 같은 제로금리일 때뿐 아니라 평생 자산을 불려줄, 일생 동안 함께 할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주식과 사랑할 필요는 없다. 정신 생물학자 클로닝거에 따르면 각 사람에게는 일곱 가지 기질이 있는데, 그중 한 기질인 novelty seeking(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성향)이 강한 경우와 같이 도박에 빠지기 쉬운 경향의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주식과 같은 투자 수단이 맞지 않을 수 있다. 요즘과 같은 상승장에서도 자신이 주식을 자주 사고팔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면 주식 투자를 재테크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다면 주식할 때 사랑을 하듯 하라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우리가 사랑을 시작할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A는 얼마 전 한 선배가 눈에 들어왔다. 댄디한 차림의 그 선배는 같은 수업을 듣는 선배였다. 그러다 그 선배와 같은 조를 하게 되면서 선배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다. 그 선배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핑계를 대고 같은 동아리에 가입하였다.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면서 그 선배가 기타까지 잘 치는 것을 알게 되었다. A는 선배의 매력에 푹 빠져서 선배를 더 알아가고자 선톡을 날리기에 이른다.
이 과정을 가치투자에 비유해 보자면 이럴 것이다.
B는 한 기업이 괜찮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요즘 떠오르는 미래산업 섹터에 속한 기업들을 둘러보다 발견한 기업이었다. 그 기업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았는데, 아직 저평가되어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그 기업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기업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고, 기업에 관한 종목 분석 유튜브도 찾아보고, 각종 금융리포트들도 읽어본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성장하는 기업이고, 리스크 요인도 없음을 알게 되었다. B는 그 기업의 매력에 푹 빠져서 적정 가격이 오면 구매하고자 관심 종목에 설정하기에 이른다.
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과 가치투자에서 투자할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의 닮은 점은 바로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 두 가지 조건만 보고, 혹은 그 사람이 좋다고 해서 무턱대고 사귀는 것은 주식투자에 비유하자면 어떤 기업이 좋다고 해서, 요즘 뜨는 종목이어서, 혹은 값이 싸다고 해서 무턱대고 구입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사귀고 나서 더 알아갈 수 있는 것이 있듯이, 주식을 소량 구매하고 나면 공부할 의욕도 더 생기고 해당 기업에 대한 소식도 찾아보고 하게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기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가진 재산을 몰빵 하는 것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과 같다.
예전 선을 본 부모님 세대가 오히려 더 잘 사는 것처럼, 잘 알지 못하고 누가 좋다고 해서 산 주식으로 대박을 낼 수도 있다. 항간에서는 분석을 하고 산 종목이나 다트나 주사위를 통해 랜덤으로 산 종목의 수익률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역시 나의 배우자를 랜덤운에 맡길 수 없듯이 나의 소중한 재산을 빌려 줄 기업을 랜덤운에 맡길 수는 없다. 최소한 기업에 대해 공부를 한다면 그 기업이 나쁜 기업인지, 리스크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연애결혼을 통해 나쁜 남자를 걸러낼 수 있듯이 말이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주가가 내가 산 이후로 떨어지더라도 특별한 새로운 리스크가 없는 이상 내가 목표한 주가가 올 때까지 손절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내가 여러 가지 면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이 일시적으로 힘들어하거나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 사람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면 사랑을 계속하는 것과 같다.
물론 사랑이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숨기던 면모가 있을 때, 즉 내가 보지 못한 면모가 나올 때이다. 이런 경우 기업이 분식회계를 하거나 배임, 횡령 등의 치명적 문제가 발생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더라도(연애로 치면 교제를 하는 중이더라도) 기업의 근간이 훼손된 것이므로 손절을 해야 한다.
따라서 가치투자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가듯 기업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 오래 걸리듯 기업을 알아가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고 굉장히 오래 걸린다.
또한 기업을 사기로 결정하고 구매를 한 뒤에도 기업에 대한 소식을 놓치지 말고 늘 체크하는 태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량 구매를 한 뒤 기업의 큰 리스크를 깨닫는 것은, 마치 약혼이나 결혼을 한 뒤에 상대방의 큰 결함을 아는 것과 같다. 허나 어쩌랴, 이런 경우는 벌써 그러한 결함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 순간일 것이다. 사랑으로 친다면 부부싸움이나 외도가 벌어졌다거나 주식으로 치면 주가가 폭락하는 경우이다.
물론 주식이 사랑과 다른 점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치투자에서 기업에 대해 파악하고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기 위해 사랑에의 비유를 해 보았다. 실제로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고 결혼하냐'라고 가치투자에서의 공부의 필요성을 일갈할 때 사랑이나 결혼을 비유로 많이 들곤 한다.
사랑 누가 대신 해 주지 않는다. 강한 시련이 몰려올 때 우리를 이어주는 것이 경험해온 사랑이듯이 직접 공부해서 갖고 있는 기업에 관한 지식은 독자 여러분을 하락장의 공포에서 주식을 홀딩할 수 있도록 지켜줄 것이다. 다들 보유 기업과 좋은 사랑 하시고 성투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