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 프로젝트라기보다는 그림일기 3
*비정기 콘텐츠입니다.
어느새 세 번째 그림이다. 그림 실력이 마디게 느는 건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이다. 전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기도 하지만 내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전 글에서 밝힌 이 프로젝트의 목표 "노천카페에서 이야기하면서 상대의 얼굴을 그려주기."의 핵심은 아무래도 시간일 것 같다.
아직 사진을 보고 그리는 데에 보통 3시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다가 지우고, 그리다가 엎고 하다 보면 사진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사람 같게는 보이는(?) 그림이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3시간 동안 비슷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법. 시간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 그림들을 돌아보며 무엇이 시간을 잡아먹는지에 대해 복기를 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필요 이상으로 선을 많이 긋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내가 선을 많이 긋는 이유는 하나다. 자신이 없어서 주저하기 때문이다. 매 획을 지우기 쉽게 흐리게 긋다가 괜찮은 모양새가 나오면 덧칠하는 방식이었다. 손이 굼뗘서 피한다고 피해도 자꾸 손으로 문대는 바람에 그림이 전반적으로 지저분해진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래서 선을 조금 줄여보기로 했다. 지울 때 지우더라도 믿음을 갖고 그려보았다. 사진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대상의 특징을 파악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은 (사진 제공자에게) 미안하게도 아직 미진한 편이다. 하지만 시간적으로도(2시간 안쪽으로), 내가 향하는 목표를 향해서도 더 적합한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이렇게 점점 더 야매가 되어간다.
여전히 나는 주저하고, 머뭇거린다. 자신감 있게 선을 긋기까지는 그만큼의 잘은 선들을 지나쳐야 할 게다. 조금 더 연습하고, 꾸준히 놓지 않고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