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슨한 빌리지 May 06. 2018

마음이 살랑살랑한 봄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을 붙잡고 싶은 밤

 봄밤 프롤로그 ▼


*밤이면 다시 쌀쌀해지는 날씨 탓에 목감기가 걸렸던 어느 봄밤에 시작된 Y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봄밤 시리즈는 대화를 통해 당신을 상상하고 마음껏 오해하는 글입니다. 김소연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어쩌면 이해는, 가장 잘한 오해일 수 있으므로.




언니 나는 요즘 사실 마음이 살랑살랑해


요즘 나는 특별히 어려운 생각은 안 하는 것 같고, 편한 생각들을 하려고 하는 편이야. 예를 들면 내일은 뭐할지 같은 생각들 말이야. 물론 그 생각이 어떤 순간에는 엄청나게 어려운 생각이기도 하지만. 그런 어려운 생각들이 들 때면 난 온 힘을 다해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해. 내일 아침에는 뭘 해 먹어야 든든할까 하는 생각.


언니도 알지? 내가 얼마나 아침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말이야. 물론 모든 끼니가 중요하지만, 잠에서 깨서 직접 밥부터 지어야 마음이 편한 내게 하얗고 따뜻한 밥 한 공기는 정말 소중해. 벌써부터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밥솥을 열 때, 하얗고 뜨거운 밥에서 솔솔 나오는 김을 상상하면서 잠에 들려고 하면 잠도 잘 오는 것 같아.


나는 요즘 학교에 다니는데 사실 학교보다 알바로 보내는 시간이 더 길더라. 어쩌다 보니 아직 마지막 학기는 아닌데, 수업을 별로 안 듣게 되었어. 과제나 시험의 부담이 적은 수업이기도 하고. 그래서 빵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어. 빵집에서 일하니까 그렇게 기념일이 싫더라. 무슨 데이, 데이... 정말 손님이 많아서 어떻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어.


요즘 뭘 입냐고? 아직은 완전히 얇은 옷들을 입기엔 조금 춥더라. 그래서 아직은 긴 옷들을 입어. 하지만 두께는 비슷하더라도 겨울이랑 똑같이 긴 옷을 입긴 싫더라. 그래서 뭔가 적당하게 끝이 찢어진 바지를 즐겨 입게 되는 것 같아.


맞다 내가 얘기 안 했지? 나 글쎄 한 번은 실수로 신발을 한 짝씩 잘못 신고 나간 적이 있어. 하얀색이랑 검은색인데 어떻게 헷갈린 걸까 그게. 그래도 막상 이렇게 신으니까 생각보다 꽤나 자연스럽더라. 가끔 이렇게 새로운 걸 시도해볼까도 생각했어. 머리도 반반씩 염색하고 그러는 거. 어떨까?


이건 실화야


생각해보니 요즘은 왠지 책은 잘 안 읽게 되는 것 같아.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막상 시작할 만큼의 열정은 안 생기네. 읽는 것 대신 많은 걸 듣고 있어. 음악 말이야. 종류는 다양하게 들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가요부터 재즈까지 천천히 섭렵해 나가는 중이야. 내 블로그에 하루 한곡씩 올리고 있으니까 놀러와!



최근 들은 곡 중 가장 좋은 건 바로 이 노래야. 이분 목소리는 솔직히 사기야. 그저께부터 반해버렸어. 언니도 나중에 시간 있을 때 꼭 들어봐. (1분 50초부터 보면 돼)


*PC버전이신 경우 노래를 들으며 글을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기분이 간질간질한 게 좋아


언니 사실은 나 관심 있는 사람이 생겼어! 아직은 일방통행이지만 말이야. 누군가가 마음에 드는 이 감정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이라서 신기해.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야.


원래 알고는 있던 사람인데, 오랜만에 만나게 된 사람이야. 처음에 얼굴을 봤을 때는 워낙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서 그런가 보다 싶었어. 그런데 이야기하는 내내 나한테만 집중한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 집중하는 느낌이 나한테 되게 좋게 다가왔어.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뭔가 느낌이 좋더라고 그냥. 사실 예전에도 호감은 조금 있었던 것 같아. 근데 그때는 크게 아쉬울 것도 없이 아주 조금 친해지다가 말았던 사이였거든. 그래서 일단은 친해져 보기로 했어. 밥을 한번 더 먹어보면서 이야기를 더 나눠보면 되지 않을까?


앗 언니도 요즘 마음이 복잡하다니. 언니가 이런 고민 이야기하는 건 처음 듣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 만나서 더 자세하게 듣고 싶어. 그때 만나면 내 두 번째 만남이 어땠는지도 더 말해줄게. 꼭 더 말해줄 이야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정말. 근데 크게 기대하지는 않으려고. 더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한편으로는 지금 상태가 좋은 것 같기도 해. 그냥 지금은 이 기분이 너무 신기하고. 솔직히 이렇게 복잡하게 간지럽고 설레는 감정을 느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거든.


아무튼 참 마음이 살랑살랑하네 요즘은. 잘 알다시피 나는 요령 없이 느긋하게 보내는 날들을 좋아하잖아. 그래서 그런지 이런 살랑살랑함에도 요령 없이 넘어지고 싶은 기분이야. 그러네 생각해보니까 봄밤은 약간 위험한 것 같다 언니 말처럼. 우리 조만간 얼굴 보고 이야기 더 하자. 이야기 다 하고 나서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자!









매거진의 이전글 준희와 진아에게 배우는 썸의 정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