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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Jul 02. 2018

누군가를 엿듣는 누군가를 엿보다

23-1. 타인의 삶 뒷담화

* <느빌>의 오프라인 모임을 기록합니다. 느빌런(?)들의 열띤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 발제문과 뒷담화는 전담 에디터 없이 돌아가며 작성합니다.

* 이 뒷담화는 <뫼르소 살인사건>에 이어 작성된 (타인) 키워드의 두번째 텍스트 <타인의 삶>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글입니다.


*이번 모임엔 [학곰, 다희동석이주, 최생]님이 참여했습니다.

*본 녹취록은 이전 게시글인 '발제문'을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참고 링크 : 타인의 삶 발제문

https://brunch.co.kr/@neuvilbooks/175




동석 키워드를 듣자 마자 타인의 삶이 떠올랐어요. 할리웃 영화나 한국 영화가 아닌  외국영화를 소개하고 싶었고, 재미있었어요. 게다가 상(아카데미)도 받았고. 이 영화가 분단된 당시 동독을 배경으로 하는데 요새 또 북한과의 관계가 중요하기도 하잖아요.

비밀요원이 타인의 삶을 보면서 변하는 내용의 영화인데 개인이 타인을 통해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 가져온 영화입니다. 소설도 있긴 한데 영화를 옮긴 거예요.


다희 처음 부분은 솔직히 노잼…이었지만, 참고 볼만한 가치가 있었어요. 마지막 장면이 그때까지의 답답함을 해소해주었어요.

최생 감동적이었죠.

이주 영화는 재밌게 보았는데 다 보지는 못했어요ㅜㅜ 그래도 주인공이 변해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고, 또 이번 키워드이기도 한 '타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다희 동석의 글은 항상 기술관련해서 끝나는 게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고, 저는 생각해보지 못할 다른 시각을 발견할 수 있어서 새로워요. 기술의 발전에 대한 고민이 보인달까?

동석 제가 느빌안에서 특징을 낼 수 있는 것이 그것이라? 그런 것 같아요. 영화 보면서 느낀 것도 있고.



감정 변화는 어디에서?

바로 이 장면

동석 영화가 흘러가면서 타인의 변화- 엘리베이터에서 동네 꼬마 만나는 씬이 결정적인 순간인데, 그 장면에서 아이의 아빠를 잡지 않고, 주인공이 내적 갈등을 느끼면서 변화하는 장면을 잘 보여줘요. 그 지점이 인상 깊었어요.

생각해보면 특수요원이라고 인간적인 거나 감성적인 면이 없는 완전한 냉혈한은 아니었을 거잖아요. 어느 정도 자신의 내면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변화도 가능한 것 아닐까요.


다희 저는 감정 변화가 느껴졌다는 것엔 동의하지 못하겠어요. 소나타를 듣고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 어떤 것 때문에 마음이 바뀌었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건 우리가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상상해서 이해한 것 아닐까요?


최생 저도 비슷하게 느꼈어요. 전 워낙 유명한 영화라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당연히 이렇게 저렇게 흘러가겠지, 주인공이 도와주겠지, 공감하겠지 하고 봤어요. 당연히 예상한 대로 흘러가서 거부감은 없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또 주인공의 감정이 갑자기 왜 이렇게 변했나 싶기도 했습니다.


다희 그런 의문들이 사라지고 변화된 감정이 전달되는 지점이 정확히 어디였을까요? 아니면 그 원인이라던가.


최생 심지어 주인공은 엄격한 프로페셔널인데 사적인 감정에 휘둘려 한 순간에 바뀌는 게 이상해요.

동석 ...변명을 하자면 이 사람이 강직한 사람이긴 하지만, 내적으론 안 그랬을 거예요. 자신의 마음속에선 외로워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다희 그래서 혼자 이해했나요?

동석 자기가 맡은 일은 혼자 잘 해내지만, 함께는 못하는 외로운 인간... 연출가의 자살에 영향을 받은 듯했어요.

이주 조짐이 있긴 있었죠. 이를테면 식당에서 친구가 하는 농담을 듣고 주인공이 불편함을 느끼는 게 보였어요. 부조리함, 반감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동석 주인공도 나쁜 짓을 했지만.

최생 여배우를 사랑했을까요? 사랑이 변화의 원인일지도 몰라...!

동석 동경? 사랑까진 아닌 거 같은데…?

이주 이성적 감정이 있었을지도...?


동석 장관이 불러서 여배우와 스폰서처럼 거래를 하려 하잖아요. 체제를 악용하는 나쁜 사람이니까 그의 강직한 성격에 반감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몰라요. 첫 부분부터 상부의 명령에 달가워 하진 않는 거 같았는데?


학곰 주인공이 소르피자님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그에게는 올바른 가치에 대한 원칙과 욕망이 있어요. 근데, 자신의 가치가 집단이 명령하는 행동들이랑 부딪힙니다. 점점 그의 원칙과는 괴리가 발생하고 그래서 다른 방향을 선택하는 거죠.

변화의 원인은 도청이라고 생각해요. 도청이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잖아요. 타인의 생각을 엿듣는 것이고...  그 일을 오랫동안 경험하니까 처음엔 타인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도 상대방(타깃)에게 관심이 생기고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타인의 삶이란 제목이 타인의 삶에게 관심이 생겨서 달라지는 사람의 모습을 나타내나 싶었어요.


최생 관심이랑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취조는 어쨌든 의심이 존재하지만, 도청은 거짓말의 가능성이 없어서 믿게 되지 않나요?

학곰 거짓말인지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거 아닌가요.

최생 도청이라 그 생각은 못 했잖아요.


다희 그 사람은 도청도 자주 했을 텐데, 도청이 결정적 이유라고 보긴 힘들고 작가의 삶이나 특정 행동이 그 사람에게 이입하게 만든 것 같아요. 감정적인 흐름은 이해가 가는데, 그 감정의 촉발점이 어딘지는 모르겠어서 아쉬웠어요.


이주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도청을 하는 방바닥에 작가의 집 모양을 그려놓고 작가의 동선을 따라 움직인다거나, 몰래 집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행동을 따라 하는 장면이었어요. 그런 모습들에서 뭔가 주인공이 작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동석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네요.

학곰 제대로 도청하려고 몰입하다 보니 그 사람이 됐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다희 근데 그 사람이 너무 완벽한 삶을 살고 있어서 좀 작위적이었어요. 도청하면 찌질한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 연인 간의 말들도 너무 드라마틱해서…

처음만 해도 여자의 배신을 알려 줄 때 남자가 일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포용해주잖아요. 남자의 포용에 감동을 받았을 수도..!


동석 아니면 술집에서 만났을 때..?



독일 토크

최생 동독 서독은 남북한보다 교류가 많았나 봐요. 

동석 편지가 오갈 수 있는데 검열을 했어요. 서독에 오니까 편지가 안 열려 있다, 라는 조크도 있죠.

학곰 독일 유머 노잼.

최생 난 재밌던데 그 태양이 오후가 돼서 서쪽으로 가니 총리와 절교를 선언하는 유우머... (태양이 아침에는 동쪽에서 뜨니 동독 총리에게 살갑게 인사를 하지만, 저녁이 되면 서쪽에 가있으므로 야멸차게 무시한다는 내용.)

동석 그다음 장면의 유머도 재밌었어요.

"Was ist der Unterschied zwischen Erich Honecker und einem Telefon?"
회네커와 전화기의 공통점이 뭘까?
"Na, keiner. Aufhängen, neu wählen."
없어. 끊고(목매달고) 다시 걸면(뽑으면) 돼.

[Aufhängen은 '교수형에 처하다'와 '전화를 끊다'라는 뜻이 있고, wählen은 '선출하다'와 '전화를 걸다'라는 뜻이 있다.] 


최생 독일 유머해줘요.

동석 바나나를 나침반으로 만드는 방법이 뭔지 알아요.?

학곰 모르겠는데요?


동석 베를린 장벽에 올리면 된다. 동쪽에 두면 바나나 껍질 까지기 때문.

(동독이 서독에 비해 가난했기 때문, 실제로는 동독 쪽에선 감시가 심해 장벽에 접근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베를린 장벽을 두고 서독 쪽엔 평화를 기원한 낙서가 많았던 반면, 동독 벽면은 깨끗했다고 합니다.)

최생 폴란드볼에 나올 거 같은 유머네요.

다희 차별 유머에 갑분싸….


이주 아직도 동독이 경제력이 안 좋나요?


동석 통일 전으로 비교했을 때, 영토가 4분의 1 정도 되는데 화폐가치는 10분의 1 정도였다고 해요.

최생 엥 어떻게 4분의 1이 돼? 베를린 갈라먹으려면 엄청 구석 아닌가.

동석 (지도를 보여주며) 여차저차 설명중

사람들  그럼 베를린만 갈라지고 서베를린은 고립된 거야??

동석 그렇습니다.

다희 (뜬금) 독일이 왜 좋아요?

동석 저랑 잘 맞아요. 합리적인 부분이. 먼 나라 이웃나라 보면서 나랑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타인의 책임


이주 지금까지의 논의들은 대부분 도청하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이루어졌던 것 같아요. 반대의 입장에선 어땠을까요? 극작가도 결국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처음의 '타인'은 도청자가 타인의 삶을 엿보는 것을 의미했겠지만, 반대의 입장에서도 '타인'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희 착한 영혼이 주인공과 작가가 같이 읽은 책 제목이에요. 둘은 어쨌든 타인의 착한 영혼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지 않았나 합니다. 나의 한 행동으로 타인의 삶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동석 서로가 서로를 발전시킨 거죠.


학곰 사람은 내가 만나지 않은 어떤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는 걸까요?

다희 책임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규정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책임을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느빌만해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을 염두하며 글을 쓰는 것도 책임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요.

동석 뭐 평소에도 내 뒤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행위라던지…


학곰 배려가 중요한 것 같아요.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당신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리아 난민이 나랑 1도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어쨌든 관심이 필요합니다. 무시할 순 없어요.

동석 자기 생각의 범위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가끔은 자신이 한 일이 생각지도 못하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까. 축구공 만드는 건 어린애들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그 기업의 축구공을 사는 것이 윤리적인 일이냐?


다희 그래서 불매운동이..



빅 브라더의 공포..

찾았다.. 너!


동석 실제로는 도청이라는 것이 범죄고 내 사생활인데 현재 우리는 자신의 프로필을 다 주자나요.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나요. 한 편으로 보면 그게 우리의 선택이기도 하고 편리하기도 한데, 그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 무섭네요.


다희 중요한 정보가 아니니까 별 신경이 안 쓰이긴 해요.

이주 이미 저희 정보는 다 흘러가고 퍼져서, 싼 값에 살 수 있으니 뭐.. 의미가 있나 싶기도?

다희 우리의 시답잖은 생각을 누가 듣겠어요.


동석 하지만 그렇다고 누가 들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다희 그런 자잘한 정보들은 거의 마케팅으로 활용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흔한 광고지만, 예전에 제가 최근 검색했던 내용들의 광고가 맞춤으로 올 때 신기했죠. 오히려 제가 무서운 건 그런 정보 유출보다는 1대 1 스토킹 도청인 것 같아요. 몰래카메라나 도청장치 같은 것들이 내게 해를 가할 수 있다는 공포심이 더 크고요. 최근에도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도 도청을 한다는 설정이 나와서 조금 논란이 되었는데요. 작가분이 이전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사랑의 감정이 생기는 것에 그런 장치들을 많이 활용하더라고요. <또 오해영>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나오고. 타인을 도청하거나 몰래 보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일 수 있는데, 이걸 로맨틱한 것으로 포장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생 FBI에서 한 말이 이제 도청이 필요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드러내기 때문인데, 이제 사람들 생각이 아예 자신을 숨기는 걸 하지 않고 드러내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로 마녀사냥 같은 문제가 생길 거 같아요. 우리야 싸이월드가 유행이 지나서 다행이지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로 시작한 어린 분들은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동석 결국 악용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학곰 요새는 컴이나 캠으로 감시가 가능하데요. 해킹만 하면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최생 사물인터넷으로 계속 감시도 가능하답니다.

다희 기술은 죄가 없겠죠..? 하지만 저는 바보 사용자기 때문에 대체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슬프네요..


동석 그걸 법으로 제약을 가하던지 해야죠. 그게 불가능하더라도 만들어놓으면 걸렸을 때 안전장치 역할을 해야죠.

다희 생각해보면 굉장히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이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악용할 수도 있겠어요. 인스타그램도 소름 돋는 게 팔로잉 들어가면 누가 몇 초전에 어떤 게시물을 좋아요 했는지 알 수 있잖아요. 소-름

동석 내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비슷한 게 떠요.

다희 동석이 두 시간 전에 레드벨벳 에스엠타운을 좋아요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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