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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Apr 08. 2019

낯선 존재를 읽는 코드

49-1. <우부메의 여름>을 읽고 나눈 이야기

*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2권과 영화 2편을 봅니다.

* 매주 수요일 발제 / 월요일 녹취가 업로드됩니다.

* 이 뒷담화는 낯선 존재 키워드의 첫 번째 텍스트 <우부메의 여름>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글입니다.

* 이번 모임엔 일벌레, 학곰, 이주, 다희, 연연, 박루저 참여했습니다.

* 소설 「우부메의 여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 녹취록은 '나 아닌 다른 삶을 이해한다는 것' 읽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 우부메를 읽는 코드


학곰 - 재밌는 책을 골랐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두꺼워서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중반부터는 재밌었던 것 같아요. 계속 이야기했지만 사실 PC함을 조금 내려놓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원흉은 결국 기형아 유전자 때문인 것인데 그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고, 그래서 발제에도 썼습니다. 줄거리 요약만 해도 한 페이지가 넘었던 그런 책이에요. 장르 문학을 좋아하는 분께 추천받아서 고른 책이었어요.


이주 - 저도 중간 이후부터는 술술 읽히고 재밌게 봤어요. 일본 추리소설 이면서도 백귀야행 시리즈에 걸맞게 요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흥미로웠는데요. 아쉬웠던 것은 낯선 존재라는 키워드니까 요괴에 대한 키워드를 발제에 담으면 좋았을 것 같았어요. 이번 녹취하면서 이야기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요괴라고 불리는 존재들도 원래 현실에 있었던 것인데, 인간의 무지에 의해서 그것을 요괴라 착각하고 구전된 것을 소설로 담아낸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연연 - 제가 읽은 추리 소설 중에 탑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재밌었어요. 읽을 키워드가 많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첫째로는 인식론과 존재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일본의 근대화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었어요. 소설에서 요괴라는 존재가 원흉으로서 존재가치가 있었고 믿음으로써 인식이 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요괴의 존재가 일본 근대화를 거치면서 합리적 사고관 안에서 해체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어요.

세 번째로는 이방인 살해라는 키워드라는 것. 어쨌든 이 사람들이 졸부가 되면서 미움을 받아야 하는 맥락 안에서 낯섦으로 인해서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났기에 이런 괴담들이 생긴 것이라고 보아요.


학곰 - 이 책의 장점은 워낙에 방대한 이야기라 읽을거리가 많다는 점인 것 같아요.


연연 - 추리를 푸는 장면에서 시체가 있었는데 안 보였다고? 하는 믿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도 해서 그런 부분들은 다시 읽게 되었던 것 같아요.


다희 - 저는 그런 부분부터는 현실적인 추리를 떠나서 약간 판타지, 비일상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던 것 같아요. 책이 읽을 코드가 정말 많다는 것에도 공감하고요. 저는 특히 젠더적인 관점으로도 생각해볼 점이 많은 것 같아서 좋았어요. 어떻게 보면 뒷걸음 페미니즘 같기도 해요. 공포의 대상이 낙태한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주인공이 결국 마지막엔 여자를 다 피하겠다는 태도까지 취하는 것도 그렇고. 보면서 오히려 지금으로선 바보 같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이주 - 맞아요. 정말 바보 같았어요. 그러고 보니 이게 시리즈 물이라고 하던데, 고교쿠도가 계속 나오나요? 그럼 정말 답답할 것 같네요. 그리고 설화에 존재하는 '우부메'라는 요괴를 주요 서사로 풀었기 때문에 엄마-아기 로 연결이 된 것 같은데, 과연 다른 요괴들은 어떤 이야기로 푸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연연 - 교고쿠도가 구온지가 어머니에게 '당신은 근대적 어머니가 아니'라고 하는 장면을 보면서 '근대 남성 납셨네' 하면서 우습게 읽었어요. 결말에서 여성들이 모두 죽는 것도 여성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듯한 굉장히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을 느꼈고요. 여성은 전근대적, 남성은 근대적인 존재로 두고 남성이 여성을 깨우치는 식의 오래된 서사에 편승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또 당시 일본의 50년대 여성 인권을 생각하면, 오히려 현실적으로 그런 지점을 잘 건드려 준 측면도 있는 것 같고요.


이주 - 저도 오히려 그때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면서 읽었어요. 그러면서도 자꾸 주인공이 료쿄를 성적 대상화하고,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애적으로 집착하는 부분, 그리고 그것을 또 정당화하는 묘사가 참 화가 났었어요.



# 복잡한 플롯, 새로운 형식에 대하여


학곰 - 이 책에서는 플롯도 주목해볼 만해요. 많은 이야기들이 그 고리는 필연적이지 않은데 우연히 모여서 그럴듯한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죠. 메인 서사인 실종과 1년 넘게 임신하고 있는 괴현상, 유아 살인 사건, 이렇게 진행되는데요. 거기에다 과거사인 료코의 성적 착취, 구온지 가문의 전설, 의사 견습생의 스토리까지 있죠. 7-8개의 스토리가 다 엮여 있으니까 읽는 데는 부담이 되는 편인 것 같아요. 그 와중에 1장의 긴 TMI가 힘들지만, 그 많은 이야기들이 한 점으로 가게 되는 것에서 오는 희열이 있어요.


일벌레 -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는 않지만, (인물의) 입장에 따라 다른 서사가 나오는 형식을 좋아해요. 영화 <라쇼몽>이나 <아가씨>처럼요. 이 소설도 추리가 그런 방식으로 풀리는 것이 재밌었어요.


이주 -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싶었던 상황에서 온갖 이야기가 섞여서 풀리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어떻게 보면 정통 애거사 크리스티 같은 추리 소설과는 다른 느낌이죠. 범인을 찾아내는 플롯이 아니고, 별다른 트릭이 없는 사건인데 아귀가 잘 들어 맞고 여성의 비극까지 잘 엮여 있고 해서 정말 새롭게 다가왔어요.


박루저 - 작가의 이력이 특이하더라고요. 디자이너에 편집자까지 하면서 엄청 다작하는 작가라서 천재아니야?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연연 - 동양이라서 가능한 플롯이었다고 생각해요. 공동체의 공통 감각이 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인 것 같아요. 결국엔 가족적인 토대 안에서 얽힌 이야기가 기반이니까요.  


다희 - 최근 영화 <사바하> 생각도 났어요. 제가 직접 보지는 못하고 평론한 글을 통해서 내용을 알게 되었는데, 거기에서도 공포의 대상으로 육손이, 즉 장애를 가진 존재가 설정되어 있대요. 그리고 여아 살해를 정당화하는 존재가 나오면서 현실에서 있었던 여아 낙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더라고요. <우부메의 여름>에서도 결국 미혼모의 낙태나 장애아 출산에 대해서 가진 불편함들이 나타난 거라고 생각을 해요.


일벌레 - 그런 상황에 있어서 더 공격받고 박해받는 쪽이라는 게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서사들이라고 생각해요. 같이 임신을 했어도 결국 책임은 여성에게 전가되는 부분도요. 최근에도 신생아 유기 사건에 여성만 잡혀갔었죠.


학곰 - 또 이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엄청난 TMI잖아요. 처음엔 조금 지루했는데, 점점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고 느꼈고 썰 듣는 것처럼 재밌었어요.


연연 - 좋아하는 책 중에 <별의 계승자>라고 있는데 철학적이고 종교 코드도 있어요. 종교와 존재론을 건드리는 것이어서 마지막에 한 문장으로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한 문장으로 끝나면서 정말 감탄했어요. 그 소설로 장르소설에 대한 편견이 깨졌는데, <우부메의 여름>에서도 도 장르소설에서 철학적인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주 - 이 이야기의 출발은 사실 왜 이런 요괴가 생겼을까로부터 일 것 같아요. 요괴나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요. 난쟁이나 거인이라는 것도 사실 정상에 범주에 들지 않았던 낯선 존재였던 것이 스토리화 되어서 비슷한 이야기들이 있는 것 아닐까 싶었어요.


다희 - 공포로 삼는 대상 자체가 당대가 낯설고 불편하게 느끼는 존재라고 하잖아요. 고전적인 공포물 이외에 최근에는 <숨바꼭질>이나 <도어락>처럼 나의 주거지에 외부인이 침입하는 것에 대한 공포들이 있는 것 같아요.


연연 - 요괴가 탄생한 과정을 시대상과 사회상을 반영해서 설명해 준 것, 그 요괴를 탄생시킨 사회라는 지점을 지적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사람은 사실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결국 비이성에 기대어서 차별과 혐오와 배제를 한다는 이야기도요. 납득할 만큼 많은 설명을 해주었고 그런 부분을 건드려 줬다는 점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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