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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Apr 14. 2019

낯설어서 더 아름다운

50. 길예르모 델 토로,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2권과 영화 2편을 봅니다.

*매주 수요일 발제 / 월요일 녹취가 업로드됩니다.

*4월의 주제는 [낯선 존재]입니다.


* 4월의 주제 [낯선 존재업로드 일정표

- 4월 5일(토) 책 『우부메의 여름』(2017), 교고쿠 나츠히코

- 4월 13일(토)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2017), 길예르모 델 토로

- 4월 17일(수) 책『꿈꾸는 책들의 도시』(2005), 발터 뫼르스

- 4월 27일(토) 영화  미정



0. 낯선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


  세상에는 "낯선 존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 낯선 존재는 어느 이야기에서는 외계인이고, 또 어느 이야기에서는 좀비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귀신이나 악마이기도 하고, 정말 뭐라고 명명할 수 조차 없는 존재로 그려질 때도 있다. 그리고 그 낯선 존재를 다루는 방식도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인류의 적이나 맞서싸워야 하는 대상으로 그려져 온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낯선 존재"라는 키워드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였다. 근래에 봤던 영화 중에서 낯선 존재에 대한 가장 새로운 해석이자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부메의 여름>에서의 낯선 존재가 결국엔 과학적으로 아직 잘 밝혀지지 않은 병이나 약자, 이방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그 다음으로는 "진짜" 낯선 존재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더더욱 낯선 존재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1. 낯설어서 아름다운


  1960년대, 미항공우주 연구센터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는 어느 날 한 실험실에서 수조에 담겨온 생명체를 보게 된다. 얼굴과 두 팔과 두 다리가 있는 이간과 닮은 형체이기는 하나 피부는 비늘과 같은 것에 감싸져 있고 물갈퀴가 있는 존재이다. 엘라이자는 처음에는 놀라고 당황스러웠겠지만 점점  이 낯선 존재에 매혹된다. 싸온 달걀을 나눠주기도 하고, 음악을 함께 듣기도 한다. 더욱 놀라온 것은 그가 언어를 인지한다는 것이다. 엘라이자는 수화로 단어들을 알려주고, 노래에 맞춰 춤추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며 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이 낯선 존재를 다루는 태도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는 이를 그저 실험의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엘라이자의 친구 젤다는 처음에는 감히 알려고 해서는 안 되는 일종의 두려운 존재로 느낀다. 박사이자 러시아 스파이기도 한 호프스테틀러 박사는 실험의 대상이기는 감히 죽일 수는 없는 생명체로 대한다. 

  이처럼 각기 다른 태도속에서도 엘라이자가 그에게서 공포나 두려움보다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자신 또한 고아이자 벙어리로서 세상으로부터 배척당하고 거부당해온 존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존재에게서 자신과 유사한 부분을 발견하고 동질감을 느끼는 순간 더 특별한 존재가 된다. 또한 그는 엘라이자가 말을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그것이 전혀 이상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눈으로 바라봐준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부족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엘라이자에게는 그를 목숨 걸고 구해줘야 하는 이유가 된다.



2. 물과 사랑의 모양


  엘라이자는 이웃집 화가 자일스와 젤다, 호프스테틀러 박사의 도움을 받아 그를 연구소에서 몰래 빼온다. 그리고 자신의 집 욕조에 숨겨두고 비가 와서 둑이 열리는 날에 그를 바다로 보내주려 한다. 놀라웠던 것은 엘라이자가 그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그저 달걀을 나눠주며 애정을 주는 애완동물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영화는 한 차원 더 나아가 둘을 사랑에 빠지게 한다. 괴물과 여인의 사랑 이야기, 또는 다른 존재와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미녀와 야수'나 '인어공주'와 크게 다른 이야기는 아닐지언정, 영화 속의 인어는 쉽게 사랑에 빠지기에는 조금 더 괴기한 모습이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이 ‘셰이프 오브 워터’인 만큼 사랑의 모습을 어느 하나로 규정짓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사랑을 논하고 정의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을 보면 돈 때문에 만난다고 쉽게 이야기하거나 만나는 횟수, 데이트 방식을 매뉴얼화해서 거기서 벗어나면 마치 잘못된 연애를 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관계를 맺는 것은 당사자들이다. 물은 어느 모습으로 존재하든 그것이 물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아주 작은 컵에 담긴 물이나 흐르는 강물이다 모두가 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에 반박하는 사람은 없다. 사랑 또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형태라고 한들 사랑일 수 있다.(물론 사랑의 탈을 쓴 폭력을 사랑이라고 포장하여 악용하는 경우는 제외해야 한다.)



3. 사랑 뒤에 있는 것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영화가 그저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결국 이 낯선 존재를 구해낸 것이 미국의 한 영웅이나 미국의 적인 소련이 아니라 그저 이름 없고 직책 없는 청소부(그 중에서도 벙어리와 흑인 여성)와 게이 예술가였다. 그리고 그들 또한 사회에서 가장 배척당하는 존재들이었다. 당시 사회상을 돌이켜보면 미국 사회 내에서는 여전히 흑인과 동성애자 등의 사회적 약자들은 배척하면서도, 외부에는 러시아와 북한과 같은 적을 만들어내고 개척해야하는 우주를 올려다보며 과학적인 발전을 부르짖던 시대였다. 어느 위대한 가치를 쫓기 위해서 다른 많은 것들이 희생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약자들의 힘이 되어주고 해방시켜 주는 것은 비슷한 약자의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 결국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물의 모양"은 단순히 사랑만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의 이야기로 둔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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