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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May 08. 2019

낯설게 바라본 타인의 삶, 그리고 개인의 프라이드

52-1 아녜스 바르다, 제이알,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고

* 느빌의 책장 발제-녹취를 개편했습니다!

*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2권과 영화 2편을 봅니다.

* 매주 수요일 발제 / 월요일 녹취가 업로드됩니다. (요즘은 시간 변경으로 인하여 주말 발제 / 수요일 녹취가 더 많습니다...!)

* 이 뒷담화는 낯선 존재 키워드의 네 번째 작품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글입니다.

* 이번 모임엔 연연, 학곰,  해정 님이 참여했습니다.


* 본 녹취록은 "낯선 얼굴이 단단해질 때"를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출처: 다음 영화


해정: 다들 어떻게 보셨나요?


연연: 일단 저는 흥미로웠어요. 주로 육체노동, 도시의 직업으로 보기 어려운 장소의 노동자들의 모습을 전시하고 기억하는 것이 좋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출한 작품일지언데 시나리오를 잘 짜놓고 영화를 그리는 것 같아서 신선했요. 이런 다큐는 처음이었어요.


학곰: 저는 할머니와 젊은예술가라는 조합이 신선했어요. 두 인물이 노인-공경 / 상하관계 같은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 친구처럼 지낸 점이 재밌었어요.


해정: 저는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았어요. 두 분 다 잘 모르는 상태로 봤었어요. 초반에 둘(바르다와 JR)이  프랑스식(?) 농담을 하잖아요. 처음에는 이런 농담들을 어떻게 따라가지 하고 보다가.,, 두 사람이 작업하는 방식을 신기해하면서 봤던 것 같아요. 연연이 말한 '사람들을 기억하는 작업들' 자체도 좋았지만 저는 멀리서 작업을 보여주는 컷에서 많이 놀랐던 것 같아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파도 장면이었어요. 둘이 하는 작업 자체가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의미를 새기는 작업 같았는데 파도가 (작업물을) 쓸고 가고 그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더불어 작업에서 보이는 페미니즘적인 태도들도 좋았니다.


연연: 저도 파도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파도 작업이 예전에 (바르다와 함께) 일했던 모델이 죽고 나서 모델과 작업했던 당시 사진의 일부를 바위에 새긴 것이잖아요. 추모와 애도의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어쩌면 파도에 쓸려가는게 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왜 그의 사진을 새기고 싶은지 바르다의 얘기를 듣고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어요.

한편으로 JR이 간당간당하게 말하는 장면들 보면서 긴장이 되기도 했어요. 너무 버릇없는거 아냐? 하는 부분도 있고해서(웃음) 재밌었어요.


# 비가시화되는 낯선 존재들


출처: 다음 영화


해정: 주제가 '낯선 존재'잖아요. 영화에서 두 사람이 하는 일이 비가시화되는 존재를 가시화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서 주제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 고른 영화에요. 제 주제와 영화를 연계하기는 조금 어려웠는데요. 혹시 이번 주제와 영화가 어떤식으로 닿는다고 생각하셨는지요?


학곰: 제가 그 주제를 꺼내긴 했었죠. 제가 생각했던 것 사실 요괴나 스릴러 미스터리를 가볍게 보고 싶긴했던 것인데...(웃음) <우부메의 여름>이 비가시화되는 존재(여성혐오와 장애인) 쪽으로 풀려서 결과적으론 뭐... 네...


연연: 그리 떨어져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도시에 사는 저희들은 항만 노동자, 광산 노동자들을 실제로 보기 어렵잖아요. 저는 그들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것도 말씀해주신 (비가시화되는 존재를 가시화하는) 주제와 맥락이 맞다고 생각해요.

저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형 프린트해서 낯설게하기 효과를 보였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에게는 매일 보는 일상을 새롭게 볼수있게 하는것은 아니었을까요.


학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떤 것이었나요?


해정: 파도를 보면서 두사람이 앉아있던 장면이요. 경외스럽다고 해야할까? 그 장면이 가장 기억나요.


연연: 저도 파도에 쓸려간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그것 말고도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프린트하는 아이디어 자체가 인상적이었어요, 항만노동자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아내를 인쇄해서 붙인것도 재밌었고, 소금에서 염산만드는 공장도 오전/오후조 전부의 사진을 찍는 장면도, 현장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품을 만들어가는 점이 드러나서 예술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학곰은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학곰: 저는 양산든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사진이요.


#뱅크시, JR 그리고 예술의 정치성


출처: 다음 영화

해정: 또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면 바르다의 신체 사진이 붙은 열차가 출발할 때요. 애도의 느낌이 들었어요. 실제 돌아가신 이후에 다시 그 장면을 보니까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한편 궁금했던게 있는데, JR이 사진을 찍어 작업하잖아요. 뱅크시의 경우는 실물사진으로 작업하진 않고 동화같은 그림을 그리면서 재미와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데, 이분(JR)은 작업전에 사진을 찍고 그것을 크게 출력해서 붙이는 작업을 하잖아요. 이 작업의 차이에 대해 궁금하더라구요. 왜 그림그리는게 아니라 실존하는 인물 사진을 찍어서 전시하는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학곰: 사진을 보면 그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보인다 생각해요. 설명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되기 때문에 붙인게 아닐까 싶어요.


연연: JR의 다른 작품들은 잘 모르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실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해정: JR은 팔레스타인 전쟁 때 지붕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눈, 얼굴같은 사진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고 해요. 분쟁지역/전쟁지역에서 작업을 하는 이미지 떠올리면 저는 뱅크시가 먼저 떠오르거든요. 벽에 창을 그린다던가 하는.

근데 그곳에 실제 사는 사람의 사진이 있으면 비가시화된 사람의 모습을 가시화 하면서 정치적이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JR이 그 작업을 고수하는 철학이 있는걸까 하는 생각에 질문을 어요.


# 만약에 작업의 모델이 된다면?


출처: 다음 영화


학곰: 그런데 혹시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누군가 여러분의 사진 찍으면 찍힐 의향있나요? 집에다가 프린트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건 그들의 집이 자가여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는지(웃음)


연연: 바르다 같은 사람이 와서 한다면 하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해정: 아닐 거 같아요. 음... 공간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어서? 영화 속에 모델이 된 사람들은 자기가 일하는 곳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이고, 자기 삶에 대해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흔쾌히 오케이하지 않았을까요?


연연: 착즙기 + 뿔을 자르는 염소농장에는 안붙이지만, 동권을 생각하는 농장에서는 찍는 것을 보면 그들의 작업에 참여할 것 같은데... 염산공장 같은 곳이라면 찍었을 것 같아요. 단체사진이라면 말이에요.(웃음) 그치만 양산들고 독사진 찍어야하면 안 찍을 것 같아요.(웃음)

 

학곰: 사실 이런 공간들이 우리한텐 없죠. 내 이름을 걸고 싶은 공간. 어쩐지 먼얘기같은 느낌도 들어요.

 

해정: 잡지일할때 에디터 이름이 실리는데 거기 제 이름이 있다는게 동기부여라고 표현하면 과한가 싶지만서도, 그것이 잡지를 만드는 동기가 되었거든요. 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실제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있을때(작업물에 자신의 얼굴이 있을 때) 자긍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 작업이라는게 비단 예술작업에 그치지 않고 그들(모델)에게도 의미있는 작업이 아닐까?


연연: 이름이든 이 결과물에 기여했음의 표식을 남기는 것은 중요한것같아요. 책임감도 보람도 느끼게 해요. 저도 마케팅하다가 MD로 왔잖거든요. MD이름을 걸고 지면을 얻는 게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나마 이런 부분에 자긍심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다고 할까요. 내가 하나의 부속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해정 : 요즘 한계레 학교 수업을 듣게 되는데, 거기서는 제가 쓴 소설로 합평도 하는데요. 회사명이 아니라 개인이 두드러지는 느낌이 강해요. 그런데 그게 활력이 되는 것 같아요.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어쨌든 삶에 대한 개인의 프라이드를 높이는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연연: 저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내 손으로 직접 과정을 거칠 수 있기에 (농산물 수확빼고) 좋아해요. 내가 몸을 움직여 만들고 그 결과도 취식할수있는 일련의 과정에서 오는 만족감이 크거 든요. 이 과정안에는 다른 것이 개입하지 못한다는, 이 과정을 온전히 내 손으로 만들었다는, 핸드메이드라는 것이 주는 만족감이 있는 것 같아요. 내 육체로 만들었으니까 그 수고를 알잖아요.

하나 흥미로웠던 이야기가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에 나오는 데요. 한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일의 만족감을 느껴주는게 인센티브를 주는게 아니라, 최종 결과물에서 소비자가 제조한 상품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해정: 완전 공감해요. 글쓸때 이게 어디에 가는지 모를때는 동기부여가 안되는데 실제로 글을 읽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을 때 긍정적인 의미의 동기부여 받는 것 같거든요.


학곰: 삶의 프라이드를 갖는 것과 내 손으로 온전히 무언가 하는 것 새겨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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