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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May 08. 2019

책들의 도시를 꿈꾸는 누군가에게

51-1 발터 뫼르스,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읽고 나눈 이야기

* 느빌의 책장 발제-녹취를 개편했습니다!

* 한 달에 한 주제를 정해서 책 2권과 영화 2편을 봅니다.

* 매주 수요일 발제 / 월요일 녹취가 업로드됩니다. (요즘은 시간 변경으로 인하여 주말 발제 / 수요일 녹취가 더 많습니다...!)

* 이 뒷담화는 낯선 존재 키워드의 네 번째 작품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글입니다.

* 이번 모임엔 일벌레, 연연, 이주, 다희 님이 참여했습니다.


* 본 녹취록은 "낯선 세계를 통해 마주하는 현실의 면면"을 읽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새로운 세계관 #차모니아


@ 꿈꾸는 책들의 도시 그래픽노블


일벌레 : 먼저 4월의 주제 '낯선 존재' 에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시작해볼게요. 첫 번째로는 지난주의 작품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이었고, 정말로 낯선, 이종의 존재가 나와서 작품으로 선정되었죠. 그렇다면 저는 아주 낯선 존재가 가득한 작품을 해보자-! 싶어 골랐어요. 두 번째는 4월의 첫 번째 작품인 소설 <우부메의 여름>에 나오는 것처럼 연금술이란 소재가 등장한다는 사실에서 작품 간 연결 지을 점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세 번째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어렸을 때 좋아했던 책이지만 700쪽 분량의 책을 다시 읽을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이 책을 읽어서 창작욕을 끌어올려보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내 주변 사람들도 읽어서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경험을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해보지? 싶었어요. 다들 어떻게 읽으셨나요?


다희 :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세계관을 설명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오랜만에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다른 세계에 대한 판타지를 접해서 새롭기도 했고요. 재미있는 설정들이 곳곳에, 초반부에 많이 있었는데 중반 이후로 다 읽지 못해서 아쉽네요.


이주 : 예전에 이 책을 읽고 싶어 했던 기억이 있어요. 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책으로 가득한 곳에 낯선 생명체(부흐링)가 있는 표지가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에디터 일벌레가 왜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지에 대한 포인트는 알 것 같았어요. 책에 대한 이야기면서 아예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죠. 다만, 판타지긴 한데 기존에 익숙하게 보던 인간을 중심으로 한 판타지가 아니라서 상상하는 것이나 읽는 것에 있어서 좀 더 노력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연연 : 정말 낯선 존재가 마구잡이로 등장하는 작품이에요. (세계관 등에 대해) 설명하는 초반부에 진입 장벽이 있긴 해도, 재밌게 읽었어요. 풀어내는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고, 판타지를 쓰는 실력 있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낯선 존재로 풀어지지만 현실 예술계에 대한 풍자도 들어있고, (4월의 주제로 선정한 작품들이) 낯선 존재 얘기지만 결국 현실에 대한 은유나 비판임이 공통적이구나 란 생각도 했어요. 참고로 중반까지 주인공이 공룡인지도 잘 몰랐답니다...



현실-스러운 차모니아, 차모니아 같은 현실 #책과 은유


일벌레 : 연연이 말하듯이 발제문도 현실에 대한 은유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어요. 다른 분들은 혹시 어떤 비유가 와 닿았나요?


이주 : 아무래도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이 와 닿았어요. 현실이 반영됐달까요. 좋은 문학과 나쁜 문학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라던가, 현실에서도 느낄 수 있는 문학과 문학 주변을 둘러싼 인식들이 담겨 있는 문구들이 재미있었어요. 트럼나팔 연주회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어요.


연연 : 저는 스마이크 한 명이 도시 전체의 공권력, 시장 권력 등을 휘어잡고 있는 점이요. 우리 현실에서도 시장과 공권력이 결탁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 책의 작가가 책을 좋아하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까는(?) 느낌도 들었어요. 책을 좋아해서 이 세상을 비판할 수 있는 지점이 재미있었어요.


다희 : 맞아요. 책 애호가에 대해 풍자나 비판하는 태도들이 느껴졌어요. 단 하나의 책에 집착하는 것을 우습게 말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책을 다 읽지 못했는데) 책의 전반적인 태도는 풍자인 건가요?


일벌레 : 이 책에서 거의 유일하게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고, 유희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부흐링이에요. 그리고 부흐링의 존재가 마지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책이든, 어떤 것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을 중요시한 게 아닐까 싶어요.

또한, 이 책 전반에서는 명망 있는 책을 쫓고 있지만, 마지막 즈음에 한 부흐링이 아직 단 한 작품도 내지 않은 주인공 작가 미텐메츠의 이름을 따서 자신의 이름을 지었어요. 그 장면에서 울컥했어요. 앞으로 책을 쓸지 안 쓸지도 모르는데, 좋아하고 믿는 마음에서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걸고 탐구할 작가로 선정한 것이니까요.  

(이주 : 작가가 그 장면을 먼저 생각해놓고 이 책을 썼을 수도...)


이주 : '책 애호가'란 하나의 말로 명명할 수 있지만, 그 안의 스펙트럼은 다양하게 나뉘잖아요. 책의 물질적/역사적 가치에 집중하는 고서적 애호가부터, 책을 좋아한다곤 하지만 권위 있는 작가들의 책들만을 좋아하는 존재도 있고, 아니면 부흐링과 같이 작가 한 명 한 명에 완전히 빠져드는 존재도 있어요. 그런 층위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요?


@ 꿈꾸는 책들의 도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주인공인 듯 아닌 듯 #책을 좋아하시나요 1


연연 : 타 판타지 소설의 경우 마녀나 마법사는 있어왔던 테마이고, 존재하던 신화로부터 따온 이야기들도 있어요.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완전히 새로워서 어렵지만, 흥미롭고 대단하게 느껴져요.


일벌레 : 이 책의 표지 그림과 뒤표지의 문구를 보면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앞서 말한 '미텐메츠'의 이름을 딴) 부흐링이래요. 공룡 미텐메츠가 차모니아어로 쓴 소설을 우리의 언어로 번역한 것처럼 써놓았고, 이 작품을 읽는 부흐링이 주인공인 액자의 액자 같은 구조로요.


연연 : 보통 이런 소설은 주인공이 성장하는데-정신적인 면모가 나아진다거나 실력이 부족했다면 실력이 느는 등- 얘는 성장하질 않아요. 도리어 미텐메츠는 친구를 얻죠.


다희 : 또, 너무 태연하고 침착해요. 꿀벌 카스텔라를 그냥 먹는 부분도 그렇고, 온갖 놀라운 일도 태연하게 받아들여요. 낯선 존재들에 대한 마음이 엄청 열려있는 걸까요? 처음 설정 부분이 신기했네요.


이주 : 미텐메츠가 고서점에 가서 원고를 보여줄 때마다 정말 답답했어요. 계속 다들 보여주지 말고 도망가라고 말하는데도 말이죠. 스마이크가 지하로 데려갈 때도, 아 가면 안 될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죠. 그럴 때마다 참 고민이 없이 살아가는 공룡이라 느꼈네요. 물론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한 것이었겠지만요.


연연 : 맞아요. 공포 영화에서 그 문 열지 마!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 꼭 여는 것처럼요.


 이주 :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원고의 묘사를 보고, 나도 그렇게 눈물까지 자아낼 작품이 있을까 또는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벌레 : 저는 책 속의 구절을 듣고 작가를 맞추는 부흐링들의 '오름'같은 놀이처럼 -유치하기도 했지만- 정말 좋아하는 것을 극한치까지 하면서 같이 나눌 수 있는 존재를 평생 동안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연 : 요즘은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책을 읽으면 재미없는 사람이라 '책따'라는 말도 있대요. (지금 우리가 나누는) 이런 이야기, 오름 같은 놀이가 정말 낯선 이야기가 되어버렸을지도 몰라요.



낯선 존재에 대한 이야기 #손쉬운 배제 #연금술 #책을 좋아하시나요 2


이주 : 낯선 존재가 한가득 나오지만, 관계 있어서 약육강식적인 측면이 생김새나 형태로 드러나지는 않아요. 종족으로는 딱히 위계라던가 다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판타지와 또 다른 것 같아요.


연연 :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은 문학 텍스트로 많이 나오잖아요. 좀비도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좀비라는 캐릭터로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시작된 것처럼요. 여러 가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다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하더고요. 마녀 역시 오컬트적인 것을 볼 수 있는 여성, 여성 중에 특이한 성정을 가진 사람을 마녀라고 카테고리화 해서 만들어버린 결과죠.
최근 벌어진 살인사건의 원인으로 조현병 환자를 지목하곤 하는데, 범주화시켜서 탓하고 단속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최근의 사건도 가해자인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경찰에 접수된 사건이 8건이나 된대요. 신고가 8차례나 있었음에도 사회적 안전망이 기능하지 못한 것이죠. 그런데 사회적 안전망의 부실함을 지적하지 않고 조현병 환자를 단속하자고 귀결되어버리는 식이에요.


이주 : 금기시되는 것, 공포스러운 존재를 만들어서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죠. 이 책에서도 오히려 자기의 나쁜 일을 하기 위해 사용하기 위해 낯선 존재를 만들어냈어요. 연금술 또한 더 가치 있는 것, 남들이 소지하지 못한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해 한다는 점에서 결국에는 다 권력과는 연관되어 있어요.

4월의 작품인 <우부메의 여름>과 <쉐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둘 다 낯선 존재를 이용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했던 것들이 나오지 않나요? <꿈꾸는 책들의 도시>도 책 사냥꾼이라는 존재들이 나오죠. 연연이 언급한 대로 낯선 존재 자체를 그냥 범주화해서 배제시키는 방법으로 손쉽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현실에서도 많은 것 같아요. 노키즈존만 봐도 그렇고,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주제였던 것 같아요. 그나저나 '책따'는 너무 슬픈 말이이네요 (말잇못)


다희 : 우리도 우리 안에 있어서 책따 같은 걸 모르는 게 아닐까요?


연연 : 이제는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아닌 꿈꾸는 유투버의 도시? 꿈꾸는 크리에이터의 도시? 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해당 크리에이터의 플레이리스트를 외우고...  책들의 도시 자체가 내가 고리타분한 사람이 된 건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하기도 하네요.


일동 : 이제 다들 알까요? 해리 포터의 출간을 기다리던 그 기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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