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개미

나의 첫 해외문학

by 느슨한 빌리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이게 벌써 6년 전...


건축학개론 포스터의 카피다. 그렇다. 오늘은 첫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책장을 둘러보다가 <개미>를 발견했다. <개미>는 내가 처음 읽은 해외문학이며,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내가 처음 좋아한 외국 작가다. 첫사랑이 서툴 듯, 첫 해외문학 <개미>를 읽는 나 역시 서툴었다. 매일 밤 머리맡에 두고 읽었지만 결국 20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두었던 책. 지금와서는 추억으로 남았고 이제는 나만큼 나이를 먹어버린 <개미>이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정직한 제목 정직한 내용


내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개미를 접한 건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이었다. 한창 과학자를 꿈꾸며 과목에 대한 없이 물/화/지/생을 넘나드는 책을 읽을 때였다. (전설적인 갓과학 만화 <신기한 스쿨버스>와 지금은 60이 다된 나이인 ‘빌 나이’가 나오는 <빌 아저씨의 과학이야기>의 애청자였다. 엄마가 테이프로 녹음도 하셔서 정말 질리도록 봤었다.)



생물책을 보면 곤충들에 대한 이야기도 곧 잘 나오곤 했는데 마치 사람처럼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개미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비유가 나왔다. 평소에 흥미가 있었기에 개미가 디지털 무늬처럼 새겨진 <개미>는 너무나 멋있었다.


멀뚱멀뚱 책을 바라보다가 나는 마음을 먹고 기어이 안방의 서재에서 첫사랑에게 말을 걸듯 조심스레 개미1권을 꺼내어 내방으로 가져왔다. 그리고는 매일 밤 머리맡에 두고 그것을 읽었다.

책은 당연히 어려웠다. 초등학교 아이가 성인들이 읽는 소설을 봤으니 말이다. 하루에 열 페이지를 읽을까 말까였다. 그래도, <개미>는 신비로운 끌림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씩 상대방에 알아가듯 <개미>를 한 페이지 씩 읽으면 재미었다. ‘개미’끼리 의사소통을 한다는 컨셉이 어린시절에는 정말 '쿨'한 무엇이었다.

한창 <벅스라이프>나 <앤트>와 같은 픽사 애니매이션이 나왔을 때지만, <개미>는 ‘아이들의 것’이었던 애니매이션과는 다른 좀 더 ‘진지하고’ ‘어른 같은’ 속성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두달 만에 9쇄를 찍는... <개미>... 당신은 도덕책...



소설의 구성 또한 신기했다. 한 가지 시점으로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개미의 시점, 에드몽 웰즈의 시점. 그리고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으로 대표되는-후에 너무 우려먹어 십전대보탕이 되어버린-중간 중간 깨알 같은 잠언까지. 그 시절엔 어려서 그것들이 무슨 뜻인지 잘 알지 못하고 어떻게 서로가 이어졌는지도 몰랐지만, 지금까지 접했던 적이 없는 구성이었기에 나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땐 페로몬이 만능무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유년시절 읽은 <개미>에 대한 기억은 이게 끝이다. 스토리가 진행이 될 때쯤 나는 책을 보는 것을 포기했고, 1-11-12-1121-122111 와 같은 숫자놀음과 다른 개체와는 특별한 개미 327호의 초반모험서사가 11살의 내가 기억하는 전부였다.


이후 <개미>를 다시 접한 건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였다. 청소년을 위한 책들은 유치하게 느껴졌고 어른의 책을 읽으면 나 또한 어른이 된 기분을 느끼던 때에 나는 다시 개미를 읽었다. 그때 역시 완벽히 책을 소화한 건 아니었지만 <개미>는 한번 책장을 피면 마지막 장을 보는 것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런 기세로 3편까지 빠르게 읽었고, 마의 200페이지의 벽을 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베르나르의 소설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집에는 <타나토노트> <뇌> <천사들의 제국>과 같은 후속소설들이 있었고(아버지 감사합니다.) 대학교에 들어가지 직전까지 그 책들은 나의 여가시간을 책임져 주었다.


이분 최소 개미박사


그리고 2010년대의 나. 이제는 10대가 아닌 30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간 베르베르는 많은 책들을 또 써내고 출판했다. 열린책들이 찍어낸 베르나르의 책은 엄청날 거다.(이세욱 번역가도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의 책을 읽지 않는다.


<개미>를 너무 재밌게 읽었던 탓인지, 다른 책을 읽어도 <개미>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베르나르의 신권들을 나오는 족족 샀지만 이제 내 책장에는 <개미> 1~5권, <타나토노트> 상하권. <천사들의 제국> 상하권만이 남아있다.

(<뇌>, <아버지들의 아버지>, <신>은 이사를 하며 모두 알라딘에 팔았다. 아차, <신>은 아파트 앞에 버리러 가다가 그것을 본 이웃주민이 달라고 해서 줬다.)


어찌됐든, <개미> 1~3권은 그의 작품 중에 가장 잘 쓰고 재밌는 소설이었다.

<개미>는 팔지 않을 것이다. 10년 후에도 이 책은 내 서재에 꽂혀있을 거다.


그래서 오늘은 재테크를 진행하지 않는다.

(사실 찾아봤더니 4000원이었다.)


오늘 밤에는 <개미>1권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느빌의 헌책방 3화 끝.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 재미있게 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