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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슨한 빌리지 Feb 07. 2018

7. 내 이야기로 텍스트 만들기, <출판사를 만들다>

킾 고잉 & 킾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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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이야기

지난 시간, 세상의 큰 힘에는 펜 끝을 겨누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위안과 웃음을 주겠노라 마음먹은 학곰. 이번 주는 어떤 치-명 포인트를 찾을 것인가?



2. 실패한 기획?


느빌은 계속 앞으로 나가고 있다. 브런치 구독자 수도 벌써 90명이 넘었고, 에디터 수도 여덟로 늘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자발적으로, 때론 너무 빡세게 자신을 갈아 넣는 하드-에디터들의 눈치가 보여서 버티다 보니 함께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사실 나는 눈치를 주는 쪽이긴 하다)


치명적 올스타도 어느새 7회를 맞이 했다. 프롤로그인 0화를 포함하면 꼬박 두 달째 쉬지 않고 달려왔다는 이야기이다.(그리고 본의 아니게 매주 연재 중 펑크나 휴재 없는 유일한 매거진이 되었다.)


길을 개척하는 것은 아니지만, 포장도로라도 계속 오르막이면 졸라 빡세다.


<치명적 올스타>는 사실, 우스갯소리에서 시작되었다. 한참 조증처럼 빅-하이(high) 맨 일 때 이 기획을 했다. 2018년에는 치명, 세련, 임팩트를 갖은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처음 행동으로 옮긴 것이 이 매거진을 연재하는 일이었다.


처음엔 책이나 영화의 치명적인 사람들, 이를테면 <인간실격>의 요조나 <다크 나이트>의 조커 같은 범접한 수 없는 캐릭터들을 분석하고 따라 해보려고 했다. 평생 치명과 10광년은 떨어진 채 살아온 나의 일상을 바꿔보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텐션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3화를 쓸 때가 되어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간 인지하지 못했던 빅-쪽팔림이 뒤늦게 나에게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다. 치명적 올스타의 방향이 바뀐 것은. 쪽팔림과 같이 찾아온 압박이 나를 감쌌다. 매주 적성에 맞지도 않는 '치명'스토리를 찾고 그로부터 배울 점을 뽑아 실천까지 옮기는 일. 하나하나가 부담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화요일이었다. 하필이면 그 주에  내가 고른 책이 '치명'과는 거리가 멀었고, 다른 것을 읽을 시간도 없었으며 마땅히 생각나는 다른 이야기도 없었다. 마감 시간은 가까워지고 괴로웠다. 나는 필사적으로 내가 고른 그 책을 붙잡았다. 그리고 억지로 치명 포인트를 쥐어짰다. 억지로 지어 짜면 재미라도 있어야 할 텐데, 쓰는 사람도 재미없고 내용도 재미없는 최악의 글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는 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 하는가.




1화에 내 손으로 분명히 써놓지 않았던가.


1. 태도를 갖추자, <고수의 귤 까기 아-트> 中


치명 포인트는 황새를 따라 하다가 가랑이 찢어진 뱁새가 아니라, 외려 뱁새 스윀을 뿜뿜빰빰 내비치고 마이웨이를 걷는 '이상한 녀석'에게 느낄 수 있는 '이상한 느낌'인 것이다. 자신 만의 고유한 치명성을 갖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할 게다. 그렇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특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치명'은 더 빛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주는 급작스럽게 스몰-로우(low)해진 텐션을 고려해서 치-명적인 외길 인생을 다룬 책을 가져왔다. 바로 홍지웅 대표가 쓴 <출판사를 만들다 / 열린책들을 만들다>이다.



3. 킾 고잉 & 킾 마감




출판사를 만들다 열린책들을 만들다(2017)


<출판사를 만들다 열린책들을 만들다>는 열린책들 아카이브 1권으로 출판사 열린책들의 시작과 성장과정이 담긴 보도자료와 인터뷰들, 대표의 철학이 담긴 기고문 등 한 회사의 역사가 담긴 책이다. 


두께가 576페이지나 되는 이 책에서 건져갈 메시지는 참 많다. 이를테면


ㅡ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 그리고 독창적으로 시도할 것
ㅡ 지금 당장 효과가 나지 않더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꿋꿋하게 갈 것
ㅡ 시류나 유행에 맞는 것보다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 것
ㅡ 기록을 남기고 쌓아갈 것. 아카이빙
ㅡ 나의 실력과 안목을 키울 것. 


같은, 키워드로 뙇 정리해주지 않지만 책을 읽는 동안은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위 박스에 꼽은 다섯 문장은 책을 읽고 정리한 본받을 만한 치명 포인트들이다. 이것들을 가슴에 새기고 똑같이  따라 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내가 나일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고민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적어두었다.


나의 고민, 나의 괴로움의 시작은 '괜찮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시작된 셈이다. 내가 즐겁지 않고 남도 즐겁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어낸 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시류나 유행을 좇아 힙해 보이는 책도 고르고, 베스트셀러도 고르고 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을 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와 글을 읽는 독자에게 도움이 되었느냐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물론 의미 있게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어 리를 빗(a little bit)- 슬픔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어쭙잖게 남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고, 나의 실력과 안목을 키우는 일이었다. 그 과정이 선행되면 콘텐츠의 질은 자연히 좋아질 것이고, 내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날 게다. 하지만 나는 너무 쉬운 선택을 하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오직 나만 갈 수 있는 길을 찾고, 걸어가 보려고 한다. 요상한 하이픈이나 빅, 파워, 서치 어 같은 비문을 남발하는 브런치 작가는 아마 전무후무 할 것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향해 조금씩 방황하며 걸어가야겠다. 빛나는 셀럽이나 잘 나가는 작가들이 부럽지 않으냐고? 부럽다. 졸라 부럽다. 하지만 그것은 '그'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 아니겠는가. 나는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독창적이고 가열차게 계속해볼 생각이다.

치명 포인트가 하나의 '삶의 태도'처럼 읽히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 매주 고민하는 나의 모습이 어찌 되었든 기록으로 남는 것이 아닌가. 성공을 하든, 그렇지 않든 빅-쪽팔림도, 파워-잘 쓴 글도 어쨌든 내 머리와 내 손에서 나온 것들 아닌가. 언젠가 내가 나의 글을 인용하면서 강연을 하는 셀럽이 될 때까지, 셀럽이 되고 나서도 힘이 닿는 한 연재를 계속하고 싶다.(그때 되면 내가 쌓아온 기록들이 강연에서 풀 썰들이 되겠지)


킾 고잉 & 킾 마감이다.





★치명 포인트 7
킾 고잉 & 킾 마감



* 다음 주는 설날이라 느빌 한 주 쉬어갑니다.



인생은 하리보다. 겁나 질기고 딱딱하다. 그래서 대게가 먹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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