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장진우식당 탐방기
장진우식당이 부산에 오픈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을 때 어디로 오픈할지 입지가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장진우거리
혹시나 장진우식당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TMI로 설명을 드리자면, 이태원 경리단길에 장진우거리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처음엔 클라이언트, 지인들을 위한 음식을 하다 1년 뒤 본격적인 식당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사에 참고할 내용이 많습니다!)
본래 상업사진가였다. 인물 전문이었고 연예인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러다 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강남에 있었고, 당연히 스튜디오가 있는 곳도 강남이었다. 그런데 밤이 되면 술집이 활개 치는 거리 정서가 나랑 안 맞았다. 클라이언트와 단란주점 가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생각한 게 술집 가지 말고 ‘차라리 밥을 해주자’였다. 살던 집은 너무 초라해서 누구를 초대할 수 없었고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5만 원, 5~6평 테이블 하나 있는 미팅룸 겸 서재,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주방시설을 갖춘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감각을 발휘해 작아도 멋지게 꾸몄다. 그런 곳에서 밥을 해줬더니 오는 사람마다 맛있다고 난리였다. 식당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아래 인터뷰를 보다보면 소름돋는 부분은 바로 밥을 먹으러 오는 지인들. 지인중에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있었고 그들이 연예인들을 불러들이며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장진우라는 존재가 부산에 있었다면 지금의 장진우가 있었을까요. '어디에 있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대목입니다. 지방은 지방 나름의 강점을 찾아야겠죠?..
돈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오픈한 후 1년 뒤부터였다. 함께 밥 먹은 지인들이 ‘진우 식당 가서 밥 먹자’는 말을 자주 했고, 자연스럽게 ‘장진우 식당’이 됐다. 그중에는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있었다. 그 사람들이 연예인을 불러들이면서 유명해졌다. 당시에는 공유, 공효진, 김민희, 씨엘, 크리스탈 등 빅 스타급 연예인이 매일 찾아왔다. 그때부터 일반인도 줄을 서기 시작했다. 전적으로 연예인들 덕분이었다.
어쨌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장진우식당이 부암역 인근이라고 하더라구요. '부암'? 귀를 의심했습니다. 부암이 서면이랑 가깝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상권이 형성될만한 그런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가려고 벼르던 그 곳을 드디어 오늘 갔네요.
외관모습입니다. 지도를 보고 주변을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지나갈 비주얼입니다. '목욕합니다'에 장진우식당이 쓰여있네요. 내부를 가서도 느낀 거지만 기존 목욕탕에 있던 아이템을 디테일하게 잘 쓰셨더라구요.
팻말에 콜키지프리라고 적혀있는데요, 콜키지(Corkage)는 '코르크 마개를 뺀다' 라는 뜻으로 식당에서 잔을 제공하고 마개를 따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서면이나 다른 상권을 봐도 좀처럼 보기 힘든 서비스지요.
들어오는 입구입니다. 계산대스럽지 않게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천장과 벽입니다.
내부 모습입니다. 목욕탕이었다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하얀벽을 보면 옛 공간의 느낌이 뭇어나긴 합니다.
더부스 맥주들도 보이네요.
차분히 벽쪽에 앉아 전체적인 공간을 둘러봅니다. 전반적인 느낌은 확실히 '세련됨'이었습니다. 목욕탕이었던 공간을 리모델링했는데 공간배치며 내부 인테리어 느낌이 부산 어느 곳에서도 접하기 힘든 공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식사를 하는 공간이다보니 목욕탕의 느낌은 최대한 죽였더라구요.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하면 비싼 편이지만 한 입 먹어보면 수긍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이정도 가격대 메뉴를 서면에서 먹으면 만족하는 경우가 잘 없었는데, 괜츈하더라구요. 괜히 장진우식당이 아닌가 봅니다. (아니면 배가 너무 고파서 그럴수도)
목욕탕 열쇠. 이런 깨알같은 디테일이 공간을 한 긋 차이나게 만드는 듯
결론적으로 '모르겠고 여기 두 번 오겠냐?'라고 물으면 제 대답은 '오늘 먹은 것도 좋았는데 다른 메뉴도먹고싶어서 갈래-!'라는 것. 대신 비싸서 자주는 못오겠습니다만.. (하우스와인도 기대안했는데 딱 좋더라구요!)
인근 아파트가 입주하고 나면 주변 상권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과연 장진우 식당 중심으로 상권이 변할 지 관망해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궁금했던 건, '얼마에 목욕탕을 매입했을까'였습니다. 실거래를 조회해도 뜨지 않고, 인터뷰를 살펴보면 아무래도 임대로 운영하는 것 같더라구요. 부산 땅값이 서울보다는 저렴해서 매입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적은 투자금으로 빠르게 움직이시는 것 같습니다.
건물주가 투자하면 제일 좋다. 자기 건물에 괜찮은 가게를 입점시키면 건물의 가치도 오르고 영업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주변 부동산 디벨로퍼들의 영향이 컸다. 식당이 잘되니 임차한 건물값이 올랐고 그 건물이 아주 비싼 값에 팔렸다. 그러자 중개인들이 하나 같이 장진우가 들어와야 건물이 산다며 건물주들을 설득했다. 그 덕에 장소를 얻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다들 장진우가 거리 신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 거리는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한국 부동산 투자 열풍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 열풍으로 디벨로퍼가 아니었는데 나 역시 디벨로퍼가 되어 있었다.
가치가 없는 공간을 여러 장르의 음식과 브랜드로 채워 공간의 가치를 올리는 장진우님. 보고 배울 점이 많네요.